여러분은 대학 생활 중 인생 강의가 있으신가요? 저는 수년 전 들은 글쓰기 교양 강의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정년을 앞두신 교양대학 노교수님의 강의. 글은 자고로 직접 느끼고 써봐야 한다며 두 편의 에세이를 쓰게 한 뒤 이 중 하나를 발표시키시고, 이를 바탕으로 지필고사까지 내시던 교수님이셨습니다. 그저 학생들의 무난한 평점을 보고 신청한 이 강의가 제 인생 가치관을 잡아주는 ‘인생’ 강의가 될 줄은 몰랐네요. 매일 같이 양복을 다려 입으시고 수업보다 30분 일찍 와서 강의실에 계시던 교수님. 젊은 사람들을 마주하려면 깔끔하게라도
일본 경제의 암흑기 ‘잃어버린 30년’의 배경 ‘플라자 합의’는 역대 가장 친미 성향을 보인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 시절에 이루어졌다. 나카소네 총리는 스스로 방위비 분담 의사를 보인 데다 소련의 위협에 맞서 일본을 ‘불침 항모’로 만들겠다며 무장을 시작해 미국의 환심을 산다. 결국 미국은 가장 친미적인 일본 총리를 압박해 일본 경제를 부러뜨려 버린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친미반중 기조를 명확히 했다. 가치와 동맹을 중시하는 외교는 언뜻 듣기는 좋으나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고도의 외교적 감각이 필요하다. 롤모델은 이미 존
연말이 다가오면 취업준비생들의 스트레스는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한 취업준비생 설문조사에 따르면 생활비 다음으로 자괴·불안감이 가장 힘든 점으로 조사됐다. 이런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가득한 취업 준비 생활은 말 그대로 이를 악물게 해 턱 근육에 부담을 준다. 여기에 턱을 괴고 공부하는 행동, 옆으로 누워 스마트폰을 보는 행위 등 신체 균형을 무너뜨리는 습관이 더해지면 턱관절 장애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턱관절 장애란 턱을 둘러싼 뼈와 근육, 관절이 손상을 입거나 균형이 틀어진 상태를 뜻한다. 턱관절을 움직일 때마
박민 KBS 사장이 취임 하루 만에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의 불공정 편파 보도에 대해 사과했다. 박민 사장은 사과의 배경에 대해 KBS가 공영방송의 핵심인 공정성을 훼손해 국민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불공정한 보도로 물의를 일으킨 기자나 PD를 업무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박민 사장의 발언을 진정한 사과로 해석할 수 없는 이유는 그의 임명 과정과 행보에 있다. 박민 사장의 취임은 정부가 방송 장악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KBS 이사회를 구성한 과정과 궤를 같이한다. 정권 친화적인 인사로 채워진 방
6월 19일 이규민 한국교육평가원장이 사퇴를 발표했다. 모의평가 난이도를 이유로 교육평가위원장이 사퇴한 최초의 사례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5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이 사상 초유의 사태는 당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으로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수능을 두고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은 배제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 경질과 출제기관 감사 계획이 발표되며 교육계는 혼란스러워졌다. 당해 모의평가를 바탕으로 수능 문제를 예측해야 하는 수험생의 입장에서 기습적인 출제 기조 변화
어떤 날은 막힘없이 10매 분량의 글을 뚝딱 완성하는 날이 있는가 하면 첫 문장을 쓰고 고치다가 또 지워버리는 날도 있습니다. 글이 영 안 잡히는 날은 3매의 아주 짧은 글도 한참을 붙잡고 앉아있죠. 그러나 매주가 바삐 돌아가는 중대신문에서는 ‘글이 잘 써지는 날’을 기다릴 수가 없습니다. 마감기한까지 반드시 글을 써야 하므로 의자에 나를 묶어두고 꾸역꾸역 단어들을 토해냅니다. 중대신문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참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눈에 불을 켜고 학내 이슈를 찾아 보도면을 채워가야만 합니다. 화요일 취재원들이
사람들은 왜 사회를 더 좋게 만들어야 한다고 하는 걸까. 기자는 생각합니다. 나 하나 살기도 바쁘고 힘든데 사회를 개선해야 한다는 말에 의문이 생길 때가 있죠. 그러나 이 심오한 의문은 시간이 지날수록 해결됐습니다. 기자는 초등학교 2학년을 도시의 한 대형병원에서 지냈습니다. 편의점도 버스 타고 20분은 가야 하는 시골에서 자란 기자에게 대형병원은 매우 놀라운 곳이었습니다. 엘리베이터의 층 버튼도 홀짝으로 나눠져 있어 덕분에 홀수와 짝수를 배울 수 있었죠. 작은 키로 우러러본 병원 내 사람들의 표정과 행동들이 기억납니다. 궁금증이
9일 대법원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게 제조·판매사 한빛화학과 옥시레킷벤키저가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는 원심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법원이 정부지원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피해자에게도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로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알려진 지 12년 만이다. 가습기살균제 사건 초기 정부는 피해 인과에 따라 총 4단계로 피해자를 구분했다. 당시 1·2단계의 피해자는 보상 받았지만 3·4단계의 피해자는 배상 대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정부가 이들 피해의 인과성이 작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2017년 「가습기살균제
지난 4일 편의점에서 일하던 20대 여성이 폭행당했다. 무차별적 폭행의 이유는 단지 그녀가 ‘숏컷’이었기 때문이다. 가해자인 20대 남성은 당시 “여자가 머리가 짧은 걸 보니 페미니스트”라며 “나는 남성연대인데 페미니스트는 맞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여성혐오가 온라인을 넘어 현실에서 노골적인 범죄 형태로 가시화된 것이다. ‘숏컷=페미니스트’라는 성급한 일반화를 토대로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반동)가 물리적 폭력으로 재현됐다. 맹목적 반감
어느새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벌써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지고 모두 한껏 들뜬 마음으로 연말을 기다린다. 그러나 이 순간 마음 놓고 웃을 수 없는 이들이 있다. 바로 이태원 참사 유족들과 생존자들이다. 중대신문 제2050호에는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참사 1년 후 이태원의 모습과 여전히 그 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이들에 관한 기사가 기재되었다. 그중에서도 희생자 김의진씨(당시 29세)의 어머니인 임현주씨를 인터뷰한 최예나 기자의 ‘별가족 이야기’는 한동안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인터뷰에서 어머니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학식이나 능력을 갖춘 사람의 모습을 의미하는 ‘인재상(人材像)’은 산업·사회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여 왔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계 수준의 작업을 대상으로 네트워크 및 데이터베이스 등과 같은 정보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자동화 서비스를 제공했던 정보화 시대를 넘어, 전기가 흐르지 않았던 사물들까지도 연결되고 이를 통해 획득·공유되는 데이터를 활용하여 지능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시대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디지
매년 학생들에게 인터뷰 기사를 쓰는 과제를 낸다. 짧은 시간 동안 인터뷰할 사람을 찾고 인터뷰 기사까지 써야 하는 학생들은 고역이겠지만, 사람들은 모두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있으니 독자 입장에서 즐거운 경험이다. 강의에서 강조하는 내용을 인용하자면, 인터뷰는 효율적인 취재 기법이면서 기사의 중요한 양식이다. ‘신문의 모든 글은 인터뷰를 토대로 한다’고 할 정도다. 그래서 기자는 독자를 대신해 인터뷰이에게 질문을 하고 기사의 재료를 얻는다. 기자가 묻고 들은 내용으로 만들어지는 게 뉴스라는 의미다. 중대신문도 매
‘화난 시대’가 되면서, 세상이 참 시끄러워졌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단지 병존할 뿐만 아니라, 공존을 위한 방도를 생각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진정한 배려는 무엇인가. 아마도 상대에게 ‘여백’을 주는 겸양의 자세가 아닐까. 노자는 ‘물’과 같은 처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물은 트이면 트인 대로 가고, 막히면 막힌 대로 쉰다. 또한 물은 담는 그릇의 모양대로 담긴다. 물의 이러한 유연함과 겸양의 자세를 노자는 눈여겨본 것이다. 사람이 서로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편
오랜만에 지난 학기 제 칼럼을 펼쳐 봤습니다. 어떤 이야기로 이 지면을 채워야 할지 도무지 감이 안 잡혀서요. 읽는 내내 저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오더군요. 지금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왜 그리 망설이고 헤맸는지. 그럼에도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 취재원에게 용기 내 다가가 보겠다는 당찬 모습이 대견했습니다. 그 다짐 덕분에 저는 대학보도부에서의 한 학기를 무사히 마친 후 이제는 문화부에 몸담고 있습니다. 문화부에서의 지난 세 달간 저는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요. 이분들을 뵙기 위해서는 우선
한반도 동부를 종단하는 우람한 태백산맥의 줄기를 따라 내려오면 경상북도에 위치한 팔공산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대구광역시와 경산시 등에 걸쳐 넓게 자리 잡고 있는 팔공산은 비슬산과 더불어 대구의 양대 산으로 알려져 있죠. 이곳은 불교문화의 중심지로 수많은 사찰이 산재해 있는데요. 그중 하나인 관암사에서 출발해 1년 365일을 뜻하는 1365계단을 따라 45분 정도 등산하면 비로소 정상에 도착합니다. 이곳에 펼쳐진 웅장한 암벽을 올려다보면,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갓바위’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갓바위에는 매
10월 29일 서울광장에선 이태원 참사 추모를 위한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가 열렸다. 안타깝게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목숨을 잃은 159명을 기억하며 유족을 위로하는 자리였다. 참사 후 첫 1년인만큼 많은 시민과 정치권 인사들이 집회에 참석해 추모했지만 누구보다 유족 곁에 가까이서 사과와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 윤석열 대통령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그는 서울특별시 성북구 소재의 한 교회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유가족협의회의 초대를 ‘정치 집회’라는 이유로 거절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0월 30일 김포시에서 열린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서 김포시를 서울특별시(서울시)로 편입하는 정책을 당론으로 추진할 것임을 언급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구리·광명·하남시 또한 편입 조정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인구는 현재 약 941만 명인데, 총 126만 명 이상의 인구가 서울시로 편입되는 것이다. 한국은 1960년대 이후 수도권 일극체제를 막기 위해 서울 인구 집중 억제 및 국토 균형발전 추진 정책을 유지해왔다. 2020년부
몇 해 전, 강의 중 ‘분단문학’에 대해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한국전쟁 체험 세대, 유년기 체험 세대, 미체험 세대의 분단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얘기했다. 강의를 마칠 무렵 통일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어 젊은이들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통일비용까지 짊어지기에는 너무 힘들지 않겠냐고 한 학생이 얘기했고, 모두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아무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요즘에는 언론에서도 문학권에서도 통일에 대한 논의는 쑥 들어가고 말았다.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은 미
나는 SF를 좋아한다. 2019년 말,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은 후로, 나는 한국 SF 문학을 사랑하게 됐다. 사실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손에 잡히는 대로 무작정 읽으면서도, 정말 내가 좋아하는 글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었던 나는, 김초엽의 단편들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깨달았다. 영영 좋아하게 될 작품을 발견했을 때의 짜릿함이 어떤 것인지를. 마치 운명처럼 다가온 SF는 그렇게 내 전부가 됐다. SF라고 하면 다들 고개를 갸웃한다. 여전히 SF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출발이 늦었다고 해서 이미 다른 회사가 개발한 모델을 목표로 삼으면 우리는 영원히 선두 그룹을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초반에 조금 어렵더라도 최신형 모델을 목표로 삼아야 단기간에 최고 수준의 기술에 도달해 경쟁력이 있지 않겠습니까?” 이현순 과학기술유공자(중앙대 이사장) 저서 『내 안에 잠든 엔진을 깨워라!』에서 발췌 미래 플랫폼의 의미는, 서비스 공급과 수요의 최적화된 지적 공동체로 형성하기 위한 네트워크로, 대학의 미래 엔진이다. 과거 대학의 엔진은 집단지성이 학습할 수 있는 도서관으로서, 명문대학은 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