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대법원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게 제조·판매사 한빛화학과 옥시레킷벤키저가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는 원심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법원이 정부지원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피해자에게도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로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알려진 지 12년 만이다. 

  가습기살균제 사건 초기 정부는 피해 인과에 따라 총 4단계로 피해자를 구분했다. 당시 1·2단계의 피해자는 보상 받았지만 3·4단계의 피해자는 배상 대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정부가 이들 피해의 인과성이 작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2017년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시행 후 3·4단계의 피해자도 보상을 받을 길이 열렸다. 그러나 당시 기업은 3·4단계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거부했다.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진 후 10년이 넘도록 수천 명의 피해자는 가해 기업에 명확한 책임을 묻지 못했다. 가습기살균제의 성분이 어떤 질환을 일으키는지 연구하는 것에 오랜 시간이 걸려 피해 질환과 범위를 인정받는 것이 지체됐기 때문이다. 가해 기업은 인과관계가 확실하지 않다는 점을 이용해 피해자들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그간 외면받아 왔던 피해자가 보상 받을 수 있는 선례가 생겼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동안 가해 기업들은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제대로 된 배상 없이 버텨왔다. 오랜 시간 진료와 간병으로 인해 피해자와 가족의 삶이 무너져 갈 때 가해 기업들은 책임을 회피하며 도의를 다하지 않았다. 더는 미적거려선 안 된다. 이제부터라도 가해 기업들은 적극적 피해자 구제에 나서 본인들이 저지른 죄에 대한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