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KBS 사장이 취임 하루 만에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의 불공정 편파 보도에 대해 사과했다. 박민 사장은 사과의 배경에 대해 KBS가 공영방송의 핵심인 공정성을 훼손해 국민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불공정한 보도로 물의를 일으킨 기자나 PD를 업무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박민 사장의 발언을 진정한 사과로 해석할 수 없는 이유는 그의 임명 과정과 행보에 있다. 박민 사장의 취임은 정부가 방송 장악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KBS 이사회를 구성한 과정과 궤를 같이한다. 정권 친화적인 인사로 채워진 방통위와 KBS 이사회에서 김의철 전 사장의 해임과 박민 사장을 임명한 건 우연이 아니다.  

  또한 KBS는 박민 사장 취임 후 쇄신이라는 명목으로 시사 프로그램 <더 라이브>를 폐지하고 라디오 프로그램 <주진우 라이브>의 진행자인 주진우 기자를 강제 하차시켰다. 두 프로그램은 여권 정치인들로부터 편파 방송이라 공격받아 온 바 있다. 편파의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은 채 프로그램 및 진행자를 내치는 일방적 결정을 국민이 납득할 리 없다.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측면을 살펴볼 때 박민 사장의 사과는 방송 장악을 합리화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방통위와 KBS로부터 ‘낙하산 임명’을 받은 박민 사장은 공영방송이 정부의 꼭두각시가 되기를 자처하는 것인가. 취임 직후 진행하는 보여주기식 사과는 KBS의 쇄신과 되려 멀어지는 길이다. 박민 사장은 방송 장악에 앞장섰던 과오를 깨달을 때, 사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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