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9일 이규민 한국교육평가원장이 사퇴를 발표했다. 모의평가 난이도를 이유로 교육평가위원장이 사퇴한 최초의 사례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5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이 사상 초유의 사태는 당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으로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수능을 두고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은 배제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 경질과 출제기관 감사 계획이 발표되며 교육계는 혼란스러워졌다. 

  당해 모의평가를 바탕으로 수능 문제를 예측해야 하는 수험생의 입장에서 기습적인 출제 기조 변화 지시는 큰 부담이었다. 대책 없는 즉흥적 발언으로 올해 수능은 그 어느 해보다 출제 경향 예측이 어려웠다. 무책임한 지시에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은 것은 50만 4588명의 응시자였다. 

  정부는 킬러문항 배제는 발표했지만 이를 대신할 ‘체감 난이도는 낮으면서 변별력 있는 문항’을 마련할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16일 치러진 2024학년도 수능은 이전까지 볼 수 없던 까다로운 유형의 문제가 출제되는 등 ‘불수능’이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EBS의 수능 체감 난이도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2764명 중 85.9%가 수능이 어려웠다 답했다. 

  단 한 문제로 대학 진학이 결정되는 수능 중심의 대입 체제는 명백한 문제다. 사교육 의존도를 줄인다는 취지 또한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이는 수능 출제 방편으로 해결할 수 있는 현안이 아니다. 본질적으로 대입 제도를 개편하기 위해 교육계의 긴밀한 협업으로 정교한 해결책을 숙고해야 한다. 정제되지 않은 지시로 혼란만 가득했던 5개월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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