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동부를 종단하는 우람한 태백산맥의 줄기를 따라 내려오면 경상북도에 위치한 팔공산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대구광역시와 경산시 등에 걸쳐 넓게 자리 잡고 있는 팔공산은 비슬산과 더불어 대구의 양대 산으로 알려져 있죠. 이곳은 불교문화의 중심지로 수많은 사찰이 산재해 있는데요. 그중 하나인 관암사에서 출발해 1년 365일을 뜻하는 1365계단을 따라 45분 정도 등산하면 비로소 정상에 도착합니다. 이곳에 펼쳐진 웅장한 암벽을 올려다보면,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갓바위’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갓바위에는 매년 특별한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바로 그해 수능을 앞둔 수험생과 가족들입니다. 갓바위의 정식 명칭은 ‘경산 팔공산 관봉 석조여래좌상’으로 불상이 쓰고 있는 갓이 학사모를 닮았다 하여 시험을 앞둔 이들에게 효험이 있다는 미신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수험생과 그 가족들은 간절함과 염원을 가득 담은 소중한 마음을 품은 채 1365개의 계단을 하나씩 올라 갓바위 앞에서 대학합격을 기원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노력과 희망이 갓바위와 함께 어루만져져, 더 나은 미래를 향한 길에 대한 확신을 심어줍니다. 

  수험생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는 갓바위는 처음부터 학사모를 쓰고 있었을까요. 불상의 머리 위에 얹어져 있던 것은 사실 어여쁜 한 봉우리의 연꽃이었습니다. 팔각형 연꽃무늬 관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훼손되어 지금의 학사모 형태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변화가 불변의 희망을 상징하게 되었죠. 갓바위를 만들던 조상들은 시간과 자연이 만들어 낸 변형이 지금을 살아가는 수험생들에게 작은 희망을 건넬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요. 세월이 만들어 내는 변수는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간절한 땀방울이 맺혀 만들어진 하루들의 연속,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동굴 속에서 방향을 잃은 듯한 느낌. 갓바위를 찾는 학생들의 마음 한편 무겁게 자리하고 있는 이 마음들을 우린 감히 헤아릴 수 없을 것입니다. 어느덧 수능이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길을 잃은 학생들에게 당신의 앞날에도 각자만의 어여쁜 연꽃 한 송이가 놓여있을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세월의 변수로 인해 뜻밖의 선물로 재탄생할 연꽃 말입니다.  

  모두의 염원이 차곡차곡 쌓인 갓바위가 그곳을 찾는 이들에게 잠시나마 마음의 쉼터가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해발 850m의 정상에서 찾은 평온이 현재의 고통을 감싸주고, 서리꽃이 핀 추운 계절과 대비되듯 더욱 뜨거워진 열정을 되찾길 소망합니다. 그리고 훗날 그 불꽃이 더욱 빛나게 피어나길 바랍니다. 매일 아침 뜨는 해를 보며 간절히 기도하는 부모님들의 마음부터, 수험생들의 노력까지. 모두에게 진심 담아 응원을 전합니다.

 

 

 

 

 

 

 

최은서 대학보도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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