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SF를 좋아한다. 

  2019년 말,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은 후로, 나는 한국 SF 문학을 사랑하게 됐다. 사실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손에 잡히는 대로 무작정 읽으면서도, 정말 내가 좋아하는 글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었던 나는, 김초엽의 단편들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깨달았다. 영영 좋아하게 될 작품을 발견했을 때의 짜릿함이 어떤 것인지를. 마치 운명처럼 다가온 SF는 그렇게 내 전부가 됐다. 

  SF라고 하면 다들 고개를 갸웃한다. 여전히 SF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누군가는 SF를 과학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과학소설’이라고 칭하고, 누군가는 판타지와 함께 뭉뚱그려 SF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SF는 외계인을 끌어오기도 했다가, 시공간을 넘나들기도 했다가, 현실처럼 보이는 장면에 미세한 비현실을 뿌려놓기도 한다. 

  물론 지금 SF가 무엇인지에 대해 정의하자는 것은 아니다. 내가 현재까지의 논의를 모아두고 통찰하거나, 그것을 하나로 통합할 정도의 학문적 갈망이 있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가 생각하는 SF에 대해서는 말해볼 수 있다. SF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지금은 없는 기술들을 등장시키는 미래적 상상력에 기반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현재를 말하게 되는 장르이다. 먼 곳을 바라보고는 있지만, 바라보는 존재가 현실에 발을 딛고 있기에, 현실을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는 장르라는 것이다. 

  내가 처음 SF를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그건 SF의 비현실성을 기반으로 한 선호에 가까웠다. 나는 늘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었고, SF는 저 먼 미래로 가게 해 주었으니까. SF가 펼쳐 보이는 아름답지만 어쩐지 씁쓸한 세계에서 나는 잔뜩 허우적거릴 수 있었다. 그렇게나 많아 보였던 페이지의 끝으로 향해갈 때, 이 아쉬움을 누구에게 토로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손때 묻은 책을 두고 이제는 안다. SF는 결코 여기를 버리고 떠날 수 없다는 것을. 내가 사랑하는 세계는 날 데리고 떠나주기는커녕 끊임없이 현실로 복귀하게 한다는 것을. 저기서 현재를 보고, 현재를 이끌어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은 미래를 그려본다는 것을. SF는 자꾸 이분법으로 분리된 이 세계를 무너뜨린다. SF가 만들어 낸 수평적인 세계를 나는 제법 사랑하는 것 같다. SF를 따라 도망치려고 했던 나는, 이제 떠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안다. 무너질 수밖에 없는 이 현실을 무작정 사랑해도 된다는 것을 안다. 

  이유는 달라졌어도 나는 여전히 SF를 사랑한다. 그래서 나는 누구에게나 한 번은 물어보고 만다. 함께 도망쳤다가, 문득 돌아오고 싶어서. 

  SF를 좋아하세요? 

 

강주형 학생 
국어국문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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