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강의 중 ‘분단문학’에 대해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한국전쟁 체험 세대, 유년기 체험 세대, 미체험 세대의 분단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얘기했다. 강의를 마칠 무렵 통일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어 젊은이들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통일비용까지 짊어지기에는 너무 힘들지 않겠냐고 한 학생이 얘기했고, 모두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아무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요즘에는 언론에서도 문학권에서도 통일에 대한 논의는 쑥 들어가고 말았다.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은 미사일 실험을 한 달에 한 번은 하는 것 같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이후 삐진 아이처럼 등을 돌리고 있다. 이러니 통일에 대한 논의가 진전될 턱이 없다. 어떤 때는 요즘 통일부에서는 뭘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탈북 문인들과 북한 사정을 잘 아는 이를 만날 기회가 있어서 대화를 나눠본 적이 있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 북한의 식량 사정이 더 안 좋아졌다고 한다. 국경을 몇 년 동안 완전히 봉쇄한 이유는 북한 주민 대다수가 백신을 맞지 않아 쇄국정책(?)으로 이 사태를 극복하고자 했기 때문이란다. 탈북인 수가 3만5000명에 이른다고 하는데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를 떠도는 이는 10만 명인지 그 이상인지 파악도 안 된다고 한다. 이산가족 당사자들도 이제는 거의 다 돌아가셨다. 남아 있는 분들이나마 상봉의 자리를 마련하려는 노력을 우리가 하지 누가 할 것인가.  

  탈북시인 오은정의 「씨앗」이란 시는 “봄철/씨앗 한 줌 놓고/농민은 고민한다/심을까 먹을까”가, 봉순이의 「두만강」이란 시는 “강을 건너다/얼어 죽은/어떤 아이의 시체 때문에/두만강은 여름에도 녹지 않는다”가 전문이다. 이것이 북한의 현실일진대 동포인 그들의 고통을 내 몰라라 외면해도 되는 것일까.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에서는 정전 70주년을 맞아 인류 평화에 대한 문학적 담론 형성과 국내외 예술인들의 국제적 연대 강화를 위한 ‘2023 DMZ 평화문학축전’을 10월 24일부터 10월 26일까지 개최했다. 남북하나재단 대외협력실에서는 남북작가 인천 한국근대문학관 기행 행사를 지난 4일에 가졌다. 남과 북의 작가 12여 명이 모여 허심탄회하게 한국문학의 발전을 논했다.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에서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함께 11월 7일부터 11월 8일까지 이틀간 ‘토착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국제학술포럼을 갖는다.  

  정치적인 논리로는 동서독 통일이 불가능했지만 문인과 예술가들의 동질성 회복 노력이 결국은 베를린장벽을 무너뜨렸다. 이런저런 노력이 벽돌 쌓듯이 하나둘 쌓이면 해빙의 봄이 찾아올지 모른다. 탈북자들이 낸 수기와 문학작품집의 수가 150권에 달한다. 북한이 요지부동일지라도 우리는 서독과 동독의 지식인들이 그러했듯이 통일을 꿈꾸어야 하지 않을까. 

이승하 교수
문예창작전공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