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와 ‘희망’이라는 단어는 사전적으로 명확한 관계성을 가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람의 인생에서 후회와 희망은 상관성이 있음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단순하게 특정 단어를 통해서 인생의 의미나 처세를 논하는 것은 부질없기도 하거니와 어려운 일이다. 다만, 삶의 태도를 생각하는 시도는 필요하고, 몇몇 단어는 그 단서로 이용해 봄직도 하다. 인생은 길다. 학업과 취업, 연애와 결혼 등과 같은 삶의 요소들은 자연적인 삶의 이벤트로 보이지만,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노력과 태도에
‘20’이라는 숫자는 내게 정말 특별한 숫자였다. 내게 ‘20’은 또 다른 시작, 변화, 자유 등의 상징이었다. 중학생 시절부터 고등학교 3년간 나의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나는 20살에 대한 큰 환상을 가지고 있었고 열렬히 갈망하였다. 내가 그토록 스물을 갈망해왔던 이유에 대해 얘기해 보려 한다. 중학교 시절 처음 가졌던 꿈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수업을 듣고 학원에 간 후 집에 와 잠에 드는 평범한 일상을 반복하는 나의 눈에 그들의 삶은 자유로워 보였다. 나도 그들과 같은 세상에
문예창작전공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소설가가 될 수 있느냐고 가끔 질문하곤 한다. 수업 시간에 뛰어난 작품을 써내고 책을 많이 읽은 학우들에게 부러움을 느끼고 위축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글을 잘 쓰고 책을 많이 읽으면 작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대로 말하면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국내에서 가장 큰 한 청소년문학상이 코로나 이후 사 년 만에 대면으로 개최되었다. 작가를 꿈꾸는 전국의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응모작을 받아 예심을 거쳐 통과된 70여 명과 시, 소설 심사위원들이 함께 이박삼일 예정으로 문예 캠
연말 시상식. 누군가는 울먹이며, 또 누구는 벅차 떨리는 목소리로 동료의 이름들을 호명한다. 제삼자인 시청자로선 다소 미적지근하게 느껴지곤 했던 시간인데. 매주 신문이라는 어엿한 ‘작품’을 만드는 입장에 서 보니 결국 그 작품이 나오기까지 도움을 주었던 이들의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오르더라. A3 정도 크기의 종이가 열두 바닥, 혹은 열여섯 바닥. 그 주의 세상이 여기 담긴다. 한정된 지면 안에서 양질의 정보를 밀도 높게 구성하는 데는 취재원의 인용구 한 마디 마디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인터뷰 가능 여부를 물
자본주의가 새로운 노동계급, 숲, 석유 유전, 자원의 보고 등에서 압출해 낼 수 있는 양은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또한, 자본주의의 신진대사는 본질적으로 자원들을 한계까지 고갈시키는 체계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학자 제이슨 W. 무어는 자본주의에서는 새로운 프런티어가 중요하며, 프런티어가 더 존재하지 않는 이상 저렴한 자원이 종말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즉, 저렴한 4가지 – 프롤레타리아 계급으로부터 압출한 저렴한 노동력, 화학비료와 저렴한 식량, 착취해낸 저렴한 원료, 그리고 원료 기반의 저렴한 에너지가 고갈되는
44년 전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1주일에 한 번 발행되는 학교 신문을 매우 꼼꼼하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 시대 어느 대학을 다니던 대학생 대부분이 학교 신문을 탐독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학생이라는 자긍심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정보를 취득할 매체가 별로 없었고 기성 신문과 방송과 달리 대학생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중앙대 교수로 부임한 초기에는 중대신문을 찾아 읽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중대신문을 찾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중앙대 학생들이 중대신문을 별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중대신문을 읽고 학생들과 대화
가까운 과 동기 덕분에 종종 중대신문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평소 신문과는 거리가 가깝지는 않았지만, 신문 속 내용이 우리 또래의 친구들에게 친근한 주제들을 다루어 편하게 읽고는 했다. 특히 중앙대생이라면 공감할 만한 기사도 있어 주변 내 동기들에게도 시간이 된다면 부담 없이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지독하게 더웠던 요즘 날씨 탓인지 ‘올여름 폭염, 약자에게 더 가혹했다.’ 기사가 기억에 남는다. 에어컨의 시원한 공기에 너무 익숙해진 것일까? 에어컨이 없어 선풍기로 겨우 버텨나가는 쪽방촌 사람들, 뜨거운 열기
방학이 되어 학업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고 심적으로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시간이 많아지니 뭔가 답이 정해지지 않은 질문에 빠지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 따위의 무수한 공상에 빠지고 뒤따라오는 감정의 요동에 휩쓸린다. 우리는 이러한 종류의 생각을 할 때면 순간 느껴지는 감정을 주제로 삼곤 한다. 왜냐하면 단어로는 쉬운 이 감정이란 친구는 너무 추상적이고, 복합적이고, 인간으로 하여금 일을 그르치게도 만드는 일생의 난제이기 때문이다. 도를 깨우친 성인(聖人)이 아닌 이상, 우리는 살아가며 신나는 일이 생기면 웃다가도, 화나는 일이 있으면
알프스 빙하가 녹으며 수십 년 전 실종된 사람들 시신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투발루는 해수면이 높아지며 점차 물에 잠기는 중이다. 모두 지구온난화의 증거다. 먼 곳에서 드문드문 일어나는 것 같았던 지구온난화. 이제는 가까이에서도 그 이상 징후가 보인다. 본래 새파란 한반도 겨울 하늘을 날던 민물가마우지. 물고기를 멋지게 낚시해 시선을 끌던 겨울 철새는 이제 양식장 강도 취급을 받는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될 예정이다. 텃새가 돼 사계절 내내 서식하기 시작하면서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민물가마우지뿐이
“나는 부모님이 모두 교도소에 수감된 평범한 중학교 3학년 학생이다.” -『나답게 꿋꿋하게 살아가는 법』- 흔히 피의자 신상공개를 ‘피의자와 인격권’과 ‘국민의 알권리’를 가르는 분수계로 인식한다. 모두가 그 경계선에 주목하며 치열한 논쟁을 벌일 때, 그 능선에 낙인과 혐오로 얼룩진 피의자 주변인의 존재는 쉽게 지워진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조 등에 따라 피의자의 얼굴, 성명, 나이 등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국민의 알권리 보장 및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750만 재외동포 여러분!” 15일 윤석열 대통령은 존경하는 국민을 외치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 경축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뒤를 잇는 말들은 첫마디의 진정성에 의문을 남긴다. 윤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며 위기의식을 불러왔다. 대선 당시 야권을 공산주의자에 비유한 대통령을 떠올리면 ‘반국가세력’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세력 모두를 의미하는
콘크리트와 철근의 선팽창계수가 유사한 것은 신이 인류에게 선사한 축복이라고들 한다. 두 재료 모두 온도가 상승할 경우 팽창하는 길이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결합된 철근 콘크리트는 인류의 건축 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건축 기술의 발전과는 다르게 한국의 건설 노동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자꾸만 목숨을 잃는다. 9일 안성시의 상가 신축 공사 현장에서는 9층 데크플레이트가 붕괴돼 8층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노동자들을 덮쳤다. 전문가들은 ‘예견된 사고’였다는, 가장 안타까운 분석을 내놓았다. 이번 사고
벼락치기 하는 친구 곁에 있으면 괜히 나도 불안해진다. “이렇게 해서 되겠어, 지금부터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라는 의문이 가득하지만, 가뜩이나 급한 마당에 굳이 그런 말을 꺼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벼락치기의 목표가 시민의 안전과 질서를 보장하기 위함이고, 그 주체가 한 국가의 정부라면 상황은 더이상 좌시할 수 없는 것이 된다. 최근 뉴스를 보며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일종의 ‘벼락치기식 행정 운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정부가 어떤 사안에 관해 총동원령을 내리기 위해
‘잠이 곧 보약’이라는 말이 있듯 수면은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방학 동안 생겨버린 불규칙한 수면 습관은 수면부족이나 불면증으로도 이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수면 습관에 문제가 생기면 뼈 생성과 파괴를 조절하는 ‘칼시토닌’ 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생긴다. 이는 골다공증 등의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면 부족이 지방도 키운다는 미국 메이요 클리닉의 연구도 있다. 체중 증가는 척추 및 무릎 관절이 받는 부하를 높이기도 한다. 효율적인 학습을 위해서도 양질의 수면이 필요하다.
바쁜 학교생활을 탓하며, 중대신문을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다. 그러던 중, 감사하게도 중대신문에 내 생각을 담을 기회가 주어져 중대신문을 읽게 되었다. 이번 중대신문은 대학 언론사답게 교내 소식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를 담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내 눈을 사로잡았던 것은 다빈치캠에 관한 기사였다. 중앙대에는 서울캠과 다빈치캠, 이원화 캠퍼스가 있다. 다빈치캠은 서울캠과 달리 일부 이공계열 전공과 대부분의 예체능 전공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일부 학생들은 두 캠퍼스를 다른 학교로 인식하며, 타 캠퍼스를 무시하기에 이
인쇄 조보를 알리고 조명하는 제5회 국제학술심포지움이 9월에 열린다. 기존 인쇄신문의 역사가 서양의 인쇄술을 중심으로 한 유럽 중심의 관점이었다면 앞으로 동아시아에서 발행한 인쇄 매체 기술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1650년에 발행한 이 세계 최초 일간 인쇄신문으로 알려져 있다. 이보다 80여 년 앞선 조선에서도 정보 매체를 인쇄해 배포했다는 기록이 여러 사료에 있었으므로 비교될 수 있었으나 실물로 확인되지 못했다. 따라서 2017년 발견된 인쇄 조보는 조선 시대 신문의
처음 중대신문에서 기고 요청을 받았을 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중대신문은 방학 중 진행된 구성 회의에서 가장 많은 스크랩이 있었던 신문이다. 본받아야 할 중대신문을 비평하라니, 어려운 요구가 아닐 수 없었다. 2023년에 학생들이 신문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웬만한 소식은 학교 누리집이나 에브리타임, 자치 기구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초연결 시대에 학보사의 입지는 어디일까. 중대신문은 그 돌파구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중대신문은 학생들에게 읽힐만한 기사로 가득 찼다. 학교 이야기, 청년 이야기,
이 글은 영화 속 한 장면에서 시작한다. 아직도 이 연극이 이해가 안 돼. 배우는 연극 도중 자신이 맡은 배역의 행동이 이해가지 않는다. 그러자 배우는 무대를 벗어나 이유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지만 답은 없었다. 그가 마주한 것은 그럼에도 자신이 연기를 잘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배우의 말을 조금 바꿔 자주 생각한다. 아직도 이 세상이 이해가 안 돼. 그것은 성인이 된 내가 세상과 마주하면서 생긴 일종의 투정이자 두려움이었다. 여전히 이 세상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 투성이인 세상.
여러분의 장래 희망은 무엇인가요? 이미 직업이 있는 분이라면, 꿈꾸던 일을 하고 계신가요? 기자는 살면서 뚜렷한 장래 희망을 그려본 적이 없습니다. 직업에 대해서도 그저 ‘먹고 살 수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하는 막연한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수강한 언론사 아카데미에서 선생님의 말씀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 인생 대부분이 일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일에 대한 애정이 곧 우리 삶의 태도가 된다는 것이었죠. ‘기레기’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기자라는 직업의 인식이 바닥을
“언론은 인간이 인간답다는 것을 증명한다. 폭력과 무력에 저항하며 평화를 구축해 가는 힘이 바로 언론이다. 문(文)은 무(武)보다 강하다.” 필자가 지원할 수 있는 대학 원서의 수만큼 신문방송학과에 원서를 내고 무료한 나날을 보낼 때 필자의 어머니께서 쥐여주신 쪽지다. 당시 언론인을 꿈꾸는 딸에게 자신감을 가지고, 대학에서 보낼 앞으로의 나날들을 응원한다는 의미에서 전한 문장이라 생각했다. 학보사에서 2년간 활동한 뒤 어머니께서 건넨 쪽지를 다시 돌아보니, 문장이 전하는 의미가 이전과는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