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창작전공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소설가가 될 수 있느냐고 가끔 질문하곤 한다. 수업 시간에 뛰어난 작품을 써내고 책을 많이 읽은 학우들에게 부러움을 느끼고 위축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글을 잘 쓰고 책을 많이 읽으면 작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대로 말하면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국내에서 가장 큰 한 청소년문학상이 코로나 이후 사 년 만에 대면으로 개최되었다. 작가를 꿈꾸는 전국의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응모작을 받아 예심을 거쳐 통과된 70여 명과 시, 소설 심사위원들이 함께 이박삼일 예정으로 문예 캠프를 떠났다. 1일 차와 백일장이 열리는 8월 1일에 문학 수업이 두 번 있었다.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참가 학생들이 제일 기대하는 시간이라고 했다. 나는 일반 고등학교와 예술 고등학생들이 섞인 ‘소설4반’을 담당하게 되었다. 문학 수업은 문예창작과 수업 중 창작 전공에서도 무척 중요한 시간이라고 말할 수 ‘합평’을 하게 돼 있었다.  

   백일장을 앞두었기 때문인지 첫날 문학 수업은 선생의 말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학생들의 열의와 긴장감으로 강의실 공기가 팽팽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다른 학우들이 발언할 때나 자신의 작품이 아닌 글에 대해 누군가 이야기하는 동안은 경청하는 학생이 드물어 보였다. 특히 높은 성적으로 예심을 통과한, 중고등학교 내내 소설 좀 써봤다 하는 학생들이 내 눈에는 그러해 보였다. 스스로 글쓰기가 부족하다는 걸 아는 학생들일수록 모두의 말에 경청하고 집중하며 배우고 싶어 했다. 백일장이 끝나고 진행된 두 번째 문학 수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심사 결과, 소설4반에서 여러 명이 은상과 동상을 받았다. 그중 원래 글을 잘 쓰던 두어 명을 제외하고 수업 내내 누군가 발언할 때마다 잘 듣고 이해하려고 애쓰고, 문학이란 글쓰기 솜씨를 뽐내는 작업이 아니라 타인에게 관심을 두고 돌아보는 일이 시작이라는 점을 알아가는 학생들이었다. 쓰기 기술은 서툴러도 이웃과 옆 사람을 돌아보는 글을 써낸. 내 글, 내가 하는 말에만 관심 있는 학생들이 좋은 작가가 되는 경우는 드문데, 꼭 문학에서만 그럴까.  

  종강할 때 가끔 작가 토니 모리슨의 말을 학생들에게 들려주고는 한다. 작가와 사람으로 살아가는 역할에 대해서 토니 모리슨은 “우리는 최선을 다해 타자를 상상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타인을 생각하지 않고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좋은 작가,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고 나는 믿는다.  
이제 며칠 후면 개강을 한다. 학교에서의 나를 한번 돌아보고 토니 모리슨의 문장을 자신에게 적용해 보는 것도 좋겠다. 나는 최선을 다해서 경청할 것이다, 나는 최선을 다해서 성실할 것이다, 등등. 나도 최선을 다해서 나의 부족함을 인식하는 중이다. 적어도 지난 학기보다는 나은 사람이 되어서 2학기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니까. 

 

 

 

 

 

조경란 교수
문예창작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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