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인간이 인간답다는 것을 증명한다. 폭력과 무력에 저항하며 평화를 구축해 가는 힘이 바로 언론이다. 문(文)은 무(武)보다 강하다.”  

  필자가 지원할 수 있는 대학 원서의 수만큼 신문방송학과에 원서를 내고 무료한 나날을 보낼 때 필자의 어머니께서 쥐여주신 쪽지다. 당시 언론인을 꿈꾸는 딸에게 자신감을 가지고, 대학에서 보낼 앞으로의 나날들을 응원한다는 의미에서 전한 문장이라 생각했다. 학보사에서 2년간 활동한 뒤 어머니께서 건넨 쪽지를 다시 돌아보니, 문장이 전하는 의미가 이전과는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2017년, 한 여성이 자신의 아이가 사람들에 밀려 홀로 버스에서 내렸다며 버스 기사를 향해 문을 열어달라고 청했다. 하지만 버스 기사가 이를 무시하고 다음 정류장에 내려주며 욕설까지 했다는 내용의 커뮤니티 글이 기사화됐다. 버스 기사를 향한 숱한 비난이 쏟아졌다. 서울특별시버스운송사업조합 게시판엔 버스 기사의 처벌을 요청하는 글이 폭주해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사건은 진실이 아니었다. 아이는 사람들에 밀려 내리지도 않았고, 버스 기사는 여성의 말을 무시하지도 않았다. 승객이 정류장을 놓치고 내려달라고 한 것으로 인지해 안전을 고려하여 다음 정류장에 내려드리겠다고 안내했다. 욕설을 한 적도 없었다. 버스 기사는 큰 충격에 자살까지 생각했으며, 밥 한 끼 못 먹고 잠 한숨 못 자는 후유증을 앓았다. 병원에서는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에 여론의 비난은 다시 여성과 게시글 최초 작성자를 향했다. ‘240번 버스 사건’이다. 

  해당 사건에서 가장 큰 잘못을 저지른 주체는 누구인가. 필자는 커뮤니티의 글을 취재 없이 기사화한 언론사를 꼽겠다. 최초보도 한 언론사는 사건의 중심인 버스 기사 당사자를 취재하지 않았다. 커뮤니티의 글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팩트체크 과정도 없었다. 최초보도한 언론사뿐만이 아니다. 최초보도한 언론사의 기사를 그대로 베낀 수십 건의 기사가 생산됐다. 잘못 쓰인 기사는 그대로 날카로운 흉기가 돼 버스 기사를 공격했다.  

  문(文)은 무(武)보다 강하다. 언론의 손끝에서 나온 글과 입 밖으로 나온 말은 ‘무’보다 강하다. 때때로 ‘문’은 강도가 든 흉기보다 더 큰 위협이 되어 사람을 공격한다. 무엇보다 언론의 ‘문’은 글을 그 어떤 주체보다 빠르고 넓게 ‘공론화’하는 기능을 가진다. 여론을 타고 흘러 더욱 날카롭고 깊게 누군가를 찌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꺼내본 쪽지의 진정한 의미는 딸이 ‘문’의 힘을 항상 염두에 두고 진실한 언론인이 되기를 당부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언론의 ‘문’은 사람들의 시야를 넓힐 수도, 가릴 수도 있다. 선택을 위한 견문을 제공할 수도, 잘못된 선택으로 끌고 갈 수도 있다. 언론이 가진 힘을 동경해 신문방송학과에 원서를 넣었던 필자가 이제는 언론이 지녀야 할 책임감의 무게를 배워 잊지 않겠다 다짐하며 중대신문에서의 글쓰기를 마친다.

안소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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