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모님이 모두 교도소에 수감된 평범한 중학교 3학년 학생이다.”  
-『나답게 꿋꿋하게 살아가는 법』- 

흔히 피의자 신상공개를 ‘피의자와 인격권’과 ‘국민의 알권리’를 가르는 분수계로 인식한다. 모두가 그 경계선에 주목하며 치열한 논쟁을 벌일 때, 그 능선에 낙인과 혐오로 얼룩진 피의자 주변인의 존재는 쉽게 지워진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조 등에 따라 피의자의 얼굴, 성명, 나이 등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국민의 알권리 보장 및 피의자의 재범 방지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피의자의 신상이 언론에 공개된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일개인의 범행사실에 대한 대국민의 들끓는 분노가 그의 가족에게까지 흐르며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미디어를 통해 자행되는 이른바 ‘신연좌제’는 사회적 낙인과 편견을 생산한다. 이는 피의자 가족의 삶 곳곳에 스며들어 한평생 흉터로 자리 잡는다. 피의자 가족이라는 꼬리표는 그들의 모든 행동에 있어 강력한 제약을 부여한다.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인격 훼손이 합리화되는 이 사회를 과연 정의롭다고 말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헌법 제13조 3항은 자기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해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연좌제는 근대형법상 형사책임 개별화의 원칙이 확립되기 전 사회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사용된 수단이다. 약 100년 전에나 자행되던 구시대적인 관행을 언제까지 은밀히 이어갈 것인가. 핏줄을 이유로 연대 책임을 묻는 행위에 대해 사회 모든 이들이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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