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와 철근의 선팽창계수가 유사한 것은 신이 인류에게 선사한 축복이라고들 한다. 두 재료 모두 온도가 상승할 경우 팽창하는 길이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결합된 철근 콘크리트는 인류의 건축 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건축 기술의 발전과는 다르게 한국의 건설 노동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자꾸만 목숨을 잃는다. 9일 안성시의 상가 신축 공사 현장에서는 9층 데크플레이트가 붕괴돼 8층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노동자들을 덮쳤다. 전문가들은 ‘예견된 사고’였다는, 가장 안타까운 분석을 내놓았다. 이번 사고를 유발한 데크플레이트와 작년 동일한 원인으로 발생한 안성 물류창고 붕괴사고를 함께 살펴볼 때, 이번 사건은 예견 가능한 참사였다. 예견 가능함이 예방 또한 가능함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몇 번이고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데크플레이트는 현장에서 사용된다. 데크플레이트가 노동자의 안전보다는 공사기한을 단축하기 위해 고안됐기 때문이다. 지지대 없는 데크플레이트에서 작업해야 하는 상황은 보호받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노동자가 처한 현실과 닮았다. 빠르게 건물을 올리는 데 혈안이 된 시공사는 건설 현장의 슬픈 은유를 보지 못한다. 

  콘크리트와 철근의 유사한 선팽창계수는 건축계의 진일보를 이끌었다.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도 다른 맥락의 ‘선팽창계수’가 일치돼야 한다. 건물을 높게도 올리며 많은 부를 쌓고자 하는 이들은 그전에 노동자의 안전 또한 같은 정도로 보장돼야 함을 알아야 한다. 노동자 없는 건물은 철근 빠진 콘크리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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