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천천히 한 글자씩 음미하듯 따라간다. 글보다는 디지털 매체와 더 친해진 요즘, 글자가 어색하고 글을 읽는 속도도 예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전에 읽은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 되돌아가 다시 읽는 경우도 빈번하다. 생활 속에서도 그렇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금방 잊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최근에는 짧게라도 그 순간을 기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한다. 기록에는 우리가 담고자 하는 가치가 들어가게 된다. 나의 기록이 내 자신의 주변에 일어나는 일을 써 내려가는 것이라면, 신문은
7, 8월에 이어 9월에도 더운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의 올여름 평균 기온은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높았고, 전 세계 평균 기온도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이에 대해 명백히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라고 경고했다. 기후 위기가 엄습하고 자연재해가 계속되며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중대신문 역시 여러 사회문제 중에서도 환경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호 신문에 대한 담론분석을 해봐도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단어는 ‘중앙대’, ‘영어강의&rs
당신은 묻는다. 지구 종말, 혹은 사랑. 당신의 화두는 둘 중 어느 쪽이냐고. 망설인다. 어느 한 쪽을 택하기보다는, 어느 한 쪽을 택하지 못함에 안타깝다. 영화 은 오늘날 우리에게 당도한 자아와 세계의 분열에 질문한다. 지구 종말과 사랑 사이, 당신은 어디를 보고 서 있냐고. 나는? 종말에 맘 졸이며 사랑에 애태운다. 취약한 세계에서 공존을 고민하는 마음과 굼뜨고 애처로운 마음, 모두 소중하다. 도시는 궁핍하고, 정치는 퇴행하며, 지구는 망가져 간다. 쇠약해진 사회를 지켜보며, 자신과 세계의 합치를 고민하
꼬박 10년 전 9월, 데이비드 호크니의 이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되었다. 높이가 4.5m, 폭이 12m에 이르며 모두 50개의 캔버스가 하나의 작품을 이루는 이 거대한 풍경화를 직접 본 이후 나에게 9월의 모든 풍경은 을 관통하여 조망된다. ‘보는 것’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까닭은 내가 화가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호크니가 그의 주변 사람들과 자연 풍경을 관찰하는 방식, 그러니까 카메라의 핀홀과 같이 고정된 시점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정부는 ‘2024년 예산안’을 발표하며 건전재정 기조를 흔들림 없이 견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내년 총지출은 올해보다 약 2.8%가 증가한 656조 9000억원으로 근 20년 이래 역대 최저의 예산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나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명시된 12개의 예산 항목 중 지출구조조정의 몫은 오로지 연구개발(R&D) 분야 앞에 지워졌다. 내년도 R&D 예산은 올해 대비 약 16.6% 줄어든 25조 9152억원으로 편성됐다. 지난 10년간 정부 총지출 대비 R&D 투자 비중이 5% 내외를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무신사, 에이블리, 지그재그…. Z세대 소비의 중심으로 ‘울트라 패스트 패션’ 시장을 주도하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은 입점한 쇼핑몰의 상품을 한데 모아볼 수 있어 편리하다. 개별 쇼핑몰을 일일이 방문하지 않아도 유행을 파악해 이른바 ‘가성비 인싸템’을 구매할 수 있다. 급성장 중인 중국의 울트라 패스트 패션 브랜드 쉬인에는 하루에 최대 6000종의 상품이 올라온다. 이들은 디자인부터 판매까지 걸리는 기간을 5~7일로 단축해 유행을 더욱 잘게 쪼개고 있다. 유행의 첨단을 달리는 소
통화를 하는 것이 두렵습니다. 취재처에 연락할 때면 대본을 작성하고 오랜 시간 심호흡을 거친 후에나 수화기를 들 수 있습니다. 수신음이 이어질 때면 전화를 받지 말아줬으면 하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상대방이 내 말을 곡해하진 않을지, 목소리가 듣기 불편하진 않은지, 전화를 거는 시간이 적절한지 항상 고민하게 됩니다. ‘콜 포비아’입니다. ‘콜 포비아’는 정신과 의사 존 마샬의 저서 『소셜 포비아』에서 처음 등장합니다. Call과 Phobia의 합성어인 ‘콜 포비아’는 전
지난 제2045호에서는 최근 기업 및 기타 조직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활동 그리고 우리 사회의 소수자와 약자들에 관련된 주제들이 다루어졌다. 6면과 7면에서는 인구 감소로 인하여 점차로 수가 늘어나고 있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의 어려운 현실이 집중적으로 보도되었다. 탑다운 방식에 의한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향후 지자체의 처우 개선 노력이 최우선으로 선행되어야 하고 주민 및 사회적 관심과 노력이 요구된다. 10면과 11면에서는 학교 급식노동자들의 열악한 상황이 보도되어 읽는 이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MZ세대는 새로운 미식의 세대로 불린다. 맛뿐만 아니라 보이는 모습과 식당의 분위기 등이 모두 중요하다. 바야흐로 ‘먹잘알·쩝쩝박사’들이 환영받는 시대다. 하지만 그릇 넘치게 쌓인 음식, 흘러내리는 육즙 등 맛집 인기 메뉴를 보고 있으면 뱃살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비만 환자는 5년 전과 비교해 약 56%나 증가했다. 고혈압, 당뇨 등 각종 만성질환의 근원인 비만은 몸무게를 지탱하며 기둥 역할을 하는 척추에도 악영향을 준다. 체중 증가에 따른 척추 부
‘스탕달 증후군’, 들어본 적 있는가? 나는 내가 이걸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아무리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해도 보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되는 게 가능해?’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내 경우는 예술 작품은 아니었고, 기절하는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심장이 빨라지고 나도 모르게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나는 경험은 상당히 놀랍고 당황스러운 경험이었다. 그래서 뭘 보고 그랬냐, 라고 묻는다면 지난 제2045호의 ‘사람’ 면에서 소개된 천체 관측 동아리 코스모스가 큰 힌트가 될 것
2일 토요일 오전이었다. 개강에 맞춰 청룡연못 대청소가 한창이었다. 작업 중인 한 분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연못에 물고기가 있습니까?” “아니요, 없어요.” “여기 거북이 한 마리 있었는데요.” “작업하면서 뭍으로 올려놓았어요. 물이 채워지면 다시 들어올 거예요.” 나는 안도했다. 청룡연못에 생명이 넘치던 때가 있었다. 화려한 색의 잉어들도 있었고, 여러 종류의 물고기들도 어울려 헤엄쳤었다. 어느 순간 모두 사라졌고, 청룡연못은 &lsquo
‘도둑질 빼고는 다 배워라’ 나의 부모님께서 늘 귀가 닳도록 해주신 말씀이다. 어렸을 적에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지만, 대학생이 되고 전역을 하며, 사회로 한 걸음씩 나아갈 때마다 비로소 그 말의 뜻을 헤아리게 되었다. 새내기 때 그저 생각 없이 나가서 놀았던 술자리까지 사소하지만, 추억이 되고 경험이 된다. 우리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격언을 유년 시절부터 정말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한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로, 실패를 달가워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실패가 가져다주는 좌절감이나 당혹감,
여성가족부가 ‘양성평등주간’을 맞이해 발표한 ‘2023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은 생색내기에 불과했다. 여성 고용률이 처음으로 60%대에 진입했다는 사실을 전면에 내걸었고, 위아래로는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제도 활용 증가, 가사노동 분담 개선 등 ‘긍정적인’ 수치들이 나란히 적혔다. 여성의 삶이 과거보다 나아졌다는 근거만 선별해서 모아둔 것이다. 고용률이 말해주지 않는 사실들이 있다.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27년째 OECD 국가 중 1위로 약 31.1%에 달한다. 여성
한쪽의 이득과 다른 쪽의 손실을 더하면 제로(0)가 되는 제로섬게임과 양측 경쟁자의 이득과 손실 합계가 0이 아닌 논제로섬게임이 있다. 일반적으로 현실 세계에선 손해와 이익을 더해 ‘0’이 되기보단 ‘0’이 되지 않는 상황이 더 많이 존재한다. 서울특별시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의 49재인 9월 4일, 전국 교사들은 대규모로 연차나 병가를 내고 추모에 동참했다. ‘공교육 멈춤의 날’로 명명된 이날, 교사들은 교실 밖으로 나와 공교육 정상화를 촉구했다. 현실성 있는 대책
최근 필자는 외출 시 분신처럼 챙겼던 무선 이어폰을 멀리하는 중입니다. 주변음 차단 기능을 가진 성능 좋은 무선 이어폰을 사놓고 말이죠. ‘대낮 번화가에서 누군가 나를 해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처음 가져봤기 때문인데요. 과민반응인가 싶었다가도 ‘대낮’, ‘칼부림’, ‘번화가’ 등 서로 조화되지 않는 단어들이 난무하는 기사 헤드라인을 보며 오늘도 습관적으로 챙긴 무선 이어폰을 가방 속에 그대로 둡니다. ‘치안 강국’은 옛말이
8월 31일은 기자의 생일입니다. 2년 전 이맘 때 적금을 들었던 날이 생각납니다. 스물두 살의 여름에는 유난히 기자의 인생에만 힘든 일이 많이 닥친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올 해가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버틸 수 있을까? 올해를 버티면 뭐가 남지? 또 힘든 내년?’ 내일이라고 해서 더 좋아질 게 없는데 과연 내년이면, 내후년이면 좋아질까요. 2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위의 질문에 대답하자면 ‘무조건 YES’라고 확신 있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적금을 들게된 것은 우연한 계기였습니다. &ls
중대신문은 매주 ‘중대신문을 보고’라는 꼭지를 통해 중대신문을 읽는 독자분들의 글을 기고받고 있습니다. 16면의 방대한 신문을 읽고 쓴 감상 글에 기자가 쓴 기사가 등장할 때면 뿌듯함을 느끼곤 합니다. 그 내용이 아쉬움일지라도 기자의 글을 꼼꼼히 읽어주신 독자가 있었다는 점에 감사함을 느끼죠. 8월 21일 제2043호의 라는 글은 기자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습니다. 대학보도부를 이끌었던 지난 학기를 반성하게 하고 문화부를 이끌 이번 학기에 대한 고민을 깊어지게 했죠. 글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여백이
과거로부터 이어진 폐단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논조가 바뀌어 온 공영방송들은 되풀이되는 참상을 막으려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군사작전과도 같이 이뤄지는 언론장악 앞에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시작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였다. 방통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을 대통령이 지명하고 여당 추천 인사 1인, 야당 추천 인사 2인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로, 야권 인사 3인과 여권 인사 2인의 합의제 기구다. 그러나 지난 5월, 여권과 야권 인사가 2:2인 상황에서 야당이 지명한 한상혁 방통위장이 면직되며 방통위의
역시 신문은 신문지로 읽어야 제맛이야~ 모바일 버전이 있긴 해도 신문은 큰 지면을 펼쳐 한 장씩 넘기며 읽어야 그 재미가 쏠쏠하다. 비 오는 날에는 신문지 특유의 잉크 냄새도 더 진하고 스마트폰에 열중하고 있는 인파 가운데서 유유히 신문을 보고 있노라면 레트로 감성이 주는 묘한 매력에 빠지게 된다. 빼곡한 지면에는 세계 대학평가에 대한 소식이라던가, 변화될 캠퍼스의 모습, 몇 년 후 내 모습일 수 있는 선배들의 삶 이모저모에서부터 중대 주변 가성비 맛집에 이르기까지 중앙인들의 동공이 커질만한 만한 고급 정보들이 곳곳에 담겨 있다.
어느 때보다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개강일이 돌아왔다. 방학 동안 학교에 직접 왔었던 적은 없지만, 중대신문을 보면서 지속적으로 학교와 다양한 사회 이슈들을 접할 수 있었다. 제2044호에서 다룬 대학평가와 관련된 문제, 교양대학을 다룬 보도 기획을 읽으면서, 중대신문을 읽으면, 중앙대 학생의 학교생활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진정한 내가 누구인지 고민을 하게 된다. ‘나’는 한 단어로 단순하고 간단해 보이지만, 굉장히 추상적이고 막연한 개념이기도 하다. 제2044호의 문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