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1일은 기자의 생일입니다. 2년 전 이맘 때 적금을 들었던 날이 생각납니다. 스물두 살의 여름에는 유난히 기자의 인생에만 힘든 일이 많이 닥친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올 해가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버틸 수 있을까? 올해를 버티면 뭐가 남지? 또 힘든 내년?’ 내일이라고 해서 더 좋아질 게 없는데 과연 내년이면, 내후년이면 좋아질까요.

  2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위의 질문에 대답하자면 ‘무조건 YES’라고 확신 있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적금을 들게된 것은 우연한 계기였습니다. ‘적금 만기 때까지는 살아있 어야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처음 1년은 의심으로 가득 찼습니다. 아무래도 만기를 채울 때까지 살아있지 못할 것 같았거든요. 아무래도 그 전에 죽을 것 같은데 적금을 해지 해야 하나 매일 고민했습니다.

  흔히 사람 고쳐쓰는 것 아니라고 얘기하죠. 거짓입니다. 아무리 최악의 사람이더라도 변화는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인지는 사람마다 다르지만요. 기자는 스스로를 그리고 기자의 인생을 최악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본인조차도 인정하기 싫은 자신의 문제점을 안고 가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고치려고 노력해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되풀이하며 ‘나는 안 되는 사람인가 봐’ 자포자기하게 되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 자리에서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고 생각한 모든 순간이 정말 조금이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었습니다. 너무 미미해서 그 당시에는 변화를 알아채기 어렵지만 막상 한참 시간이 지나 뒤돌아보면 나도 모르는 새 꽤나 먼 거리를 걸어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죠.

  사람이라는 종에 닥쳐오는 모든 문제는 항상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어려운 경제적 상황도, 진로 문제도, 연애 문제와 인간관계 문제도, 삶의 의미를 스스로 찾아 내는 문제도, 고달픈 가정사도. 당장에 해결 되지도 않고 노력한다고 해서 그 결과가 눈에 보이지도 않죠. 그래서 자꾸만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리고 ‘풍덩’ 비관적이고 우울한 미래에 잠겨버리고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항상 변화는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 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2년 만기 적금 들기처 럼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인생을 소용돌이처 럼 뒤흔들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결과가 나올 때까지 ‘버티는 힘’입니다. ‘존버’라고 하죠. 존중하며 버티기라는 뜻입니다. 세상의 시간이 나라는 개인의 시간과 다르게 흘러감을 존중하고 시간의 결과를 기다리며 버티다 보면 인생에 닥친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해결 될 거라는 말을 꼭 하고 싶었습니다.

  지금 당신의 삶에 어떤 문제가 닥쳤든 그게 어느 정도이든 눈 딱 감고 우리 2년만 버텨볼까요. 그리고 2년 뒤에 그동안 어떠한 일이 벌어졌는지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좋겠습니다.

 

 

 

 

 

 

 

도다연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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