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토요일 오전이었다. 개강에 맞춰 청룡연못 대청소가 한창이었다. 작업 중인 한 분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연못에 물고기가 있습니까?” “아니요, 없어요.” “여기 거북이 한 마리 있었는데요.” “작업하면서 뭍으로 올려놓았어요. 물이 채워지면 다시 들어올 거예요.” 

  나는 안도했다. 

  청룡연못에 생명이 넘치던 때가 있었다. 화려한 색의 잉어들도 있었고, 여러 종류의 물고기들도 어울려 헤엄쳤었다. 어느 순간 모두 사라졌고, 청룡연못은 ‘청룡욕조’로 변화하고 말았다. 생명이 없는 청룡연못의 파르르한 물빛이 항상 나를 안타깝게 했다. 도대체 지난 시기에 청룡연못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대학 시설팀에 문의를 했다. “예전에는 연못의 물고기들이 많았잖아요. 언제부터 사라진 건가요?” 정미화 차장은 청룡연못의 옛 서류를 찾는 수고를 감당해주었다. “2010년 9월 6일자 서류에 ‘연꽃 및 어종 운반 작업’이라고 명기되어 있네요.” 

  청룡연못이 조성된 때가 1968년이었다. 지금은 개교일을 1916년 10월 17일로 보지만, 그 당시는 1918년 10월 10일로 보았다. 1968년 개교 50주년을 기념하여 조형물 제작이 논의되었다. 1967년부터 동창회가 나서서 기금을 모았다. 청룡상 제작은 조각가 문정화(1920~2003)가 맡았다. 청룡상이 소중한 자료를 품고 있는 타임캡슐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타임캡슐은 2068년 개봉 예정이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도 있다. 청룡연못이 조성된 곳에는 원래 조그만 자연 연못이 있었다. 지하수가 용출하던 곳에 청룡연못을 조성했다. 지하수를 막으면서, 물고기도 사라지게 되었다. 찾아보니, 2010년 9월 청룡연못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가 이뤄졌다. 연못 바닥에 돌이 깔렸고, 수위도 얕아졌다. 이제야 퍼즐이 맞춰진 셈이다. 2010년 정비를 하면서 ‘연못의 모든 어종을 이동’시킨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중요한 이유는 연못에서 발생하는 냄새와 모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냄새는 미생물 등을 통해 생태순환적인 제어가 가능하고, 여름철 모기도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어느 정도는 해결이 가능하다. 대안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생물학자 조너선 밸컴에 의하면 물고기 종류는 3만2100여 종을 훨씬 넘는다고 한다. 그는 지구상 척추동물의 약 60%가 ‘물고기’라고 했다. 그는 물고기를 ‘차가운 피를 가진 인간의 사촌’이라고 불렀다.  

  물이 있는 곳에는 물고기가 있어야 한다. 순환적 생태환경이 조성되면, 청룡연못도 생명이 충만한 자연친화적 공간으로 변모할 수 있다. 

  나는 차가웠던 지난 겨울의 한 장면을 잊지 못한다. 청룡연못도 꽁꽁 얼었다. 연못의 한 가장자리만 물이 솟구쳐 얼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곳에 새들이 몰려들어 물을 마시고 있었다. 고양이도 조심스럽게 물을 마셨다. 물은 생명과 더불어 있을 때, 푸르른 빛이 더 고와진다.

 

 

 

 

 

 

 

오창은 교수
교양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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