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양성평등주간’을 맞이해 발표한 ‘2023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은 생색내기에 불과했다. 여성 고용률이 처음으로 60%대에 진입했다는 사실을 전면에 내걸었고, 위아래로는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제도 활용 증가, 가사노동 분담 개선 등 ‘긍정적인’ 수치들이 나란히 적혔다. 여성의 삶이 과거보다 나아졌다는 근거만 선별해서 모아둔 것이다.  

  고용률이 말해주지 않는 사실들이 있다.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27년째 OECD 국가 중 1위로 약 31.1%에 달한다. 여성 노동자 시급은 1만 8113원으로 2만 5866원인 남성의 약 70%에 불과하다. 공공기관·지방공사·공단 및 500인 이상 민간기업 관리자 중 여성의 비율은 심지어 2020년의 수치를 아직도 뛰어넘지 못한다. 발전은커녕 후퇴한 것이다. 

  여성의 연령대별 고용률 그래프는 M자형 곡선이다. 가파르게 상승하던 고용률은 ‘25~29세’ 구간에서 하락하기 시작해 ‘35~39세’에서 최저점을 찍는다. 이는 여성의 경력 단절을 의미한다. 이후 다시 상승하기는 하지만 많은 이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저임금·비정규직 등 질 낮은 일자리를 선택한 결과다. 여성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약 22.8%로 남성의 약 2배이고, 여성 비정규직 비율은 약 47%로 약 31%인 남성에 비해 높은 수치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통계를 발표하며 현장 의견을 적극 수렴해 국민의 일상을 실질적으로 돕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의 의견은 실질적으로 수렴되고 있는가. 일자리 질 개선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단편적인 통계로 생색내기 놀이를 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진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