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부터 이어진 폐단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논조가 바뀌어 온 공영방송들은 되풀이되는 참상을 막으려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군사작전과도 같이 이뤄지는 언론장악 앞에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시작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였다. 방통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을 대통령이 지명하고 여당 추천 인사 1인, 야당 추천 인사 2인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로, 야권 인사 3인과 여권 인사 2인의 합의제 기구다. 그러나 지난 5월, 여권과 야권 인사가 2:2인 상황에서 야당이 지명한 한상혁 방통위장이 면직되며 방통위의 여야 구도가 2:1로 기울게 됐다. 

  이후 여권 위원들은 야권 위원을 배제한 채 공영방송 이사들의 임면을 빠른 속도로 처리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남영진 KBS 이사장과 MBC의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권태선 이사장이 해임됐다. 이들의 빈자리는 얼마 가지 않아 여권 인사들로 채워졌다. 이번 언론계 인사의 임면이 ‘언론장악’으로 의심받는 이유다. 

  8월 25일 임명된 이동관 방통위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회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는 채택조차 되지 않았고 야당의 부적격 입장이 담긴 보고서가 전달됐으나, 윤석열 대통령은 이동관 방통위장의 임명을 강행했다. 야권의 반발을 무시하고 본인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방통위장에 임명한 것은 적극적으로 공영방송에 개입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그간 공영방송은 상업적 운영방법과 법적 독과점 구조의 각종 특혜를 당연시하면서도 ‘노영방송’이라는 이중성으로 정치적 편향성과 가짜뉴스 확산은 물론 국론을 분열시켜 온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 서비스·재원·인력 구조 등의 개편까지 아우르는 공적 책무를 명확히 부여하고 이에 대한 체계적 이행 여부도 엄격히 점검해 나갈 것입니다.”

  대통령의 뜻에 부합하듯 이동관 방통위장은 취임 직후부터 ‘말폭탄’을 쏟아냈다. 
그는 취임사에서 공영방송의 보도를 두고 ‘가짜뉴스’라며 왜곡된 언론관을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방통위가 공영방송의 개편에 개입할 것이며 ‘이행 여부도 엄격히 점검할 것’이라 선언했다. 이는 방통위가 직접 공영방송사의 구조와 방송 내용에 대해 지시를 내리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엄격하게 대응하겠다는 협박이나 다름없다. 

  이동관 방통위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과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하며 KBS와 MBC를 ‘정상화’하기 위해 인사에 개입하고 언론사들의 ‘문제보도’에 시정지침을 내린 바 있다. 그의 전적을 고려하면, 이번 취임사는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을 암시하는 전주곡으로밖엔 들리지 않는다. 

  이동관 방통위장은 임기 첫날부터 대통령 지명 2인만으로 구성된 방통위 회의에서 공영방송 보궐이사 임명안을 의결했다. 이후 8월 30일 잇따른 야권 추천 이사의 해임에 여권 우위로 재편된 KBS 이사회는 문재인 정부 시절 취임한 김의철 사장의 해임 제청안을 상정했다. 

  정부의 언론장악은 지금도 착실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반복되는 상대 진영 찍어내기에 오늘도 공영방송가는 바람 잘 날이 없다. 언제쯤 우리는 정파에 장악당하지 않은 공영방송을 볼 수 있을까. 부끄러움을 모르는 무도와 난행의 정치에 우리는 무어라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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