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호1 바이올린 선율이 점차 선명히 귓가에 와 닿는다. 듣기 싫은 알람 소리 같아 당장에 꺼버리고 싶은 마음이 어느 정도 가시면, 이불 밖에 나와 있던 손을 배에 얹는다. 현정은 두두룩 솟은 배 언저리를 손바닥으로 토닥인다. 조금 있으면 속에서 톡 대꾸를 해온다. 잘 잤니,라고 말을 거는 건 옆에 남편이 있을 때뿐이다. 눈을 뜬다. 벽면에 걸린 결혼사진을
는 원래 어른을 대상으로 했던 책이다. 초판을 읽어보면 이야기들이 외설적이고 충격적이다. ‘핸젤과 그레텔’에서 아이들을 버리는 것은 계모가 아니라 친부모였다. 독이 든 사과를 준 사람은 계모가 아닌 친어머니였던 ‘백설공주’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구한 왕자는 응큼한 사내다. 이런 가 유네스코 기록문화 유산이다.
중대신문과 중앙대 공연영상창작학부 문예창작전공의 공동 주최로 열리는 의혈창작문학상이 올해로 23회째를 맞이했다. 의혈창작문학상은 ‘의혈(義血)’이라는 중앙대의 교훈과 서라벌예술대학 시절부터 내려온 문예창작전공의 유구한 전통을 전국에 널리 알리고자 하는 취지에서 생겨났다.시와 소설 두 부문에서 한 사람당 각각 시 5편 이상, 소설 1편(200자 원고지 80매 내외)을 응모 받았으며 작품 공모는 지난 11월 11일까지 진행됐다. 시 부문은 박세랑씨(명지대 문예창작학과 3)의 「붉은 도마 내리치는 시계추」 외 4편,
중대신문 지난 호(1781호)에는 매우 다양한 목소리들이 실렸다. 학생회 선거를 둘러싼 갈등들이 취재되었고, ‘중앙인 의식’이 조사 보도되었으며, 의혈창작문학상 수상작품들이 실렸다. 기획 ‘D-Day’의 취재 대상도 ‘청룡합창단’이어서 상징적으로도(?) 다양한 목소리가 어우러진 인상을 강화해준다. 중대신문이 모처럼 대학신문다운 면모를 보였던 지면들이었다고
27시경민선 졸음이 쏟아진다. 벌써 삼십분 째 드나드는 사람은 없다. 눈을 붙여도 되지 않을까 하는 노곤함이 몸을 감싸는 순간 갑자기 가느다란 종소리가 들려온다. 편의점의 문이 열리며 거리의 찬바람이 들어온다. 잠시 정신이 난다. 백발의 구부정한 할머니가 뒤뚱뒤뚱 들어온다. 등에는 지저분한 초록색 가방이 보인다. 물건은 안사면서 점원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그 악당이 계산대를 지나쳐 구석의 정수기로 향한다. 손에는 1.25리터 페트병이 보인다. 또 시작이구나.“아 진짜… 이봐, 할머니!” 구부정한 등은
버스를 기다리다김현수꿈을 지니면 이루어질 줄 알았다한 대만 더 한 대만 더기다림으로 녹아버린 아스팔트 위로홀로 표류하다 가슴에 굴러온 이파리까지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짓누르며 앞질러 갔는가 기다리다 지쳐 단일해진 사람들버스가 지나간 자리마다 움츠러들고대신 생선 비린내가 인화지처럼 선명해지는 오후정류장 옆 장터 무엇에도 그늘은 있지만이미 분리 작업이 끝난거리 좌판의 골 깊은 사람들기다린 그늘 옆이 밑바닥 느낌은 기다리지 않는 것이었다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겠다는 거만한 건물들이땡볕에 비를 내린다이런 창백한 날뿌리를 빼앗기고도푸른 꿈을 지닌
중대신문사와 중앙대 문예창작학과의 공동 주최로 열리는 의혈창작문학상이 올해로 22회째를 맞이했다. 의혈창작문학상은 ‘의혈(義血)’이라는 중앙대의 교훈과 서라벌예술대학 시절부터 내려온 문예창작전공의 유구한 전통을 전국에 널리 알리고자 하는 취지에서 생겨났다. 시와 소설 두 부문에서 한 사람당 각각 시 7-10편, 소설 1편을 응모 받았으며 작품 공모는 11월 16일까지 진행됐다. 시에 약 70여명, 소설에 150여명이 응모해 작년보다 많은 공모작이 들어왔다. 한동안 공모작이 줄어드는 추세였으나 올해는 응모자 수도
날씨가 추워졌다. 과제에 치이고 시험에 치여야하는 때가 돌아왔다. 미리미리 공부하고 과제도 하면 좋으련만 그게 영 쉽지는 않다. 이번 중대신문은 꼭 제출 날짜에 맞춰 급박하게 낸 과제 같다는 느낌이 든다. 선거 관련 기사가 지난주 중대신문의 메인 기사였다면, 이번 중대신문의 메인은 예상된 것처럼 선거 결과에 관한 기사다. 그저 중립에서 그쳤던 선거 기사들에
이승하 교수 (공연영상창작학부 문예창작전공) 작년에는 의혈창작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없이 가작만 나왔기에 큰 기대감을 갖고 심사에 임했지만 실망은 더욱 컸다. 응모한 학생은 모두 6명, 그중에서 심사를 할 만한 수준에 근접한 학생은 단 두 명이었다. 전통의 의혈창작문학상 시분야의 응모작 수준이 이렇게 떨어지고 있는 데에는 요인이 있을 것이다. 크게 세 가지를
박철화 교수 (공연영상창작학부 문예창작전공) 예심을 거쳐 온 12편의 작품을 읽었다. 물질적 가치만이 유일한 것인 양 활개 치는 세상에서 여전히 언어를 통한 성찰을 꿈꾸는 학생들의 작품을 대하는 것은 기쁜 일이다. 거기에는 혼란스런 시대의 젊음의 내면 풍경이 고스란히 찍혀 있다. 사랑, 다문화사회, 성적 욕망, 미래에 대한 불안, 현재의 사회에 대한 불신
올해로 의혈창작문학상은 21회를 맞이했다. 1990년 제정되어 의혈문학창작상은 중앙대 문예창작학과와 중대신문이 함께 주관한다. 의혈창작문학상은 2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해온 대학 문학상으로 역사와 전통이 깊다. 중앙대 재학생뿐만 아니라 전국의 대학생에게 참가 기회가 주어진다. 올해 의혈창작문학상은 10월 28일까지 응모작을 받았다. 응모현황은 시 부문 17명
입술 정전기 빗물이 선을 타고마이크로 모아진다 끔벅이는 가수 입술이마이크에 닿을 때면 정전기로 뒤덮이는 얼굴표정이 멈춘다 무대 위로 떨어지는 허밍발바닥에 밟히는 허밍 입술을 기다리는 정전기가만히 숨어있다 노래는 음소거 되어천막 위로 날아가고 관객 박수 소리는우산에 부딪혀 부서진다 스피커가 물에 잠기고관객들은 비옷을 벗어자리를 뜬다 내리는 비 사이로 감춰지는
이수명 시인으로부터 건네받은 예심 통과자의 수는 5명이었다. 선반적인 수준이 예년에 비해 많이 떨어져 있어 대학생들의 시에 대한 관심의 열정이 식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가 좀 되기도 한다. 일반 독서대중의 시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지만, 이런 때일수록 시정신의 날은 빛을 내고 있어야 할 것이다. 김태길의 「푸른 밤」 외 7편
- 문학을 하게 된 동기는소설 읽는 것을 좋아해요. 아무것도 안하고 소설만 읽으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그렇게 읽다보면 쓰고 싶은 게 생기는 것 같아요. 책 읽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문학을 하게 됐죠. - 키스방, 에로배우 등 작품의 소재가 특이하다어느 날 차를 타고 가다가 ‘비보호’라는 표지판을 보게 됐어요. 우연히 보게 된 표지판으로부터
내 이름은 키요미 준이다.여자들은 나를 잘 모를 것이다. 그러나 남자들, 특히 새벽에 파일공유 사이트를 돌아다니는 남자들은 내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나는 한국에 진출한 최초의 일본인 에로배우로 기억될 것이다. 회사에서 날 홍보하기 위해 만든 문구가 그거였다. 내가 찍은 영화-영화라고 하면 비웃는 사람도 있겠지만-는 오십 편이다. 케이블
지붕의 역사 지붕은 주름을 창피해하지 않는다 그것은 정해진 탄생의 이력이기 때문일까 주름이 주름을 덮자 주름이 생기는 기왓장은 당신의 죽음처럼 딱딱했다 당신의 손이 축축해야만 했던 것은 늘 가려주는 한 폭의 손바닥 밑에서 도망간 어머니를 건너뛴 투명하고 질긴 탯줄 때문이었다지탱하기도 힘들었을 늙은 배꼽 맡에서 낮잠을 돌돌 말아 누워있을 때마다 엎어진 가계부
당신은 지금 설거지를 하기 위해 고무장갑을 꼈다. 고무장갑은 낡은 고시원의 물건답게 빛이 바래 있다. 퐁퐁퐁, 수세미에 세제를 짜서 비비자 꺼끌꺼끌한 거품이 일어난다. 달그락 달그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거품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씻겨나간다. 그러면서 당신은 설거지 소리와 미묘하게 어우러지는 소리를 듣는다. 당신은 그 정체를 몰라 미간을 얼마간 좁힌다. 서걱
당돌하다, 발칙하다, 경쾌하다…. 작가 전아리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문예창작학과와 중대신문이 주최한 제17회 의혈창작문학상 소설부문에서 「겨울까마귀」로 대상을 수상한 그녀는 현재 단행본 세 권을 출판하고 각종 문학상을 휩쓴 ‘유명 작가’가 되어 있었다. “재밌는 글을 쓰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고 꿈을 말하는 작가 전아리는 헌책방, 외국 고전
독산동 반지하동굴 유적지 가슴을 풀어헤친 여인,젖꼭지를 물고 있는 갓난아기,온몸이 흉터로 덮인 사내동굴에서 세 구(具)의 시신이 발견되었다시신은 부장품과 함께바닥의 얼룩과 물을 끌어다 쓴 흔적을 설명하려삽을 든 인부들 앞에서 웃고 있었다사방을 널빤지로 막은 동굴에서앞니 빠진 그릇처럼햇볕을 받으며 웃고 있는 가족들기자들이 인화해놓은 사진 속에서 들소와 나무와
‘동안이다’ 연희동 주택가 근처에 자리 잡은 카페에서 작가 김미월씨를 만나자마자 든 생각이다.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에 씩 웃는 얼굴, 나지막한 음성과 조근조근한 말투가 처음부터 왠지 모르게 친근하다.최근 첫 단편집 『서울 동굴 가이드』를 출간한 그녀는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등단작 ‘정원에서 길을 묻다’를 뽑는다. “서울예대 재학시절 기말고사 과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