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교수 (공연영상창작학부 문예창작전공)

  작년에는 의혈창작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없이 가작만 나왔기에 큰 기대감을 갖고 심사에 임했지만 실망은 더욱 컸다. 응모한 학생은 모두 6명, 그중에서 심사를 할 만한 수준에 근접한 학생은 단 두 명이었다. 전통의 의혈창작문학상 시분야의 응모작 수준이 이렇게 떨어지고 있는 데에는 요인이 있을 것이다. 크게 세 가지를 들고 싶다. 시집을 포함하여 오늘날 대학생들은 독서를 하지 않는다. 읽더라도 당대의 작품만 읽어 문학사적 흐름을 모른다. 시의 효용과 가치에 대한 인식이 없다. 시란 결국 언어를 다루는 것이되 의사 전달의 차원을 넘어서는 오묘한 세계가 있다. 그 오묘한 세계가 펀(pun)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세계에 대한 이해와 세상사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김병주의 「달 위를 걷다」 외 6편의 시는 작곡의 능력은 있지만 언어를 조율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독자들은 시인의 횡설수설하는 독백보단 애정 어린 호소에 귀기울인다. 일상에서 시적 소재를 취해 오는 것도 좋지만 시정신이 안 보인다. 넋 없는 몸이라고 할까. 번뜩이는 상상력이 보이니 ‘상처’와 ‘아픔’이란 낱말에 진정성만 실린다면 좋은 시를 쓸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박소현의 「악어가방을 샀다」 외 6편의 시를 가작으로 할 것인가 낙선으로 할 것인가 오래 망설였다. 이 정도면, 하고 내세울 작품이 없다는 것, 작품의 편차가 있다는 것, 1학년이기에 기회가 더 있을 거라는 생각 등이 낙선으로 밀치는 데 역할을 했다. 시인은 독자의 기대지평을 넘어서야 하는데, 명민한 독자에게 걸리면 후유 하고 탄식을 발하게 할 것 같다. 탄식이 탄성으로 바뀔 때까지 광적인 독서와 열정적인 습작으로 정진의 나날을 보내기 바란다. 
  

나머지 투고자들에게는 운문과 산문이 왜 다른지, 언어를 다루는 재치만으로는 시가 되지 않음을 말해주고 싶다. 시란 가슴 떨림이 있는 언어의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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