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혈창작문학상] 시부문
  • 엄은지, 김혜원 기자
  • 승인 2012.12.02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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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 김현수(공주사대 국어교육과 3),「 버스를 기다리다」외 6편

 

 

 

 

 

 

 

 

 

 

 

버스를 기다리다

김현수

꿈을 지니면 이루어질 줄 알았다
한 대만 더 한 대만 더
기다림으로 녹아버린 아스팔트 위로
홀로 표류하다 가슴에 굴러온 이파리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짓누르며 앞질러 갔는가

 

기다리다 지쳐 단일해진 사람들
버스가 지나간 자리마다 움츠러들고
대신 생선 비린내가 인화지처럼 선명해지는 오후
정류장 옆 장터 무엇에도 그늘은 있지만
이미 분리 작업이 끝난
거리 좌판의 골 깊은 사람들
기다린 그늘 옆
이 밑바닥 느낌은 기다리지 않는 것이었다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겠다는 거만한 건물들이
땡볕에 비를 내린다
이런 창백한 날
뿌리를 빼앗기고도
푸른 꿈을 지닌 채소에게 답을 구해야 한다

 

딱 한 번이라도 종점 모르는 버스를 타고 싶었으나
기억하는 버스 번호에 오르지 않으려 했으나
여러 번 그럴 수 있으리라 생각했으나
기다림이 몸보다 빨랐다
버스가 오자
예정된 자리에 앉아서 예정된 길을 따라가는
모른 척 눈 감은 도시


시 부문 당선자 김현수 인터뷰 "목적지는 절대적이지 않다"

 

 

 

 

 

 -문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처음 시를 쓰게 된 것은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의 권유였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대산청소년문학상’이란 대회에 작품을 넣어보라고 권하셨습니다. 겁도 없이 작품을 넣고 운이 좋아 말석이나마 상을 타게 되었습니다. 예선을 통과한 학생들은 문학캠프를 가게 됐는데 저는 그 캠프가 정말 좋았습니다. 저는 문학도 모르고, 시도 모르는 상태로 캠프에 참가하였지만, 그 캠프 속에 모인 친구들은 정말 문학에 대한 열정을 가진 친구들이었거든요. 그 열정이 보기 좋았습니다. 그래서 ‘나도 이 친구들처럼 문학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으로 문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시를 쓸 때 중점에 둔 부분은 무엇인가.  
 “이 시를 쓰면서 우리 모두가 결국 어떠한 ‘목적지’로 가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물론 그 ‘목적지’는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충분히 그곳에 가지 않아도 되지요. 하지만 우리가 얽혀진 사회는 그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항상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살며, 그 목적을 향해 직선으로 나가기를 바랍니다. 저는 그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는 삶 속에서 ‘굳이 목적지를 만들어가면서 살아야 하는가?’란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버스를 기다리는 그 짧은 순간에나마 여유를 가지기를 바랐습니다. ‘사람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살더라도 목적지에 가면서 주위를 돌아볼 수만 있다면 보다 나은 삶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시를 썼습니다.”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시를 쓰기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경험도 짧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아직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관념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저만의 시를 쓰고 싶습니다. 제 삶의 좌우명이 ‘느리게 살자’인데요. 이 말처럼 느리게 살면서 더 많이 보며 그것을 시로 쓰고 싶습니다. 그러면서도 타성에 찌들지 않는 시를 쓰는 것, 그것이 제 목표입니다.”

 

시부문 심사평 "도시의 일상성과 비정함을 잘 부각시킨 수작"

   
 

 이승하 교수 (공연영상창작학부 문예창작전공)

 

  올해는 아주 쉽게 당선작을 뽑을 수 있었다. 기성 시단의 이상한 난기류에 휩쓸리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대학생 시인을 만난 기쁨을 감출 수 없다. 전국적으로 동네서점이 거의 다 사라져가고 있다는데, 그나마 남아 있는 서점에서 취급하지 않는 두 가지가 시집과 문예지라고 한다. 그만큼 독자들이 시집을 사지 않게 된 것은 문화가 활자문화에서 영상문화로 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대시의 장형화, 산문화, 난해성 탓이 크다. 김현수 학생의 「구두 한 짝」 외 6편의 시는 그야말로 시다운 시, 시 같은 시이다.

  당선작 「버스를 기다리다」에는 이 땅 장삼이사들의 삶의 실상이 아주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다. 관념과 추상의 늪으로 빠져들지 않고 도시의 일상성과 비정함을 잘 부각시킨 수작이다. 「구두 한 짝」 은 소재와 주제가 버려진 구두 한 짝처럼 낡은 것이지만 세부적인 표현은 대개 새것이라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안정적인 시보다는 앞으로 「컴퍼스 원 그리기」 같은 시가 보여준 참신한 상상력 개발에 집중한다면 한 명 젊은 시인으로서 자신의 영토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까지 겨룬 작품은 백지연(명지대 문창과)의 「명혼」, 정태호(고려대 영문과)의 「죽은 모기에 대하여」, 김종균(순천대 문창과)의 「하품하는 동안」, 김태우(전북대 국문과)의 「가이바이의 주먹」, 김화진(숙명여대 국문과)의 「우리들의 도시」 등이었다. 백지연은 대단한 상상력과 고도의 세련미를 보여주고 있어 앞날이 기대된다. 시를 길게 쓰는 습관은 집중력을 떨어뜨리니 유의하기 바란다. 정태호는 시적 대상과의 대결의식이 진지한 것이 좋았지만 그 진지함이 감수성을 무디게 하는 측면이 있어 아쉬웠다. 김종균은 산문시를 고집하고 있다. 이야기성이 강한 것은 좋으나 물이 적은 미숫가루처럼 뻑뻑하다. 김태우는 언어의 연금술을 잘 익혔지만 연을 구분할 줄 모른다. 시에서도 플롯이 중요함을 깨달아야 좋은 시를 쓸 수 있을 것이다. 김화진은 대상에 대한 소박한 인식이 장점이면서 단점이다. 시인에게는 대상과 싸우는 대결의식과 핵심을 물고 늘어지는 끈기가 필요한데 그것이 부족하다. 시인에게는 사물에 대한 따뜻한 인식보다는 서늘한 감성이 더욱 요구됨을 알았으면 한다. 고배를 달게 마실 줄 알아야 큰 시인이 되는 법이다. 자질이 있는 낙선자들의 분발을 촉구하며, 당선자의 얼굴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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