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밥 먹기
  • 중대신문
  • 승인 2010.12.0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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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의혈창작문학상 시 부문 당선작

입술 정전기

 

빗물이 선을 타고

마이크로 모아진다

 

 

끔벅이는 가수 입술이

마이크에 닿을 때면

 

 

정전기로 뒤덮이는 얼굴

표정이 멈춘다

 

 

무대 위로 떨어지는 허밍

발바닥에 밟히는 허밍

 

 

입술을 기다리는 정전기

가만히 숨어있다

 

 

노래는 음소거 되어

천막 위로 날아가고

 

 

관객 박수 소리는

우산에 부딪혀 부서진다

 

 

스피커가 물에 잠기고

관객들은 비옷을 벗어

자리를 뜬다

 

 

내리는 비 사이로 감춰지는 입술

벌어지지 않는다

 

 

 

바늘밥 먹기

  

 

 

바늘이 나를 콕콕 찔러본다

코끼리 피부처럼 단단한

나임을 알아챈 바늘은

         주저 없이 나를 비껴가 버리고

         옆에 있는 너에게 다가가서

바늘이 너를 콕콕 찔러본다

물고기 피부처럼 무른

너임을 알아챈 바늘은

         주저 없이 너를 꿰어버리고

         뒤에 있던 나에게 다가와서

귀를 기울여

내 손끝에서 기어 나오는 실의 발걸음 소리를

가만히 듣다가

더딘 움직임을 참지 못해 가로질러

         앞에 있는 너에게 다가간다

 

바늘은 제 몸을 뜨겁게 달군다

 

 

잠시 후

식은 바늘이 나를 쿵쿵 박는다

 

 

 

한 땀 두 땀 셋 땀, 땀, 땀……

 

 

 

반박음질된 너와 나

 

 

 

 

 

어느새, 바늘밥을 모아온 바늘을 보고는

나는 매듭을 지어주기 위해

내 살을 맛있게 먹는다

 

 

 

 

 

 

 

 

 

심야 시선

 

타이머 버튼 소리가

방 안에 울린다

 

 

소리를 좇아

내 잠도 떠다닌다

 

 

선풍기 바람에 실려

회전하는 고개를 따라

돌아가는 날개 소리에 묻어

 

 

벽에 뚫린 못 자국으로 숨어든다

벽지에 핀 곰팡이 위를 기어다닌다

창문에 널어둔 이불에 달라붙는다

 

 

타이머 버튼이 돌아간 자리에

기록된

지난 밤 내 몸의

움직임

 

 

연속으로 돌리면

선풍기 눈 속에서 재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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