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동화>는 원래 어른을 대상으로 했던 책이다. 초판을 읽어보면 이야기들이 외설적이고 충격적이다. ‘핸젤과 그레텔’에서 아이들을 버리는 것은 계모가 아니라 친부모였다. 독이 든 사과를 준 사람은 계모가 아닌 친어머니였던 ‘백설공주’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구한 왕자는 응큼한 사내다. 
  
  이런 <그림동화>가 유네스코 기록문화 유산이다. 독일의 민담을 엮은 것으로 시대와 국가를 초월하여 오늘날까지 큰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아동 학대를 한 계모들이 연일 주목을 받고 있는데, ‘핸젤과 그레텔’, ‘백설공주’처럼 아동 학대는 계모보다 친부모에 의한 경우가 많다. ‘라푼첼’처럼 여성을 그저 남성의 성(性)적 도구로 생각하는 남성들에 의해 일어나는 성폭력도 언론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지난주 제23회 의혈창작문학상 당선작들의 내용은 차갑고 낯설었다. 그러나 <그림동화>처럼 허구로만 취부하기에는 내용이 선명하다. ‘요즘과 같은 세상에 설마’라기 보다 ‘요즘과 같은 세상이기에’ 더 있음직한 일들이다. 
 
  가령 기획보도처럼 요즘 연애를 하려 해도 조건이 까다롭다. 소설 속의 그녀처럼 직업도 집안 형편도 모두 좋지 않은 여성과 연애 하려는 이가 있을까? 그녀의 아픔을 보듬어 줄 진정한 사랑은 어디에도 없다.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어 홀로서기를 하는 이가 그녀뿐이겠는가. 이런 세태 속에서 순수한 사랑이 참 그립다.
 
  올해 12월 거리는 벌써부터 축제 분위기다. 곳곳에 트리가 세워지고 캐럴이 울려 퍼진다. 그러나 성탄절의 진짜 모습은 <그림동화>나 의혈창작문학 속의 주인공들처럼 춥고 힘든 날은 아닐까. <그림동화> 초판이 성탄절 전(22일)에 발간된 것도 우연은 아니었나 보다.
 
 
기석완 학생
경제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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