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화 교수 (공연영상창작학부 문예창작전공)

  예심을 거쳐 온 12편의 작품을 읽었다. 물질적 가치만이 유일한 것인 양 활개 치는 세상에서 여전히 언어를 통한 성찰을 꿈꾸는 학생들의 작품을 대하는 것은 기쁜 일이다. 거기에는 혼란스런 시대의 젊음의 내면 풍경이 고스란히 찍혀 있다. 사랑, 다문화사회, 성적 욕망, 미래에 대한 불안, 현재의 사회에 대한 불신 등등 젊음이 그려나간 이 시대의 다양한 표정은 그들의 것이자, 동시에 우리들의 것이다. 그래서 귀중한 읽기 체험이었다.
 

  마지막에 심사위원의 손에 남은 것은 <한 시간 사십오 분>과 <얘는 누구지?> 2편이었다. 하나는 남자친구의 군입대를 계기로 서로의 감정과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섬세한 밀도의 글이었고, 다른 하나는 다문화사회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갈등과 정체성을 묻는 작품이었다. 이 둘은 서로 너무 달라서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방법은 어떤 가치를 더 중요시할 것인지를 밝히는 일. 
 

  젊음이 이미 완성된 것이라기보다는 가능성이라는 차원에서 나는 <한 시간 사십오 분>을 선택했다. 비록 긴 독백이 소설적 플롯의 차원에서 중요한 결점으로 지적될 수 있지만, 그래도 혼란스런 감정의 선을 이토록 치밀하게 쫓아간 글을 보기란 쉽지 않다. 여기에는 젊음의 혼돈스럽지만 충만한 에너지가 들끓고 있다. 그에 반해 <얘는 누구지?>는 이미 완성된 작품이다. 만일 성인 대상의 심사라면 이 작품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그 구조적 안정감이 의혈창작문학상의 경우에는 손해가 된다. 이 작품의 주요 모티프인 혼혈인에 대한 부정적 태도의 표출이라는 소소한 흠이 더 크게 부각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당선의 영예는 얻지 못했으나, <얘는 누구지?>가 뛰어난 솜씨의 작품이라는 것을 꼭 적어두어야겠다. 당선자에게는 그 무한할 가능성에 대해 아낌없는 축하를, 아쉽게 떨어진 작품에는 격려의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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