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음의 공포에 삶의 욕구로 반응했습니다. 삶의 욕구는 낱말의 욕구였습니다. 오직 낱말의 소용돌이만이 내 상태를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낱말의 소용돌이는 입으로 말할 수 없는 것을 글로 표현해냈습니다. -헤르타 뮐러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문 中 『저지대』 헤르타 뮐러 저, 김인순 역, 문학동네 헤르타 뮐러의 첫 연작소설로, 어린 소녀를 일인칭 화자로 내새워 시골의 마을 풍경과 사람들의 답답하고 경직된 일상을 묘사한다. 『그때 이미 여우는 사냥꾼이었다』 헤르타 뮐러 저, 윤시향 역, 문학동네루마니아 차우세스크 정권 말기를 배경으로
민족이 겪은 폭력과 국가적 탄압은 고통의 기억으로 남는다 고통을 공유할 수 있도록 고뇌가 담긴 단어를 이어붙인 작가동독의 모니카 마론, 체코의 리브제 모니코바와 함께 루마니아의 헤르타 뮐러는 동구권 반체제 여성작가로 꼽힌다. 루마니아 차우세스크 독재 체제 아래 수모를 겪으며 성장한 헤르타 뮐러는 그 트라우마를 정제된 문학으로 표현해냈다. 고뇌 끝에 접붙여진 단어들은 그녀의 삶과 격정의 동구권 역사를 응축한다. 12일 203관(서라벌홀) 814호에서 제228회 중앙게르마니아가 열렸다. 이날 박정희 교수(상명대 독일어권지역학전공)는
4월 12일, 여러분은 어떤 날인지 알고 계시나요? 바로 ‘도서관의 날’입니다. 2021년 「도서관법」 개정 이후 지난해 처음으로 도서관의 날을 기념하기 시작했는데요. 도서관을 향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 도서관 이용을 촉진하고자 도서관의 날이 제정됐습니다. 12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되는 도서관 주간을 통해, 도서관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함께 되새겨봅시다. 이번 주 우리들의 D-Day, 도서관의 날입니다. 글·사진 장민창 기자 jmc17061@cauon.net 내게 휴식을 주는 곳 최준교 학생(연극전공 4) -오늘 어떤 일로 도서관
‘우리’ 엄마. ‘우리’ 가족, ‘우리’ 학교. ‘우리’라는 말을 통해 나의 영역을 넓히는 한국인의 정을 느낄 수 있다. 사람과 사람이 교감하고자 하는 감정적인 연대가 꽤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내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현대인들에게 다정, 연대 따위의 말들은 공중에서 부유하다 흩어질 피상적인 말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왜 이타주의를 실천한 사람들의 기사는 대중에게 여운을 남기는가? 이 따갑고 공격적인 세상에서도 삶은 결국 다정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소위 ‘오글거리다’라는 말의 유행 이후로는 세상의 온도가 한 층
행복은 천천히 요리해야 할 슬로푸드 영화 도시의 직사광선에 마음의 숲이 메말라 버렸다고 느낀 순간이 있는가. 임순례 감독의 영화 의 ‘혜원’ 역시 마음처럼 되지 않는 건조한 일상에 갈증을 느끼는 주인공이다. 서울에서 아르바이트를 이어가며 남자친구와 함께 임용고시를 준비하지만 낙방하고 잠시 고향으로 돌아간다. 휴식과 도피, 명목과 핑계는 한 끗 차이였지만 시골만의 느슨한 흐름은 매일이 치열한 도시에선 느낄 수 없는 지극히 다른 결의 행복을 지니고 있었다. 혜원은 친구들과 함께 자연에서 맛볼 수 있는 제
“사물들이 목소리를 가지게 되는 순간 사물은 객체나 대상이 아닌 세계의 일부를 이루는 주체가 된다고 생각해요.” -필립 파레노, 브릿지경제 인터뷰 中전시장 내부의 복합적인 ‘소리들’은 외계 언어처럼 우리를 휘감아 또 다른 세계로 이끈다. 발을 딛는 순간, 우리는 관객이 아니라 이곳을 탐험하는 방랑자가 된다. 이해하고자 애쓸 필요도, 의미를 구태여 찾을 필요도 없다. 필립 파레노가 개인전 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예술의 심미(深美)를 따라 걸음 해본다. 리움에 태동을 불어넣다 알제리 태생의 프랑스 예술가인 필립
낯선 배경 속 낯선 옷을 입은 이가 읊조리는 낯선 말투. 사극은 경험하지 못한 시대로의 시간여행을 가능케 한다. ‘우리다운 것’을 드라마로 전달한다는 점에서 사극은 분명 매력적인 장르다. 정통과 퓨전을 넘나드는 다양한 장르의 사극들이 앞다퉈 시청자들을 과거 속으로 초대한다. 역사를 표방하는 ‘K-사극’의 형태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어떻게 모양새를 달리해온 걸까. 100부작이 넘는 대하 사극부터 허구를 섞은 퓨전 사극까지, 시대적 부름에 응답해 온 K-사극을 조명해 봤다. 사극의 시작, 역사라는 소설을 펼치다 초창기 사극의 형태는
평화를 기원하는 문학 행사에서 팔레스타인의 작가 아다니아 쉬블리를 만난 일이 있다. 행사가 있기 5일 전, 그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리베라투르상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하마스가 이스라엘 민간인을 공격하자 주최 측은 일방적으로 시상식을 취소했다. 행사가 모두 끝난 자리에서 그는 슬프다고 말했고 나 역시 슬프다 답했다. 전쟁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지만, 우리는 전쟁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장편소설 『사소한 일』은 한 소녀가 이스라엘 점령군에 의해 집단 강간당하다 총살되는 일이 얼마나 사소한 일로 간주되는지를 덤덤히 보여준다.
소설 부문 당선: 전병전 학생(단국대 문예창작과), 올해로 의혈창작문학상이 33회째를 맞이했습니다. 한국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갈 청년 문학도를 위해 문예창작전공 학생회와 중대신문에서 마련한 자리인데요. 전국 전문대 이상 학부 재학생(휴학생 포함)을 대상으로 11월 6일까지 시와 소설 두 부문을 공모했습니다. 심사는 예심과 본심으로 구분해 진행했는데요. 시상식은 13일 102관(약학대학 및 R&D센터)에서 진행되는 ‘서라벌·중앙대 문예창작전공 70주년 총동문회 행사’ 때 함께 이뤄질 예정입니다. 이번 의혈창작문
바야흐로 디지털이 낳은 폭발적 변화의 시대다. 콘텐츠의 트렌드는 쉽게 바뀌고 사람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페이지를 요구하며 새로고침 3초의 시간조차 참지 못한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에 관해 배우다 보면 빠른 속도를 추구하는 것이 과연 진정으로 옳은 일인가 자연히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논의 지점으로부터, 김초엽 작가의 2019년 작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 제목을 따왔다. 중대신문은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올드 미디어다. 물론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노력도 존재하지만, 1947년부터 꾸준히 캠퍼스 내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외로움이 당연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는 위로를 전하고 싶습니다.여성이 꼭 여성의 이야기를 써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저에게는 여성과 관련된 문제의식을 여성의 서사로 풀어내는 일이 숙명처럼 느껴져요.첨단영상대학원 재학생이 연출한 단편영화 두 편이 ‘44회 청룡영화상(청룡영화상)’ 청정원 단편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를 연출한 정연지 감독(영화영상제작전공 석사수료)과 을 연출한 허지예 감독(영화
-어떤 활동을 진행하는지. “매주 화요일엔 동아리원의 글을 익명으로 공개해 감상을 나누는 ‘문향’을, 매주 목요일엔 글쓰기 실력 향상을 목표로 주제 글쓰기 등을 진행하는 ‘학습’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문향은 오랜 역사를 가진 활동인 만큼 문학동인회의 정체성이라고도 할 수 있죠. 문집도 제작하고 있는데요. 문집에 글을 싣기 전 서로의 글을 비평하는 합평회를 진행합니다. 이때 합평을 받은 글에 직접 그린 그림을 더해 교내에서 5일간 시화전을 열죠. 이외에 소모임 활동으로는 단체채팅방에 매일 하나씩 창작 글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
『오직 두 사람』(김영하 씀) 우주현 동아리원(서양화전공 4)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면 소설 『오직 두 사람』이 떠오릅니다. 3~4년 전 주변에서 추천을 받아 우연히 읽게 된 책인데요. 당시 책을 읽으며 슬픈 감정이 차올랐던 기억이 납니다. 저자인 김영하 작가는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 등에 초점을 맞춘 소설을 많이 쓰는데요. 추운 겨울이 다가올수록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은 난방비를 걱정하게 되고, 때론 매서운 한파로 목숨을 잃기도 하잖아요. 이 작품에도 겨울을 배경으로 하는 단편소설이 수록돼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사회의 사각지대를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다’는 말처럼 시대적 가치와 연극은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습니다.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미래지향적 가치에 대한 현대인의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는 요즘, 연극도 젠더·장애·환경·과학기술 등 다양한 테마에 관심을 지니게 됐죠.” -전인철 극단돌파구 공연연출가경계를 넘나드는 질문은 커다란 발견과 새로운 변화를 불러온다. 2023 서울국제공연예술제 SPAF(Seoul Performing Arts Festival)는 동시대 예술가들의 경계 없는 사고·질문과 함께했다. 19개의 공연을 통해 우리는 어떤 질문과 관점을
긴 시간 동안 인류에게 꿈은 영적인 것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인류는 꿈을 일종의 계시로 받아들이며 꿈에서 나타나는 상징물들을 해석하는 데 공을 들였죠. 하지만 프로이트는 꿈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보고자 했습니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내면이 의식·전의식·무의식으로 나뉘어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꿈에서는 억압됐던 무의식이 발현돼 현실에서 표출하지 못한 욕망과 욕구가 분출된다고 보았죠. 그러나 꿈이 무의식만의 전유 공간은 아닙니다. 억압된 내용은 의식에 의해 한 차례 검열되고 통제돼 변형된 상태로 드러나죠. 꿈은 현실에서 경험했던 내용이 전치
영원히 나이 들지 않는 곳, 네버랜드를 아시나요? 책 『트렌드 코리아 2023』의 저자 이준영 교수(상명대 경제금융학부)는 올해의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네버랜드 신드롬’을 꼽았습니다. ‘어른 아이’가 많아진 요즘 네버랜드 신드롬은 하나의 보편적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는데요. 이번 주 문화부는 네버랜드 신드롬의 원인과 영향 그리고 앞으로의 키덜트 문화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아이가 되고 싶은 요즘 우리의 심리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함께 살펴보시죠. 진수민 기자 susky@cauon.ne
나는 SF를 좋아한다. 2019년 말,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은 후로, 나는 한국 SF 문학을 사랑하게 됐다. 사실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손에 잡히는 대로 무작정 읽으면서도, 정말 내가 좋아하는 글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었던 나는, 김초엽의 단편들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깨달았다. 영영 좋아하게 될 작품을 발견했을 때의 짜릿함이 어떤 것인지를. 마치 운명처럼 다가온 SF는 그렇게 내 전부가 됐다. SF라고 하면 다들 고개를 갸웃한다. 여전히 SF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클리셰는 성공했기 때문에 클리셰로 남아있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잘 만든 클리셰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시대가 변해도 유의미하죠.” -조연주 나봄미디어심리연구소 대표 로맨스물의 모든 클리셰를 쏟아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드라마 과는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화려하게 종영했다. 의 첫 화 시청률은 약 4.9%였지만 마지막 화에선 약 11.4%에 달했고 는 방영 중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부문 통합 1위를 차지했다. 드라마 과
시네브로는 ‘시네마’와 ‘시나브로’를 합친 단어입니다. 시나브로는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이라는 의미를 지니는데요. 우리가 모르는 사이 극장·예술계는 조금씩 변화의 흐름이 생겨나고 있죠. 이번 주 문화부는 로맨스 클리셰의 역사와 흐름을 들여다봤습니다. 2022년 영화 부터 2023년 드라마 까지, 최근 등장하는 작품들은 ‘클리셰 범벅’이라는 평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알면서도 보게 되는 클리셰의 매력은
도심 속에서 버려졌던 물건에 가치를 더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서울새활용플라자’에 모여 환경 보전의 가치를 생산하고 소비한다. 5일과 6일 기자는 환경 가치소비가 어떻게 실천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서울특별시 성동구에 위치한 서울새활용플라자에 방문했다. 지하 2층부터 지상 5층까지 총 7층 규모의 드넓은 공간 속에서 많은 사람이 ‘새활용’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었다. 재활용, 재사용 그리고 ‘새활용’ 장한평역 근방에 위치한 새활용 거리를 따라 들어가면 길의 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