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기원하는 문학 행사에서 팔레스타인의 작가 아다니아 쉬블리를 만난 일이 있다. 행사가 있기 5일 전, 그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리베라투르상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하마스가 이스라엘 민간인을 공격하자 주최 측은 일방적으로 시상식을 취소했다. 행사가 모두 끝난 자리에서 그는 슬프다고 말했고 나 역시 슬프다 답했다. 전쟁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지만, 우리는 전쟁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장편소설 『사소한 일』은 한 소녀가 이스라엘 점령군에 의해 집단 강간당하다 총살되는 일이 얼마나 사소한 일로 간주되는지를 덤덤히 보여준다. 그 지극한 무심함이 오히려 거대한 공포를 불러온다. 우리를 더욱 두렵게 하는 부분은, 그것이 허구에 불과한 일도, 현재와 단절된 과거의 일도 아니라는 점이다.  

  중대신문 2054호에는 의혈창작문학상 당선작이 실렸다. 문학과 신문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사소하다 여겨지는 일들이 ‘사소한 일’로 머무르지 않도록 이를 집요하게 응시하고 언어화한다는 점일 테다. 가자 지구의 비극을 담아낸 김원호의 시는 팔레스타인 모녀의 슬픔을 외딴 “소행성”의 일 정도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전쟁을 “우리”와 무관한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한다.  

  중앙대 재학생들이 대학 생활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조사한 ‘중앙인 의식조사’의 경우도, 학생들의 고민과 불안감을 사사로운 문제로 여기지 않고 비중 있게 다룬다. 학내 성평등 의식을 고찰하는 김주연 기자의 기사는, 자칫 가려질 수 있는 “성별에 따른 시각차”와 “성평등 운동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는 행태”까지 빠짐없이 조명해 낸다.  

  어떤 것도 사소한 일로 남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한 때다. 꺼지지 않을 눈빛을 함께 건네주길 바라본다. 

성현아 교수
교양대학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