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성동구에 위치한 서울새활용플라자. 2017년 9월 ‘자원순환도시 서울시 비전 2030’ 실천 노력의 일환으로 설립됐다.
서울특별시 성동구에 위치한 서울새활용플라자. 2017년 9월 ‘자원순환도시 서울시 비전 2030’ 실천 노력의 일환으로 설립됐다.

도심 속에서 버려졌던 물건에 가치를 더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서울새활용플라자’에 모여 환경 보전의 가치를 생산하고 소비한다. 5일과 6일 기자는 환경 가치소비가 어떻게 실천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서울특별시 성동구에 위치한 서울새활용플라자에 방문했다. 지하 2층부터 지상 5층까지 총 7층 규모의 드넓은 공간 속에서 많은 사람이 ‘새활용’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었다.

  재활용, 재사용 그리고 ‘새활용’
  장한평역 근방에 위치한 새활용 거리를 따라 들어가면 길의 끝에서 서울새활용플라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예상보다 큰 건물의 규모와 함께 재활용이 아닌 새활용을 강조한 건물 이름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새활용(Upcycling)이란 개선한다는 의미를 갖는 ‘Upgrade’와 재활용이라는 뜻을 지닌 ‘Recycle’의 합성어로 폐기물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더해 제품 혹은 작품을 만드는 일을 말한다. 전기현 서울새활용플라자 업사이클디자인팀장은 새활용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재활용·재사용이라는 개념과 비교해 설명했다. “재활용과 재사용은 상품의 가치가 기존의 것과 동일하거나 그것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새활용은 아이디어와 이야기를 통해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소비자로 하여금 가치소비를 하도록 이끌죠. 또 새로운 상품으로 더 오랜 기간 생명력을 가질 수 있게 해요.”

  서울새활용플라자는 제로웨이스트 운동의 전진기지로 크게 두 가지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하나는 새활용 사업 육성이며 또 다른 하나는 새활용 문화 확산이다. 새활용 문화의 확산은 1층과 지하 1층에서 이뤄지고 있다. 6일 오전 10시 기자는 ‘자원순환 이야기’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새활용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 과정을 돌아볼 수 있었다. 자원순환 이야기는 서울새활용플라자 1층 로비에서 시작됐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들은 새활용이라는 생소한 개념에 많은 궁금증을 지니고 있었다. 자원순환 이야기에 참여한 이지선씨(50)는 패션 디자인 분야에 대한 관심이 새활용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상지대에서 패션 디자인 분야를 강의하고 있어요. 새활용 소재 관련 수업을 하기 위해 방문하게 됐습니다. 새활용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진 속 샹들리에는 버려진 자전거 체인을 활용해 만들어졌다. 기름칠로 재활용이 불가능한 자전거 체인을 좋은 아이디어로 새활용한 사례다.
사진 속 샹들리에는 버려진 자전거 체인을 활용해 만들어졌다. 기름칠로 재활용이 불가능한 자전거 체인을 좋은 아이디어로 새활용한 사례다.

  평범하게만 보였던 1층의 전등과 의자들은 버려진 물건을 활용한 것이었다. 최보윤 서울새활용플라자 도슨트는 1층 로비에 위치한 두 가지 종류의 샹들리에를 바라보며 설명을 시작했다. “천장에 걸려있는 샹들리에는 버려진 맥주병으로 만들었습니다. 뒤쪽에 전시된 샹들리에 또한 새활용 물건인데요. 자전거 체인으로 만들어졌어요. 자전거를 구성하는 다양한 부품들은 모두 재활용될 수 있지만 체인의 경우 기름칠을 하기 때문에 재활용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자전거 체인에 아이디어를 더해 샹들리에를 만들게 된 것이죠.”
 

소재은행 밖 벽면에 전시된 ‘새활용 소재 라이브러리’. 우리 주변에 버려지는 쓰레기의 종류가 얼마나 다양한지 체감할 수 있다.
소재은행 밖 벽면에 전시된 ‘새활용 소재 라이브러리’. 우리 주변에 버려지는 쓰레기의 종류가 얼마나 다양한지 체감할 수 있다.

  새활용은 소재의 확보에서 시작된다. ‘소재은행’은 새활용의 재료가 되는 다양한 소재들이 저장돼 있는 공간이다. 최보윤 도슨트는 소재은행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새활용은 버려진 물건, 자투리 물건, 고장난 물건을 사용합니다. 때문에 하나의 물건을 만들기 위해 유사한 소재가 버려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단점이 있죠.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공간이 소재은행인데요. 버려진 소재를 모아두고 기업 혹은 개인에게 다양한 소재를 판매하는 공간입니다.”

  프로그램은 새활용 제품을 만드는 공간인 ‘꿈꾸는 공장’에서 마무리됐다. 이지선씨는 학생들과 함께 서울새활용플라자에 다시 방문하고 싶다고 전했다. “새활용 소재의 다양성을 알게 됐어요. 많은 사람과 오늘의 경험을 나누고 싶습니다. 환경을 지키는 일은 혼자 해서 되는 일이 아니잖아요.” 서원태씨(64)는 소재은행에서의 경험이 좋은 인상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본래 환경 산업에 관심이 많았는데 오늘 프로그램을 통해 자원 순환 경제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게 됐어요. 특히 실제 새활용 물건을 만드는 데에 사용하는 소재를 눈으로 볼 수 있었던 것이 인상 깊습니다.”

  버려지는 물건에 새로운 시각을 더하다
  

국내에서 발생한 페트병을 새활용한 월간마움(쏘왓)의 제품. 월간마움(쏘왓)은 지속 가능성을 넘어 ‘갖고 싶은 디자인’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에서 발생한 페트병을 새활용한 월간마움(쏘왓)의 제품. 월간마움(쏘왓)은 지속 가능성을 넘어 ‘갖고 싶은 디자인’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건물의 3층과 4층에는 사업 육성의 중심이 되는 입주 기업들이 각각의 사업 터전을 마련하고 있다. 다수의 기업이 문을 닫고 퇴근한 오후 5시, 3층의 한 사무실은 불이 꺼지지 않은 채 빛나고 있었다. 작업을 하고 있던 소설희 월간마움(쏘왓) 대표는 슬로 패션의 가치를 조명했다. “일반적인 패션 브랜드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환경 보호에도 관심이 있어 다양한 소재를 알아봤어요. 그러던 중 새활용을 알게 됐죠.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것이 기업의 이윤 측면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아요. 그럼에도 환경을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새활용 제품의 질이 일반 제품과 견주었을 때도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생각해요.”

  옆 복도로 넘어가자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또 다른 기업이 눈에 들어왔다. 322호에는 재생지 공예 키트를 만드는 배인정 리코셰 대표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피부 질환이 있어 평소 친환경 제품에 관심이 많았어요. 공예라는 취미가 직업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친환경이라는 관심사도 접목하게 된 것이죠.” 배인정 대표는 현재 작업 공간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공예를 하면서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은 쉽지 않아요. 하지만 서울새활용플라자를 만나고 나서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죠. 관심 있었던 환경 보호도 실천하고 저렴한 가격에 공예 작업 공간도 얻을 수 있어 좋아요.”

 

국내에서 발생한 페트병을 새활용한 월간마움(쏘왓)의 제품. 월간마움(쏘왓)은 지속 가능성을 넘어 ‘갖고 싶은 디자인’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일자수는 버려진 원단에 숨결을 불어 넣어 신발·가방·방석 등의 제품을 만든다. 한 켤레의 신발임에도 서로 다른 디자인이 눈에 띈다.

  4층으로 올라가 보니 청바지 원단 소재의 새활용 물건으로 가득 찬 복도가 눈앞에 펼쳐졌다. 정현주 유일자수 대표는 상품의 ‘유일함’이 새활용의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말했다. “청바지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옷이기 때문에 그만큼 많이 버려지기도 해요. 이렇게 버려지는 청바지를 원단화해 신발·가방·방석 등을 만드는 데에 사용합니다. 새활용 상품은 공장에서 만드는 것과 다르게 똑같은 상품이 없어요. 다양한 경로로 버려지는 청바지를 활용하기 때문에 모든 상품의 무늬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죠. 한 켤레의 신발이라도 서로 다른 무늬를 가지고 있어요. 저는 이것이 새활용 제품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1층에 위치한 ‘새활용하우스’에는 입주 기업들의 새활용 상품이 전시돼 있다. 군용 텐트로 만든 가방부터 광고 현수막으로 만든 지갑까지, 새활용을 위해 노력한 입주 기업들의 아이디어 싸움을 엿볼 수 있었다. 아이디어에는 끝이 없고 새활용에는 한계가 없는 듯했다.

  제로웨이스트, 현실이 되기 위해 
  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최보윤 도슨트는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 일을 하며 이를 실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장 개인이 하는 행동으로 변화가 생기지는 않기 때문에 환경 보호의 필요성을 실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최근 기후 변화가 체감되는 사례가 많아지다 보니 환경 보전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됐죠. 이 흐름이 새활용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진 것 같아요.”

  새활용은 우리의 환경 가치를 현실로 옮길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최보윤 도슨트는 실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지구 온난화 해결의 골든타임이 7년이라는 말이 있어요. 굉장히 짧은 시간입니다. 그 시간 내에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요. ‘누군가 해결해 주겠지’라며 기다리기에는 지금의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는 이야기죠. 따라서 개인이 변해야 해요. 개인의 실천이 있어야 국가와 사회의 움직임도 의미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환경 가치의 실현은 단순 생각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 생각이 실천으로 옮겨질 때 그 가치가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환경 가치 실현의 첫걸음으로 서울새활용플라자에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치열한 아이디어 싸움으로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이들과 함께라면 그 첫걸음이 두렵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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