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비평 부문 당선 : 신나연 학생(문예창작전공 3) 해당 문학비평은 안희연의 세 시집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을 다룹니다. 1. 겨울에는 피를 흘리고 눈 내리는 놀이터에 소년과 소녀가 서 있다. 소년은 나무 앞, 소녀는 정글짐 위에서 서로를 뚫어져라 응시하다가, 몇 마디 대화를 나눈다. 언뜻 보면 아주 일상적인 것만 같은 이 풍경은 소년의 손에 들린 잭나이프와 겨울의 복장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얇은 소녀의 차림새로부터 어딘가 이상한 분위기
어김없이 찾아온 5월,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풀벌레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니 문득 슬픔이 드리운다. ‘오월의 청춘’도 사랑을 했지만 은 애달픈 아우성과 낭자한 피, 자욱한 연기로 가득했던 1980년 5월의 광주를 배경으로 한다. 그 역사의 소용돌이 가운데 시국에는 관심 없고, 서울대 의대에 수석 입학했으나 대학가요제에 나가기 위해 졸업을 유예한 ‘희태’와 어려운 환경에서도 독일 유학을 꿈꾸며 굳세게 살아나가는 광주 평화병원의 간호사 ‘명희’가 있었다. 작
어떤 깨달음은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온다. 거센 비바람이 불던 날, 평화로운 카페 안에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던 때였다. 한 여성이 카페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채 문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세차게 내리는 빗속에서도 한참을 머뭇거리는 그의 발걸음에 의아했으나, 이내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있음을 알아채고 불현듯 ‘혹시 이 카페 노키즈존(No Kids Zone)인가?’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너무나도 포근하게만 느껴졌던 카페 안의 시트러스 향이 괜스레 불쾌했다. 부끄러웠다. 누군가의 권리를 무심히 짓밟은 채 &lsqu
플레이리스트 01유독 긴 하루를 보냈습니다. 오늘도 퇴근길 지하철은 지친 사람들로 가득하죠. 오색빛에 세상을 비유한다면 빨간색일까요. 너무 과열된 채 굴러가고 있거든요. 그 열기를 식혀줄 푸르른 노래를 선물합니다. 소란한 정적으로 마음이 일렁일 때, 어스름한 새벽 정류장으로 향할 때, 책상 앞에 앉아 지그시 눈을 감고 싶을 때. 햇살을 받아 넘실거리는 황금빛 파도와 그에 맞닿은 하늘이 그리워질 때면 이 세상의 보색 같은 노래에 귀 기울여 볼까요. 푸른 자연과 바다, 삶을 나눈 친구들과의 이야기, 어느 여름 오키나와 세소코해변에서의
어느 여름날 발 담갔던, 제주도의 푸르른 바다가 유난히도 그리워지는 날이었습니다. 문득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었던 기자는 복합문화공간 그라운드시소 성수에서 열린 전시장으로 향했죠. 기적처럼 눈앞에 세계 각지의 여행지들이 펼쳐졌습니다. AWA 전시비행기, 지금 탑승하실 시간입니다. AWA의 따뜻한 아카이빙 ‘WELCOME ADVENTURES!’ 여행을 향한 간절한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한 강렬한 문구와 따스한 불빛이 기자를 반갑게 맞이합니다. 환상의
“가장 아름다운 피로 마법은 풀려. 넌 내 심장을 가질 수 없어.” 영화 中‘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백옥빛 피부와 새빨간 사과를 자연스레 연상시키는 이 대사는 모두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동화 『백설공주』 속 왕비의 대사다. 어릴 적 우리가 열심히 동화책을 뒤적거리며 접했던 무수한 이야기를 기록한 자는 독일의 그림형제다. 새롭고도 환상적인 동화의 세계를 처음 맛봤던 그때를 떠올리며 그림형제와 동화 이야기 속으로 함께 빠져들어 보자.
“힘들고 우울할 땐 손가락을 봐, 그리고 한 손가락 한 손가락 움직여. 그럼 참 신비롭게 느껴진다.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데 손가락은 움직일 수 있어.” 영화 속 영지의 대사입니다. 벌새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몸집을 가진 조류임에도 하루에 자기 몸의 3분의 2 정도로 꿀을 먹습니다. 살기 위해 그만큼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고, 땅에 곤두박질치지 않기 위해 작고 얇은 날개로 숨 가쁘게 날갯짓을 하죠. 벌새의 모습에서 현실에 치여 쉴 새 없이 나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의 모습이 떠오른 건 기자의 오만한 착각에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등 대한민국 역사의 굵직한 사건을 겪으며 변화를 거듭해 온 을지로. 조명, 타일도기, 공구, 미싱 등 상공업 장인들의 땀방울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을지로의 기술 특화 거리는 여전히 그들만의 음으로 협주곡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똑똑, 문화예술가들이 을지로의 문을 두드립니다. 재료 및 공구 상가와 다양한 문화시설의 공존은 을지로만이 가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죠. 을지로가 예술을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하시다면, 함께 을지로로 떠나봅시다! 최수경 기자 petitprince@cauon.net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또는 들어서 알고는 있는데 자세히는 알지 못했던 예술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그럴 땐 키워드로 보는 예술 사전을 펼쳐보는 건 어떨까요. 이번 주 사전을 넘기는 손은 키워드 ‘신화’ 앞에 멈췄습니다. 세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신들의 이야기, 세계인이 열광하는 그리스·로마 신화, 그리고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사랑이야기까지. 신화에 담긴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그럼 우리 함께 아름답고도 신비한 신화를 한번 파헤쳐 봅시다! 최수경 기자 petitprince@cauon.ne
2007년부터 시작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를 비롯해 2017년 하이트진로의 ‘이슬 갤러리’, BMW에서 개최했던 ‘미니 유나이티드’까지. 현대인의 건조한 일상 속 틈새를 노린 기업이 문화예술의 감성 코드를 활용해 소비자들과 전략적으로 소통하고자 한다. 문화예술을 활용한 마케팅은 우리 곁 가까이, 깊숙한 곳에 당연한 듯 자리하고 있다. 예술과 마케팅? 처음 뵙겠습니다! 기업 마케팅 시장에서 문화예술의 역할이 중요해진 시점은 2000년부터다. 손재영 교수(홍익대 문화예술
인간을 담은 건축 학생을 담을 학교 학교 건축, 일상의 기반 위에 뿌리 내리길 20세기 교육자들이 21세기 인재들을 ‘19세기 교실에서’ 가르치고 있다. 학생이 배우고 놀고 생활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 일상 속 깊이 자리한 만큼 학교 건축은 더 나은 방향을 끊임없이 고민하며 철저한 개선이 수반돼야 한다. 포스트모더니즘 건축 양식이 기능주의를 넘어 공간 이용자를 중시하며 나아간 가운데, 학교는 그 흐름에 발맞춰 새로운 형태를 의미 있게 고안했을까. 한국의 학교 건축, 역사의 흔적을 돌아보며 나아가야 할
응답하라, 그때의 문화부! 중대신문이 발행된 지 올해로 74년이 지나 벌써 2000번째 지면으로 돌아왔습니다. 공고히 다져온 문화부의 시간 속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기자는 역대 문화부 기사에서 다뤄진 의미 있는 3가지 키워드를 뽑아봤습니다. 그동안 문화부를 뜨겁게 달군 키워드가 무엇인지, ‘그때의 교집합’과 함께 살펴볼까요? 최수경 기자 petitprince@cauon.net 기록은 기억을 만들고꼭지는 의미를 남기는 찰나의 순간이 모여 지금의 문화부를 이루다오랜 세월을 거쳐 중대신문이 제2000호를 맞
영화 와 , 드라마 에는 모두 이 삽입됐습니다. 여러분도 아마 듣는 순간 ‘아, 이 음악!’하고 알아차릴 정도로 유명한 음악인데요. 20세기 러시아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작품입니다. 그는 예술가들이 자신의 날개를 마음껏 펼칠 수 없었던 시대 속에 태어난 비운의 천재였죠. 스탈린 체제의 이념이 쇼스타코비치와 마주쳐버린 순간이었습니다. 억압 아래 쇼스타코비치의 예술세계가 어떤 변화를 맞았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최수경 기자 petitprinc
여기, 한 편의 서정시처럼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이 있다. 작품을 처음 만난 계절은 오래전 여름이었다. 계절과 맞지 않게 그저 시리도록 서러운 이야기라고 간주했던 지난날이 후회될 만큼 이번 가을 다시 꺼내 본 페이지는 마음을 깊이 일렁이게 했다. 애절한 소리 가락에 마음속 한을 풀어낸 작품, 바로 『서편제』(이청준 씀)다. 참으로도 뚜렷한 한이다. 희미한 사랑이다. 괴롭도록 애타는 마음의 노래 서편제는 나주, 보성, 목포, 화순 등지에서 불린 남도소리로 서민의 애환을 담아낸다. 소설을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 속 주인공 송화와
반짝이는 빛. 그러나 그보다 더 반짝이는 것이 있다. 바로 변화다. 변화는 늘 우리에게 새로움과 신선함을 준다. 초기 인상주의의 빛이 옅어지며 새로이 등장한 후기 인상주의는 단순한 재현에 불과한 기록에 따분함을 느끼고 완전히 다른 세계를 추구한다. 저무는 해 그리고 뜨는 별 인상주의는 일반적으로 인상주의, 신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로 나뉜다. 이때 신인상주의는 인상파가 가볍게 여겼던 화면 구성이나 형체의 질서를 정밀히 보충한다. 신인상주의의 영향력은 후기 인상주의와 야수파, 입체파 등 새로운 예술적 경향이 대두되며 서서히 줄어든다.
때로는 눈에 띄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더 시선을 기울여야 할 때가 있다. 인상주의 색채 사용 방식을 과학에 근거해 체계화했던 조르주 쇠라(쇠라)는 하나의 작품을 위해 무수한 점을 찍었다. 센 강 주변의 그랑자트 섬을 수없이 거닐던 쇠라. 그가 그림에 담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점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함께 파헤쳐보자. 작품 속 그랑자트 섬 이야기 쇠라는 봄마다 여객선을 타고 프랑스 파리 사람들의 휴식처인 한적한 그랑자트 섬에 가곤 했다. 섬의 풍경을 정밀하게 그려내기 위해 많은 사람과 풍경을 주의 깊게 관찰했던 쇠라.
누구에게나 꿈이 있다. 희망과 동경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가까운 극장에 가 영화를 보던 이의 반짝이는 두 눈은 시간이 흘러 사회를 조명하는 빛이 되었다. 빛나는 눈의 주인공, 바로 이원세 영화감독이다. 서라벌 속 그의 생애 이원세 감독은 영화전문 대학을 진학하고자 하는 다짐과 함께 『씨나리오 작법(作法)』(양기철 씀)이라는 서적을 깊이 파헤친다. 중앙대 연극영화과도 존재하지 않던 시절 그의 앞엔 유일무이한 선택지, 서라벌예술대(당시 서라벌예술초급대학)만이 놓여 있었다. 1959년 서라벌예술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하며 진정 영화의 길로
농촌과 농민, 민중과 삶. 인생의 현장 곳곳에서 늘 수첩을 소지하고 다녔던 이문구 소설가가 자주 이야기한 대상들이다. 수시로 기록해둔 섬세한 이야기들은 그렇게 1권의 책이 됐다. 생활과 풍경을 원고지 안에 담아뒀던 이문구 소설가. 그에게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가 보자. 이문구, 그는 누구인가 이문구 소설가는 1961년 서라벌예술대(당시 서라벌예술초급대학) 문예창작과에 입학한다. 충남작가회의 안학수 작가는 대학에서의 이문구 소설가의 모습에 관해 이야기했다. “선생님은 서라벌예술대 입학시험에 작품을 응모해 김동리의 제자로 입학
어느덧 2021년도 여름의 길목에 서 있습니다. 그간 치열하게 달려온 여러분도, 중대신문도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는데요. 사회부는 2021년 1학기 마지막 지면을 빌려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올리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중대신문은 인권과 관련하여 다양한 사회문제를 기사화하거나 소수자 관련 사안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지난해에는 ‘2020 올해의 인권지기’에 선정되기도 했죠. 인권센터는 2012년 설립 원년부터 매년 학내 인권 및 성평등 의식 확산을 목적으로 인권지기를 지정하고 있는
달력 곳곳에 적혀있는 기념일들. 그 조그마한 글자가 달력에 남기까지 수많은 역사가 있어왔는데요. 이번 학기 사회부에서는 무심히 지나쳤던 기념일을 통해 요즘 사회를 조명해보고자 합니다. 이번주는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이해 기후위기에 맞서 행동하고 있는 ‘지구자판기’팀과 ‘파워플로거’팀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기자들이 직접 중앙인이 다니는 길을 걸어다니며 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줍깅(줍다+조깅)' 체험도 해봤는데요. 다 같이 달력으로 사회를 넘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