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리스트 01
유독 긴 하루를 보냈습니다. 오늘도 퇴근길 지하철은 지친 사람들로 가득하죠. 오색빛에 세상을 비유한다면 빨간색일까요. 너무 과열된 채 굴러가고 있거든요.

  그 열기를 식혀줄 푸르른 노래를 선물합니다. 소란한 정적으로 마음이 일렁일 때, 어스름한 새벽 정류장으로 향할 때, 책상 앞에 앉아 지그시 눈을 감고 싶을 때. 햇살을 받아 넘실거리는 황금빛 파도와 그에 맞닿은 하늘이 그리워질 때면 이 세상의 보색 같은 노래에 귀 기울여 볼까요.

  푸른 자연과 바다, 삶을 나눈 친구들과의 이야기, 어느 여름 오키나와 세소코해변에서의 시간. 이 모든 순간을 담아 작사·작곡한 곡, 92914의 <Okinawa>입니다. 플레이리스트 ‘너울지는 물굽이에도 은은한 미소를’의 첫 곡이죠. 가사와 멜로디가 흘러나오기도 전에 고개를 내민 시원한 파도 소리에 괜스레 마음이 일렁입니다.

  햇살이 포근한 날 듣기 좋은 <Lemonade>, 도입부의 기타 소리가 인상적인 <Mliy> 등 매력적인 노래로 가득합니다.

플레이리스트 02
잔뜩 구겨진 낯으로 있다가도 멀리 당신이 보이면 흐드러지게 웃고 마는 우리의 사랑이 좋았습니다. 미소가 걸린 입매, 가끔 눈을 찌푸리는 버릇도, 그렇게 우리가 늘 함께라는 사실까지도 벅차게 다가오는 순간이 있죠.

  가히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의 크기를 마음 깊이 느껴본 적 있나요. 진한 사랑에 빠진, 혹은 빠질 모두에게 플레이리스트 ‘그해 너와 나의 아늑했던 모닥불’을 바칩니다.

  ‘따듯하고 찬란한 순간을 저 언덕에 흩트려 놓는 일을, 해가 지칠 때까지 우리는 반복해야지.’ ABOUT의 <우리 우리 우리> 앨범 소개 첫 줄에 적혀 있는 문장인데요. 가사와 함께 곱씹으니 한 폭의 노을 같은 사랑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합니다.

  함병선의 <Lover> 속 낭만적인 가사로 아름다운 사랑의 순간들을 떠올리며 플레이리스트에 빠져들어 봅니다. 마치 안갯속을 걷는 것만 같아도 / 우리 함께하는 순간들이 선명해 / 네가 떠들어대는 소리에 눈을 뜬다면 / 지난밤 유령이어도 난 괜찮을 거야

  귀에 꽂히는 고운 멜로디를 따라 흥얼거리고 가사를 음미하다 보니 어느덧 기자가 준비한 플레이리스트의 마지막 곡에 다다랐네요.

  첫 번째 플레이리스트 ‘너울지는 물굽이에도 은은한 미소를’을 통해 새빨간 세상 속, 마음이 일렁일 만한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하며 잔잔하게 흘려보낼 수 있는 힘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두 번째 플레이리스트 ‘그해 너와 나의 아늑했던 모닥불’에는 오랜 시간이 지나 필름 사진처럼 바래져 버린 사랑도, 그 순간들만큼은 더없이 깊어져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죠.

  우리 삶 구석구석에 배경음악이 깔린다면, 잔잔한 행복과 부드러운 여유가 묻은 곡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곁 가까이에 따뜻한 온도의 다정한 사랑 노래들이 오래도록 넘실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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