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곳곳에 적혀있는 기념일들. 그 조그마한 글자가 달력에 남기까지 수많은 역사가 있어왔는데요. 이번 학기 사회부에서는 무심히 지나쳤던 기념일을 통해 요즘 사회를 조명해보고자 합니다. 이번주는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이해 기후위기에 맞서 행동하고 있는 ‘지구자판기’팀과 ‘파워플로거’팀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기자들이 직접 중앙인이 다니는 길을 걸어다니며 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줍깅(줍다+조깅)' 체험도 해봤는데요. 다 같이 달력으로 사회를 넘겨보겠습니다. 글·사진 김예령 기자 kduaud@cauon.net

걷거나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주워본 적 있는가? 줍깅은 ‘줍기’와 ‘조깅’의 합성어로, 달리기를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말한다.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이해 사회부 김예령 기자(김 기자), 이서정 기자(이 기자), 정상원 기자(정 기자)가 상도역에서 흑석역까지 중앙대 학생들의 발자취를 따라 줍깅을 했다. 결코 어렵지 않았다. 지금 당신이 서 있는 곳에서 쓰레기를 줍는 것만으로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눈을 돌리면 마주하는
  유난히도 비바람 소리가 거셌던 새벽이었다. 불과 몇 시간 후 쓰레기를 주우러 학교까지 가야 한다는 생각에 빗소리가 더욱 커지기를 바라며 잠에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바람은 여전했지만 맑게 갠 하늘이 ‘자- 그만 꾸물거리고 이제 쓰레기 주우러 가야지!’ 말을 건네 오는 것만 같았다.

  상도역 5번 출구 앞에서 야무지게 라텍스 장갑을 낀 채 웃고 있던 정 기자가 쓰레기봉투를 들었다. 가장 먼저 발견한 쓰레기는 물에 젖은 휴지였다. 쓰고 난 휴지를 쓰레기통이 아닌 길바닥에 버리고 유유히 떠났을 누군가를 생각하니 언짢았다. 길거리를 거닐며 시선을 돌리니 껌 종이, 고무줄, 쓰고 난 물티슈와 같이 한번쯤 아무생각 없이 버렸을 쓰레기들이 간간이 눈에 들어왔다. 

  김 기자는 대로변에 쓰레기가 별로 없어 50L나 되는 쓰레기 봉지를 다 채울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얼마 가지 않아 그의 생각이 괜한 걱정임을 확인시켜주듯 원룸단지 골목으로 들어서자 곳곳에 담배꽁초들이 즐비해 있었다.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담배꽁초, 담뱃갑, 라이터들을 보며 세 기자는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누군가 한 명이 버리기 시작하니 다들 그곳이 쓰레기통인 양 슬쩍 버리는 것 같았다. 지구인, 제발 지구를 지켜쥬!
누군가 한 명이 버리기 시작하니 다들 그곳이 쓰레기통인 양 슬쩍 버리는 것 같았다.
지구인, 제발 지구를 지켜쥬!

  내딛는 발걸음 당 쓰레기 하나
  열심히 걸어 다니며 눈에 보이는 과자봉지, 우유갑, 라이터, 담배꽁초, 음료수캔, 빨대 등을 주웠지만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았던 건 바로 담배꽁초였다. 길거리 전체가 재떨이인 것 같았다. 담배꽁초를 주워 봉투에 담은 후 발걸음을 떼기 무섭게 또 이를 발견하고 주우면, 그 다음 담배꽁초 무리가 떼 지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배수구에 나뭇잎들과 함께 집중적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이미 배수구에 빠져버린 수많은 담배꽁초를 바라보며 이들이 강으로 흘러가 서서히 환경이 오염되는 건 시간문제겠다고 생각했다. 한 걸음 더 옮기니 담배꽁초를 눅눅하게 적신 빗물이 흙으로 스며들고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정 기자는 이렇게 오염된 흙이 또다시 지렁이의 배 속으로 들어갈 것을 상상해보라 이야기했다. “나뒹구는 담배꽁초들이 이 아래 죽어있는 지렁이의 묘비일지도 모르겠네요.”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음료를 테이크아웃 하는 일이 많아져서일까, 일회용 커피 컵이나 빨대와 같은 쓰레기들도 있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올해 상반기 생활폐기물은 4890t에서 5349t으로 늘어,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플라스틱류는 734t에서 848t으로 15.6% 증가했다.

  나뒹굴고 있는 빈 플라스틱 컵이 그 수많은 수치 중 하나에 불과한 쓰레기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앞서가던 김 기자는 “음료로 시원하게 갈증을 해소하여 얻은 에너지가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데까지 이어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라고 말하며 땅에 떨어진 쓰레기를 마저 주웠다.

  거리 곳곳에서 마스크와 마스크 껍질도 볼 수 있었다. 정 기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일회용 마스크 사용이 늘면서 해양에 마스크 쓰레기가 급증했다는 기사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방역에는 필수인 마스크가 환경에는 방해가 되는 존재임을 자각하자 회의감이 들었다.

  환경을 해치고자하는 마음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은 아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이 ‘단순히 귀찮으니’, ‘마땅히 버릴 곳이 보이지 않아서’, ‘나 하나쯤이야’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하나는 모이면 둘이 되고, 백이 되며 끝내 셀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상도역에서 흑석역까지의 걸음만으로 50L 쓰레기 봉지를 끝까지 채울 수 있었다. 

  분리수거를 하기 위해 쓰레기봉투를 열자 엄청난 악취가 풍겨왔다. 영수증 뭉텅이를 골라내어 어디에 버릴지 고민하고 있자 김 기자가 일반 쓰레기통을 가리켰다. “영수증은 종이류 배출 불가 품목이라 일반 쓰레기에 버려야 한대요. 오염물질이 묻은 종이도 마찬가지고요.” 

상도역에서 시작해 중앙대를 거쳐 흑석역을 찍고 다시 학교로 돌아와 분리수거를 했다. 구석구석 맥주캔이나 전단지, 마스크 같은 쓰레기를 발견할 수 있었고 담배꽁초와 담뱃갑이 가장 많이 버려져 있었다. 정문 쪽에 위치한 담배꽁초 전용 쓰레기통 옆에도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다.
상도역에서 시작해 중앙대를 거쳐 흑석역을 찍고 다시 학교로 돌아와 분리수거를 했다. 구석구석 맥주캔이나 전단지, 마스크 같은 쓰레기를 발견할 수 있었고 담배꽁초와 담뱃갑이 가장 많이 버려져 있었다. 정문 쪽에 위치한 담배꽁초 전용 쓰레기통 옆에도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다.
채울 수 있을까 의문스럽던 쓰레기봉투는 흑석역에 도착할 때쯤 이미 가득 찼다.
채울 수 있을까 의문스럽던 쓰레기봉투는 흑석역에 도착할 때쯤 이미 가득 찼다.

  무거운 책임감, 가벼운 마음으로도
  정 기자는 평소 운동을 좋아함에도 줍깅이 생각보다 많은 체력소모를 요구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며 기지개를 켰다. 일상 공간을 걸으며 허리를 숙여 쓰레기를 줍는 행위 자체만으로 운동이 된다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만큼 우리가 주워야 할 쓰레기가 너무나도 많음을 방증하는 슬픈 현실이다.

  언제부턴가 벚꽃은 아직 때가 아님에도 빼꼼 고개를 내밀며, 여름은 뒤에서 누가 쫓아오는 양 우리에게 이르게 다가오고 있다. 올해는 1922년 관측 이래 벚꽃이 가장 빨리 피었던 해다. 평균 개화 시기보다 17일, 역대로 가장 일렀던 지난해보다 3일 더 빠른 것을 고려할 때, 점점 그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 기자가 매일 2시간씩 쓰레기를 주우러 다닌다고 가정해보자. 그럼에도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방대한 쓰레기 양에 비해 우리의 움직임은 너무나도 미약하기 때문이다. 물론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쓰레기를 덜 버리고 제대로 버리는 일이다. 그러나 줍깅과 같은 환경을 위한 움직임은 사소하더라도 꾸준히, 적극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벤치에 놓여있는 음료 컵과 하수구 모서리를 가득 채운 담배꽁초, 길바닥을 돌아다니는 작은 휴지 조각까지. 계속해서 보고 위기를 직면하고, 생각하고, 종래에는 실천으로 옮겨야 세상은 미미하게나마 변화할 수 있다.

  이론이 아닌 현실에 눈뜨고 발에 불을 붙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 지금 바로 여기에 있다. 몸을 숙여 손을 뻗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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