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점, 그런데 과학과 정성을 곁들인
  • 이서정 기자
  • 승인 2021.09.05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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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를 위한 습작, 조르주 쇠라, 1884.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의 습작들은 인상주의 특성을 보여준다. 쇠라는 이 작품을 분할주의로 시작하지 않았으나, 1885년~1886년 사이에 작품을 분할주의 스타일로 고쳐 그렸다고 한다.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를 위한 습작, 조르주 쇠라, 1884.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의 습작들은 인상주의 특성을 보여준다. 쇠라는 이 작품을 분할주의로 시작하지 않았으나, 1885년~1886년 사이에 작품을 분할주의 스타일로 고쳐 그렸다고 한다.
쇠라에게 큰 영향을 준 슈브뢸의 색상환
쇠라에게 큰 영향을 준 슈브뢸의 색상환

때로는 눈에 띄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더 시선을 기울여야 할 때가 있다. 인상주의 색채 사용 방식을 과학에 근거해 체계화했던 조르주 쇠라(쇠라)는 하나의 작품을 위해 무수한 점을 찍었다. 센 강 주변의 그랑자트 섬을 수없이 거닐던 쇠라. 그가 그림에 담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점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함께 파헤쳐보자. 

  작품 속 그랑자트 섬 이야기 
  쇠라는 봄마다 여객선을 타고 프랑스 파리 사람들의 휴식처인 한적한 그랑자트 섬에 가곤 했다. 섬의 풍경을 정밀하게 그려내기 위해 많은 사람과 풍경을 주의 깊게 관찰했던 쇠라. 그의 시선 어린 대상들은 하나둘 도화지에 옮겨졌다. 그렇게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가 탄생했다. 작품은 모두가 따스함을 안은 채 쉬고 있는 듯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48명의 사람과 강아지 3마리, 원숭이 1마리가 어울려 한가한 일요일 오후를 만끽하고 있다. 오른쪽에 검은 상의를 입고 양산을 든 여성과 팔짱을 끼고 함께 서 있는 남성을 보자. 이제 저 멀리 걸어가고 있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자. 분명 먼 곳으로 갈수록 사람들이 작아지지만 거리에 따라 색채 자체가 흐릿해지지는 않는다. 선명하다. 작품 속 공간감이 깊지 않다.  

  쇠라는 다 계획이 있었다 
  그림에서는 맑은 빛을 묘사하기 위해 원색을 선호하는 색채 이론을 따랐다. 이때 그 빛의 색을 나타내는 점들을 겹치지 않도록 칠함으로써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다. 우산을 든 여인과 잔디밭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얼굴, 옷, 나무, 심지어 작은 동물까지. 쇠라는 대조적인 색채를 사용해 미세한 부분까지도 화폭에 점점이 찍어내 병치했다. 

  변종필 미술 평론가는 쇠라가 그림에 적용한 과학 이론이 색조를 색상으로 해석한 분할주의라고 설명했다.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는 그늘진 근경의 어두움과 햇빛 속 중경과 원경의 밝음, 즉 2개의 미묘한 색조 영역으로 나눌 수 있어요. 그림의 어두운 영역에는 슈브뢸의 색상환 중 절반인 초록, 파랑, 보라, 빨강의 색 점들이 쓰였죠? 밝은 영역에는 남은 절반인 빨강, 주황, 노랑, 초록의 색 점을 사용해 명도를 조절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어요.” 선명도를 높이기 위해 미세한 원색 점을 찍었던 쇠라는 작품 속에 질서 있는 조형 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덧붙여 그는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를 분할주의가 이뤄낸 정밀함의 결정체라고 이야기했다. “쇠라는 그림을 그릴 때 팔레트에서 혼색하지 않고 균일한 크기의 작은 원색을 점으로 찍었죠. 보는 이의 망막에서 시각혼합에 의한 혼색을 발생시킴으로써 그림에는 없는 색을 느낄 수 있도록 했어요. 색들이 시각적으로 통합돼 선명한 색을 지각할 수 있는 거죠.” 

  ‘고작’ 점이 아니라는 점 
  쇠라의 과학적인 제작 태도를 두고 그림 속 인물의 미세한 표정 묘사 혹은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지나친 과학성으로 작가의 감수성을 희생했다는 지적도 나타났다. 이에 변종필 평론가는 단점이라 생각되는 부분에 관심을 집중하는 것이 창작자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물론 쇠라의 분할주의가 인상주의에서 느껴지는 강한 색상이나 역동성 등과는 다르니 이를 한계로 볼 수 있겠죠. 그러나 모든 예술은 장점이 곧 단점이 될 수 있어요. 특정 부분을 강조하려면 필연적으로 포기해야 할 부분이 생긴다는 거죠.” 

  ‘누군가는 내 그림에서 시를 보았다고 하지만, 나는 오직 과학만을 보았다.’ 쇠라는 과학을 긍정적으로 생각했던 당대 정신에 걸맞게 모든 것이 과학적으로 설명된다는 굳센 믿음이 있었다. 질서와 계산, 논리를 좋아했던 그는 화면을 철저히 계산했으며 과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색 점을 사용해 형태감을 살리기도 했다. 쇠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작품을 완성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수정을 거쳤다. 걸작으로 꼽히는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를 위해 작은 습작들을 무수히 그린 이유이자, 1883년부터 1885년까지 꼬박 2년의 고된 제작 과정이 필요했던 이유기도 하다. 작은 점으로 커다란 화폭을 채웠던 쇠라가 그림을 위해 쏟은 정성 어린 연습과 수고, 그 가치는 놀라울 따름이다. 

  예술에 정답이 있을까. 한평생 점을 그렸던 쇠라가 온 마음을 담아 찍었던 하나하나의 작은 점은 계획적으로 이어지고 어우러져 결국 세상에 큰 획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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