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복지는 가난한 사람을 상대로 한 물질적 보장에 치중했다. 그러나 탈물질 정신을 바탕으로 시민의 삶의 질과 생활의 즐거움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데까지 복지의 영역은 넓어졌다. 대표예시가 바로 ‘문화복지’다. 문화 소외계층에 문화생활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렇듯 복지 개념은 발전했지만 과연 우리는 문화복지를 관대하게 보는 사회에 살고 있을까. 우선 「문화예술진흥법」 제15조3항(문화소외계층의 문화예술복지 증진 시책 강구)에서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경제적·사회적·지리적
당신은 이 집단을 자못 싫어하셨습니다. 객관이라는 허상을 쫓고 입으로만 백날 떠들며 고고한 척 또 지식인인 척 위선 떠는 ‘관보’라고. 또는 ‘해교’ 행위를 일삼는 ‘기레기’들이고 ‘학생놈들’ 주제에 기자놀이에 빠져 별 것 아닌 일을 크게 키우고 이리저리 들쑤셔서 분란만 조장하는 문제 덩어리 기타 등등 정도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기도 합니다. 덕분에 제 신문사 생활은 이 극단의 평가 사이에서 겨우 넘어지지 않는 게 최선이었던 어름산이의 부채질 같은
직무유기. 간단히 말하면 어떤 일을 해결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조금 더 법률적으로 해석하면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를 거부하거나 유기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다. 지난 4일에 열린 2018학년도 1학기 서울캠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를 취재한 소감이다. 선거시행세칙 개정을 끝내고 예산자치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한 학생대표자가 손을 들었다. 이미 논의가 끝난 선거시행세칙에서 추가 조항을 넣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선거와 투표 과정에서 장애 학생이나 외국인 유학생에게도 차별 없는 선거를 만들기 위해
사과대를 대상으로 하는 전공개방 모집제도 간담회에서 행정부총장은 “걱정하지 말라”며 “많은 학생들이 잔류할 것이다”고 말했다. 과연 학생들이 바라는 것이 단지 본인이 선택한 전공의 잔류일까. 텁텁함이 남는 대학본부의 답변에 지난 2016학년도 사과대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광역화 모집제도 간담회가 오버랩 됐다. 전공개방 모집제도는 학과를 개방적으로 운영해 일정 인원을 유동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했다. 이를 통해 신입생들의 전공 선택권을 보장하면서 융·복합 인재
‘Too much information(TMI)’을 하나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한 중년이 내일까지 제출해야 할 숙제라며 심리상태분석 설문을 부탁한 적이 있습니다. 그로부터 6개월 뒤, 분석 결과가 특이 케이스라며 무료로 상담을 해주겠다는 연락이 다시 왔습니다. 아무 의심 없이 학교 근처에서 약속을 잡았고 자신을 어느 대학 상담사라 소개한 그분은 제 심리 상태를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많이 힘들죠? 동그라미를 그린 위치를 보니까 가족 간에도 고민이 있어 보여요.” 기자가 그린 찌그러진
가끔씩은 알게 모르게 압박으로 다가오는 ‘꿈 패러다임’이 존재하는 듯하다. 그 패러다임의 모습은 이렇다. 대부분의 사람이 인정할 정도의 사회적 지위를 지니며 경제적인 여유도 보장되는 직업을 꿈으로써 가지고 있어야 한다. 동시에 가슴 뛰는 열정을 보일 수 있는 직업이라는 조건도 덧붙는다. 패러다임에 갇힌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조건들을 충족하는 직업 하나쯤을 꿈으로 설정해야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진정으로 가슴 뛸만한 일을 찾는 것부터 힘들었다. 무엇보다도 그러한 직업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그 자리에서 치열하게
대학보도부에 몸담은 지도 어느덧 1년이다. 지난 1년은 전쟁과도 같았다. 매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이야기를 기사로 풀다보면 한학기가 순식간에 끝나곤 했다. 개강 때는 유난히 성난 이들의 목소리로 시끌시끌하다. 마치 연례행사와도 같이 이번학기도 학생 커뮤니티에는 학생회비 운영과 환불에 대한 글이 빗발쳤다. 학생들은 입학할 때 총학생회비 이외에도 전공단위 학생회비를 따로 납부하고 있다. 전공단위 학생회들은 학생들의 복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20만원 가까이 되는 돈을 자율적으로 납부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학
‘이거, 실화냐’ 최근 인터넷을 넘어서 실생활에도 많이 사용되는 신조어입니다. 대개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또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믿기 어려운 경우에 나오죠. ‘이거, 실화냐’는 중대신문 기자로 생활하면서 속으로 가장 많이 했던 말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사용하기보단 주로 부정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기자로서 이해되지 않는, 아니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을 취재했죠. 또한 말도 안 되는 중앙대의 사건, 사고와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대학은 지성의
마지막 글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떠오른 말은 ‘쉽지 않다’이다. 쉽지 않다는 말은 쉽게 단정할 수 없는 미묘한 의미를 담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은 ‘할 수 없는’ 일이 아니다. 또 단순히 ‘어렵다’라는 말과도 그 맛이 사뭇 다르다. 할 수 없다는 말은 불가능을 내포한다. 어렵다는 말에는 어떤 일을 수행하는 데 자신의 능력이 부족함을 인정하는 함의가 있다. 그러나 쉽지 않다는 표현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담고 있으며, 난항이 예상되지만 헤쳐 나가기에 내 능
기자가 인생에서 가장 존경하고 따르는 이는 외할아버지다. 기자의 할아버지는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은 적이 있어 한쪽 다리가 불편하시다. 하지만 기자는 할아버지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크게 인식하며 살지 않았다. 그는 한자, 일어, 영어에까지 능통하시며 팔순이 넘는 나이에도 스마트폰을 사용하셔 손녀와 보고플 때 영상통화를 주고받는 분이다. 그는 누구에게나 모범이 됐고 존경을 사는 분이었기에 기자는 단 한 번도 장애가 할아버지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번학기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주최한 강연에 참석했던 기억이 난다. 강의를 진
요즘 즐겨보는 TV쇼가 있다. 여장남자인 드랙퀸이 경연을 펼치는 라는 쇼프로그램이다. 쇼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단연 사회자와 참가자가 함께 복창하는 클로징 멘트다. “If you can’t love your-self, how you gonna love somebody else?(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누구를 사랑할 수 있을까?)” 참가자 모두가 성소수자임을 생각하면 그들이 외치는 말은 자신에게 되뇌는 주문과도 같다.
올바름을 위한 기꺼운 불편함친한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다가 친구가 한 말에 머리를 얻어맞은 듯 했다. 한 개그프로그램을 추천하는 친구에게 그 프로그램이 소재로 사용하는 여성과 성 소수자에 대한 희화화가 불편하다고 말하던 차였다. 하지만 친구의 그 한마디에 모두가 동조하듯 와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그 속에서 나 혼자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들에게는 나의 행동이 쓸데없는 트집 잡기에 불과했던 것이다. 웃음으로 둥굴렸지만 결국은 나의 문제제기가 ‘불편’하다는 그 의도만큼은 내 마음에 콱 박혔다. 이는 비단 나
절대 부장은 안 하겠다고 말하던 정기자가 어느새 부장이 돼, 마지막 칼럼을 쓰고 있다. 마지막 칼럼이란 말이 주는 무게 때문에 무언가 더 특별하게 잘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글쎄. 부장이란 자리가 녹록지 않아서 칼럼으로 거창한 고민을 할 시간 따윈 주어지지 않았다. 남들은 ‘일주일에 고작 2면?’이라 말할 수도 있는 일인데도 어쩜 그리 치열한지 모르겠다. 겨우 칼럼을 쓰려고 앉아보니 문득 먼 훗날 내가 이 시간을 기억할 수 있을 만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나 치열하게 살았는데 잊혀지면
집요한 취재가 없었더라면들리지 않았을 목소리대학보도부 기자는 내면적 갈등을 겪는다. 대학보도부에서 다루는 민감한 학·내외 사항을 취재할 때 기자는 부담을 느낀다. 대표적인 상황은 사건 원인을 제공한 취재원에게 껄끄러운 질문을 할 때다. 질문 하나하나에 취재원은 예민하게 반응하고 때로는 화를 내기도 한다. 그럼에도 계속 질문을 던지며 사건을 깊숙하게 파헤쳐야
기획으로 마주했던육식주의 스키마기자는 기획부에서 매주 새로운 기획으로 ‘tipping point(티핑 포인트)’를 찍으며 독자들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기획부에서는 ‘프랜차이즈 갑질’, ‘채식’, ‘안티 페미니즘’이라는 3개의 주제에 티핑 포인트를 찍었습니다. 세 주제와 관련한 기사를 준비하면서 각 주제를 바라보는 제 자신의 시각에도 적지 않은 변화
스포츠 하는 여성,특별한 게 아닌 평범 삐이익. 지난 10일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3라운드 헤르타BSC베를린과 SV베르더브레멘의 경기가 열렸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두 팀 간의 열띤 경기가 펼쳐졌다. 평범한 경기 속에서 주목을 받은 ‘특별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주심’ 비비아나 슈타인하우스였다. 슈타인하우스가 주목받은 이유는 유럽 5대 리그의 1부
누구나 품고 있는 상처부끄러워 않길 어느새 흑석동에서 맞는 세 번째 가을이 다가왔다. 해방광장 벤치에 앉아 손끝으로 매만지는 가을은 언제나 부드럽다. 곧 있을 가을 축제에 흠뻑 빠져있는 친구들과 중간고사를 준비하며 밤을 새우는 내 모습도 어렴풋이 보이는 듯하다. 4학년이 코앞이니 소위 짬 좀 생겼다 싶었는데 취업의 부담도 코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서릿발같이
안성캠 발전 계획,남의 사정 아니다 “얘들아 괜찮아?”“응. 우리는 괜찮아. 오늘 여기에서 어떻게 자지?” 안성캠 생활관에는 기자의 친구들이 살고 있다. 그래서 기자에게 ‘안성캠 생활관 괴한 침입 사건’은 남의 사정이 아니다. 사건이 터진 날 밤 그 친구들과 연락을 했다. 그날 밤 내내 기자의 친구들은 무서워서 잠을 이루지 못했고 신문사 선배는 해당 사건을
비판의 수용에 대하여건강한 중앙대를 바란다 매주 수요일, 초조한 기운이 편집국을 감돈다. “편집장님, 혹시 도착했어요?”, “이번엔 무슨 내용인가요?”, “누가 써주셨나요?” 기자들이 목 빠지게 기다리는 건 바로 ‘중대신문을 읽고’다. 이 코너는 다름 아닌 중대신문에 관한 평가다. 해당 옴부즈맨의 필진으로는 중앙대 학생과 교수, 타대 학보 기자 등이 포함된
동물권 없이는 지켜질 인권도 없다 유럽 여행 중 전차표 구매 목록에 있던 ‘1/2’이라는 항목을 보고 친구와 설전을 벌였다. 큰 짐의 몫인가? 어린아이를 의미하나? 대형견과 함께 표를 사러 온 한 아주머니의 모습을 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 반려동물을 위한 티켓이었다. 한국 반려동물의 대중교통 이용은 이들의 몸이 쏙 숨겨지는 이동장에 넣어 다른 승객들이 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