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권한도 보장받는 사회
  • 장은지 기자
  • 승인 2018.03.12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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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보도부에 몸담은 지도 어느덧 1년이다. 지난 1년은 전쟁과도 같았다. 매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이야기를 기사로 풀다보면 한학기가 순식간에 끝나곤 했다. 

  개강 때는 유난히 성난 이들의 목소리로 시끌시끌하다. 마치 연례행사와도 같이 이번학기도 학생 커뮤니티에는 학생회비 운영과 환불에 대한 글이 빗발쳤다. 

  학생들은 입학할 때 총학생회비 이외에도 전공단위 학생회비를 따로 납부하고 있다. 전공단위 학생회들은 학생들의 복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20만원 가까이 되는 돈을 자율적으로 납부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회비를 운영하는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일부 커뮤니티에는 학생회비를 제출해도 혜택을 직접 체감할 수 없다며 학생회비를 다시 돌려받고 싶다는 글도 등장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공단위는 학생회비를 환불해주고 있긴 한다. 하지만 환불의 전제조건은 전과 등으로 인한 학적 변동이다. 학적변동으로 환불을 받아도 돌려받는 액수를 계산하는 기준치마저 각 전공마다 다르다. 심지어 학생회비 환불 규정이 학생회칙에 명시돼 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단순 변심으로 인한 학생회비 환불은 불가능하다. 한 학생은 환불을 요구했지만 이에 대한 회칙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학생회장들은 “아직까지 단순 변심으로 환불을 요청한 사례가 없어 규정에도 명시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답변들을 들으면서 기자는 답답함을 느꼈다.  아직까지 전례가 없다는 말 이외에도 임기가 시작됐지만 여태 인수인계를 받지 못했다거나 학생회칙을 모른다고 답한 회장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사후대책적 마인드라는 생각이 스쳤다. 학생회비를 내고 싶지 않다 혹은 내가 낸 학생회비에 대한 혜택을 체감할 수 없으니 돌려받겠다는 것은 학생 본인의 선택이다. 요청을 받고나서야 부랴부랴 규정을 마련하는 것보다 학생들이 환불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방안이 미리 마련돼야 한다. 

  한 학생회는 ‘학생회비를 내지 않으면 타과 취급하겠다’고 발언해 뭇매를 맞았다. 해당 학생회는 내부 회의에서 편하게 이야기하다가 나온 표현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학생 대표자들이 회비 납부 여부로 같은 전공 학생들의 소속에 대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 학생회비를 납부하지 않거나 환불받으려는 학생들을 탓하기 전에 그 이유를 먼저 생각해볼 때가 됐다. 

  개강총회 등의 공적인 자리에서 환불 규정 개정을 논의하는 등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전공단위들도 있다. 더해 많은 전공단위에서 개정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다시 1년이 지난 이맘때쯤은 지금과 얼마나 달라져있을까. 학생들을 위해 밤낮없이 달리고 있을 대표자들이여. 적어도 이 칼럼을 쓰고 있는 기자 한사람쯤은 그 약속에 대한 기대를 끝까지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말아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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