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탐구생활: 디지털 아트편
 
  예술가가 되기 위해선 긴 시간에 걸쳐 정진해야 한다. 우리는 그래서 예술가를 존경한다. 그들의 노력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인정 속에는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인식이 담겨 있다.

  하지만 그들과의 장벽을 허무는 도구가 나왔다. 바로 디지털 예술도구다. 이제 일반인들도 예술을 쉽게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서 예술을 즐긴다는 것은 남에게 내보일 수 있을 정도의 그럴싸한 작품을 제작하는 것을 일컫는다.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예술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바꾸기에 충분하다. 이번 문화 탐구생활에서는 기자가 직접 일일 예술가가 돼 ‘디지털 아트’를 체험해 봤다.
 
 
  내 손 안에 컬러링북
  컬러링북은 소위 ‘힐링’ 돌풍을 타고 성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컬러링북이 이제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왔다. 컬러링북 애플리케이션 사용자는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다양한 주제의 밑그림 위에 채색하기만 하면 된다. 터치 한 번이면 빈 공간을 원하는 색으로 채울 수 있어 컬러링북에 비해 가볍게 즐길 수 있다.

  우선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을 실행시키고 주제를 골랐다. 깔끔하게 정리된 목록이 눈에 들어왔다. 개인적으로 고양이를 좋아해서 그중 오묘하게 생긴 녀석으로 정했다. 안경을 낀 모습이 간사해 보여서 보라색이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어떤 색이 알맞은 보라색일지, 꼬리는 짙은 보라색으로 해야 할지 등 여러 고민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그 고민을 해결하는 데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팔레트 위 다양한 색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색칠하려는 영역을 누르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연한 보라색, 짙은 보라색, 빨간색, 노란색까지 갖가지 색들로 나만의 고양이를 만들어갔다. 배경색을 고를 때도 여러 색을 대입해보며 원하는 분위기를 살리고자 했다. 다 색칠하고 나니 그리기 전에 생각했던 느낌 그대로는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그렸다고 자랑스레 말할 수 있는 그림이 된 것 같았다. 선 굵기부터 색칠까지 마치 포스터를 보는 듯한 깔끔한 도색은 미술 감각이 없는 기자의 그림도 그럴싸하게 만들어 줬다.
이 모든 과정은 15분 만에 끝났다. 완성작은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갤러리에 올렸다. 처음 보는 외국인 사용자가 ‘좋아요’를 눌러줬다. 세계인의 그림과 내 그림을 견주며 한층 예술인의 영역으로 다가간 듯했다. 애플리케이션 속 미술관의 한 자리를 차지한 그림은 기자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내 그림을 그럴듯하게
  자신감을 얻은 기자는 컬러링북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색칠만 하는 것에서 벗어나 직접 그림을 그려 보고 싶어졌다. 찾아보니 직접 그린 그림을 예쁘게 만들어주는 웹페이지가 있었다. 이 웹페이지는 사용자가 그은 선을 거미줄같이 얇은 선으로 연결한다. ‘이게 뭐 대수냐’ 싶었지만, 효과는 생각보다 강력했다.

  흰 도화지와 같은 모니터 화면은 기자의 마음을 부풀게 했다. 무엇을 그릴지부터 생각했다. 봄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나비를 그리고 싶었다. 마우스를 이리저리 휘적거리니 상상 속 나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줄은 생각한 대로 그어지지 않아 삐뚤빼뚤하고, 더듬이는 힘없이 나풀거렸다. 기자는 나뭇가지에 사뿐히 앉은 나비를 표현하고자 했다. “달팽이에요?” 옆에 지나가던 다른 기자의 감상이었다. 하지만 나비의 앙상한 몰골을 보니 대꾸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그리기를 마친 후 시작 버튼을 누르니 기자가 그린 선들이 다른 직선들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선들이 서로 이어지는 모습은 마치 그림이 살아있는 듯해 신기했다. 10초 만에 명암을 넣은 듯한 그림이 완성됐다. 수많은 직선으로 채워진 나비의 날개는 선들의 날카로움 때문인지 조금 쓸쓸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꽤 그럴듯하게 만들어준 웹페이지가 대견했다.

  이렇게 그림이 변하는 과정에 사용자도 참가할 수 있다. 선의 색깔은 물론 굵기, 밀도, 길이까지 설정할 수 있다. 기자도 여러 방면으로 시도해봤지만, 강약을 조절하는 것이 어려워 기본 세팅으로 진행했다. 그런데도 꽤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온 것을 고려하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인 것 같다.
 
 
  일단 해보자
  무언가를 그리고자 할 때, 우리는 다시 그것을 곰곰이 생각한다. ‘나비의 날개는 어떤 모양이었지?, 나비도 다리가 6개였나?’ 아주 소소한 것에 집중하며 그것의 순수한 아름다움에 감동한다. 이 일련의 과정이 우리 삶에 풍요로움을 더해준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로맹 롤랑은 ‘예술은 정복된 인생이다. 생명의 제왕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하고 싶었던 말도 이와 비슷했으리라 짐작한다.

  로맹 롤랑뿐 아니라 예술이 인생에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사상가, 예술가들은 많다. 헤세, 괴테, 에머슨 등 그 수를 헤아릴 필요는 없다. 현대에 이르러 그들의 말이 힘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을 즐기기에는 우리는 너무 바빴고 예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걷어내지 못했다. 이제 변화할 때가 왔다. 첨단 예술 기기, 스마트폰만 있다면 누구나 예술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0분이면 된다. 일단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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