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프)리뷰
 
  대표적인 컬러링북이라고 손꼽히는 조해너 배스포드의 『비밀의 정원』은 국내에서만 4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그 뒤를 이어 다양한 종류의 컬러링북이 출시되며 ‘컬러링북 열풍’을 몰고 왔다. 그간 어린아이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던 ‘색칠놀이’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컬러링북은 책이지만 글은 찾아볼 수 없다. 각종 스케치만이 담겨있는 컬러링북은 단순한 예술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컬러 테라피’라고 일컬어지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한국예술치료교육학회 임윤선 부회장(한양대 교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우선 컬러링북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임윤선 교수는 컬러링북이 경쟁이 치열한 현대 사회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좋은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죠. 이러한 스트레스를 스스로 해소할 방법으로 찾게 된 것이 바로 컬러링북입니다.”

  이미 그려져 있는 밑그림에 색칠하는 행위를 통해 사용자는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이에 임윤선 교수는 사용자가 컬러링북을 통해 일종의 보상심리의 형태로 무의식적인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컬러링북 속 텅 빈 밑그림은 곧 심리적으로 공허한 자아를 대변합니다. 색칠하는 행위는 곧 내적 자아를 채우는 행위라고 볼 수 있죠. 결국 컬러링북을 통해 자기 자신의 공허함을 채우는 듯한 대리만족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임윤선 교수는 컬러링북을 마냥 긍정적인 것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정해진 틀을 채우는 행위는 일종의 강박 성향을 부추기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컬러링북에 사용자가 참고할 수 있는 지침이나 팁이 담겨있으면 더욱 좋겠죠. 사용자들 또한 컬러링북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은 좋지만 색칠하는 행위 그 자체에만 급급해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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