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집하면 무슨 생각이 떠오르는가. 음식은 정갈할지 몰라도 양이 적어 허기진 배를 가득 채우기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여기 일식의 깔끔함과 양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곳이 있다. 바로 중대병원 지하식당가에 위치한 나라비다.
 

  이곳에서 음식을 먹으면 제금자 사장의 넉넉한 인심을 요리의 양으로 느낄 수 있다. 제금자 사장은 2인분만 시켜도 세 명이 먹기 충분하다고 귀띔한다. 그녀는 “공부하느라 힘든 학생들이 배가 고파 오는데 조금밖에 못 먹으면 안되지 않나. 그래서 최대한 베풀어주려 한다”고 말했다.
 

  식재료 또한 최고급으로 사용한다. 제금자 사장은 “원가를 낮추면 그만큼 많이 남기 때문에 유혹이 많다. 하지만 장사를 하는 지난 8년 간 그런 유혹에 넘어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항상 음식이 신선하다는 자부심으로 버텨왔다.
 

  나라비의 메뉴는 밥(돈부리), 돈가스, 면(우동) 딱 세 종류로 통한다. 특히 해물야끼우동과 소고기야끼우동은 나라비의 인기메뉴다. 둘은 쫄깃한 면발과 독특한 소스의 결합으로 궁합이 일품이다. 정통일식집답게 알밥 또한 다른 일식집과는 다르다. 단지 알과 밥, 그리고 나라비 특유의 소스만으로 여타 알밥들에 비해 담백한 맛을 낸다.
 

  나라비에는 초밥 등 고급메뉴가 없다. 여기엔 제금자 사장의 독특한 철학이 있다.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병원 밑에서 피를 내는 요리를 하면 안 된다는 그녀의 배려 때문이다.
 

  제금자 사장은 나라비와 함께한 중대생들이 모두 다 잘됐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그녀는 졸업한 학생들이 회사에 취직했다며 찾아올 때 가장 뿌듯하다고 한다. 가게에서 일하는 학생들에게도 나라비에서의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어 늘 아르바이트생들의 엄마라는 생각을 한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는 말이 있다. 나라비도 마찬가지다. 들어가기 전엔 허기진 배 만큼 마음도 허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갈 때 배도 채우고 마음도 채우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친구들과 함께 나라비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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