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휴(休), 배울 학(學). 학업을 쉰다는 뜻이다. 학교에 가지 않는 것이 최고의 행복인 사람은 이 단어에 만세를 외쳤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 단어를 마냥 좋아할 수는 없다. ‘다른 동기들에게 뒤처질까 봐, 무턱대고 휴학을 했다가 실패로 끝나 버릴까봐’ 등의 이유로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공부하는 법을 알려주는 곳은 많아도 휴학을 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곳은 찾기 힘든 요즘, 휴학 생활을 알차게 보냈다고 자부하는 휴학 고수들을 수소문해 어떻게 하면 휴학기간을 잘 보낼 수 있는지 한 수 배워봤다.
 
 
▲ 인터뷰 중간중간 그는 이런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람'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느껴진다.

"강연은 '위로'가 아니라 '변화'를 담아야 한다"

큰 무대에 서서 말을 전달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떨리고 긴장되는 일이다. 학과 수업 발표 날에는 아침부터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고민에 빠지는 것처럼. 그러나 박철우 학생(기계공학부 2)은 누군가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는 일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강연을 하기에 22살은 많지 않은 나이지만, 30대에 버금가는 노안과 목소리가 자신의 강의 노하우라며 너스레를 떠는 그를 만나 보았다.

인생의 우상을 만나다
고등학교 1학년의 겨울방학, 그는 이과생들을 위한 2박 3일 리더십 캠프에 참여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지훈 작가의 강연을 듣게 됐다. “공부가 너무 힘들고 답답했던 상황에 한 작가님 강연을 듣게 됐어요. 듣자마자 그 강연에 매료됐죠. 아무도 해 주지 않는 말들을 해 주셨거든요.” 두 사람의 각별한 인연은 그곳에서 시작됐다. “약속을 했어요. 제 삶에 다시 책임을 지고 목표로 하는 대학에 붙은 뒤 한 작가님을 다시 찾아가겠다고요. 그날부터 정말 열심히 노력했죠. 중앙대에 붙은 후 작가님께 메일을 보냈더니 저를 강연에 초대해 주셨어요. 기쁜 마음으로 강연장에 찾아갔는데 작가님이 저한테 인사를 안 해주시는 거에요.” 서운한 마음이 들어 그냥 집으로 돌아가려는 그의 발길을 붙잡은 것은 한 작가의 마지막 멘트였다. “제가 오늘은 평소보다 강연을 5분 빨리 끝냈습니다. 박철우 학생! 바로 이 학생을 소개하기 위해서죠. 이 학생은 저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왔습니다. 그를 소개합니다!” 그는 이날을 계기로 강사의 꿈을 꾸고 강의를 하게 됐다.

대학생활을 하며 그가 느낀 것은 자신이 학과에서 배우는 내용보다 강의하는 것을 더 재미있어 한다는 것이었다. “대학교에 가면 정말 재밌을 줄 알았거든요. 원래 기계 분해하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대학에 입학하면 발명대회에 나가거나 특허를 내서 창업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기계공학과에 입학하니 재미가 없는 거에요.” 그래서 그는 ‘TEDxCAU’라는 동아리에 가입해 강사를 섭외하고 강연을 개최하는 활동을 이어갔다.

두 남자의 특별한 토크쇼
강연을 하던 그에게 캐나다에서 반가운 연락이 왔다. “캐나다에 계시던 한지훈 작가님이 저를 부르셨어요. 어학연수를 핑계로 휴학을 하고는 설레는 맘으로 비행기를 탔죠.” 그는 캐나다 매니토바 주에 있는 위니펙에 도착했다. “캐나다에서는 하루 종일 작가님과 같이 있었어요. 제가 어학원을 다녀오는 시간만 빼고 잠드는 순간까지 늘 함께였죠. 둘이 같이 있으면 너무 재미있는 거에요. 그래서 저희 두 사람의 즐거움을 콘텐츠로 표현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가 가진 걸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었거든요.”

한 작가의 아내에게서 둘이 연애하는 거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았던 두 사람. 결국 둘은 새로운 일을 찾아냈다. 유투브에 동영상 강연을 찍어 올리는 일을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올해 1월부터 ‘팟빵’에서 팟캐스트 방송을 시작했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모티비언’과 ‘Motive Bridge’라는 단어를 만든 것이었다. “모티비언은 동기를 부여해주는 사람이란 뜻이에요. ‘강사’는 상업적이고 시간 때우러 온다는 이미지가 강해서 사용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리고 다른 건 몰라도 의지와 열정은 어디 내놓아도 안 질 자신이 있거든요. 그래서 동기부여강사를 대신하는 모티비언이라는 단어를 만들었어요. Motive Bridge는 ‘동기의 다리’이자 ‘우리가 너희의 마음속에 동기의 다리를 놓는다’는 뜻이에요. Motive와 Bridge라는 말이 서로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만들게 됐어요.”

그들의 방송은 다른 방송들과는 달랐다. 그들의 방송은 ‘위로’가 아닌 ‘변화’를 추구하는 동기부여 방송이었다. “김창욱, 김미경 강사의 강의는 목소리의 높낮이를 조절하고 톤을 바꿔가면서 재미를 줘요. 김제동 씨의 강의는 ‘힘들면 쉬어가’, ‘넌 잘할 수 있어’라는 따뜻한 말을 해주죠. 근데 저희는 반대로 독설을 해줘요. 사람들이 강의를 들으러 오는 이유는 ‘변화’하고 싶기 때문이거든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을 제시해서 사람들 스스로 변화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저희의 강연방식이에요.” 이런 방식 덕분인지 그들의 방송은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팟빵 건강 및 의학 분야 1위를 기록했고 3개월간 그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약 6000개의 전체 팟캐스트 중에서는 21위였다.

좋은 일도 있었지만 방송 초기에 어려움도 있었다. “한 작가님의 강연은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굉장히 진지해요. 게다가 말까지 빠르세요. 그러니 제가 끼어들 틈이 없어요. 그리고 한 작가님이 하고 싶은 말은 제가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해서 따로 할 말이 없었죠. 방송 전체를 보았을 때 서로 간의 대화가 활발히 오고 가야 재미있는 방송이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한참을 고민했는데 청중의 입장을 대변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 후부터 그 역할을 맡게 됐어요.”

10월 16일 금요일, 그들은 홍대 인디팍에서 현장토크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동안 팟캐스트 방송을 하면서 나름 사연을 받아 소통한다고 했지만 물리적인 한계가 존재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청중들을 직접 만나 소통하려 해요. 각자의 모티브를 모아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이자 취지죠.” 콘서트를 이야기하는 그의 표정은 들뜨고 행복해 보였다.
 
 
▲ 드넓은 대지에 그가 혼자 서 있다. 뒤에 보이는 건물은 그가 청춘의 일부를 바친 매니토바 한글학교이다.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는 남자
그가 왜 질풍노도의 시기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인터넷에서 청소년 인기검색어 순위를 찾아보면 1위는 리그오브레전드, 2위는 스타크래프트에요. 다 노는 것들만 있죠. 숨 쉴 공간이 없는 청소년들은 인터넷과 함께 시간을 보내죠. 그게 자신을 망친다는 사실은 모르고요. 그걸 아는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꼈어요. 도와주고 바꿔주고 싶더라고요.” 그는 말을 이어갔다. “저는 여러 가지 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에 청소년의 모든 감정을 겪어봤어요. 그래서 청소년을 잘 이해할 수 있죠. 저의 이런 점이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그에게 언제부터 이 일을 시작했는지 물어보니 “20살이 되어 청소년기를 벗어나면서부터에요. 그때부터 학원이나 캠프 등에서 학생들을 만나기 시작했어요.”라고 대답했다.

첫 강의에 대한 감상을 물어보자 그는 말했다. “공식적인 첫 강연은 청소년 캠프였던 것 같아요. 아는 분이 좋은 이야기 좀 해달라고 하셔서 강연을 했는데, 거기서 제 강연에 감명을 받은 친구가 연락을 해왔어요. 부모님 강요 때문에 공업 고등학교를 다니던 학생이었는데, 제 강연을 듣고 나서 원래 꿈이었던 요리사가 되기 위해 요리학원에 등록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동기부여를 해 준 것 같아 정말 뿌듯했어요.”
 
나는 세상의 틀에서 벗어났다
1시간 반가량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늘어놓는 그에게서 지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으며 그는 사뭇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무턱대고 휴학하는 건 시간 낭비에요. 간혹 학교 가기 싫어서 청춘, 열정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옳지 않아요. 자기 전공에 대해 의심이 들거나 내 삶을 돌아보고 싶으면 그 때 휴학을 생각해보세요. 학교에 다니면서 곰곰이 생각해서 꼭 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휴학하는 게 좋아요. 제가 그렇잖아요. 만약 누군가 이 길이 잘못됐다고 하더라도 저에겐 최고의 선택이고 너무 좋은 일이에요.” 그는 휴학생활을 한 단어로 정의했다. “휴학은 ‘틀에 박히지 않은 세상’ 같아요. 학교에 있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어떤 틀에 박히게 되죠.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따르게 돼요. 캐나다에 있을 때 공부를 하려고 먼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을 많이 봤어요. 그중에는 35살 애아빠도 있었죠. 우리나라에서는 1년 재수한 것도 큰일인데 그들은 그런 것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틀에 박혀서 아등바등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느꼈고 마음이 자유로워졌어요. 그게 아마 휴학을 한 이유이고 의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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