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프로그래밍하는 자유여행가
  • 박예은 기자
  • 승인 2015.09.20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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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가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한다. 태평한 마음으로 지내기도 하지만 자신의 꿈과 목표가 없다는 것에 불안해하고 초조해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미희 학생(역사학과 4)은 자신의 그런 점을 인정하고 그 상황을 바꿔보려고 노력했다. 지금도 자신만의 인생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그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포즈에서 그녀의 밝고 명랑한 성격을 알 수 있다.

 

꿈과 목표가 없다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곧 기회였다

 

카페에서 자두색 스웨터를 입고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 언뜻 보기에 우아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풍기며 자기 일에 열중하는 직장인 여성 같았지만, 말을 걸자 그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시원시원하고 발랄한 표정과 말투로 밝은 분위기를 주도하는 이미희 학생은 휴학 기간에 다양한 활동을 했다. 2개의 동아리에서 여행 어플리케이션 제작과 여행가이드를 했고 웹에이전시에서 프로그래밍 일도 경험했다.


유럽에서 찾은 꿈
고등학생 때 『다빈치 코드』와 『해리포터』를 좋아했던 그녀의 인생 목표는 유럽 여행이었다. 그래서 1학년을 마치자마자 한 학기 동안 휴학을 하고 유럽으로 향했다. 그녀의 여행은 다른 사람들과 좀 달랐다. “다른 여행자들은 보통 숙소를 한인민박이나 호스텔로 잡아요. 근데 전 ‘에어비앤비’를 이용해서 현지인 집에 묵었어요.” 현지인들의 집에 묵으며 그들과 술을 마시고 도시 구경을 하다 보니 즐거운 추억들이 쌓였다. 이런 경험은 여행객들에게 머무를 장소를 중개해주는 ‘에어비앤비’가 없었으면 불가능했던 것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막 시작한 신생기업에 대해 관심이 생기게 되었고 이런 관심은 곧 꿈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애초에 한 학기만 휴학할 계획이었기에 그녀는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무엇인가 해 볼 용기가 나지 않았고 아직 절실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복학한 뒤에는 평범한 학생으로서 강의를 듣고 공부만 했다. 4학년이 된 그녀는 취업준비를 위해 자기소개서 특강을 들으러 갔다. 그런데 강사가 직무 관련 경험을 요구할 때 쓸 게 아무것도 없는 자신을 발견했다. “정말 제가 한 게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지금까지 뭘 한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충격을 받은 그녀의 머릿속에 스타트업에서 일해야겠다는 꿈이 문득 떠올랐다. 대기업을 준비하는 다른 학생들을 보면서도 이 꿈을 이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한 경험을 쌓기 위해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다시 휴학에 돌입했다.

스펙이 아니라 경험을 쌓다
우선 여행과 관련된 경험을 쌓기로 했다. 자신이 그 누구보다도 여행을 사랑하고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저는 반복되는 일상보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거든요. 여행하다 보면 새로운 사람들, 세계를 경험하게 되잖아요. 제가 여행을 좋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예요.”

우선 여행 어플을 만드는 동아리에 들어갔다. 인터넷 카페에서 함께 여행 어플을 만들 사람을 구하는 글을 보고 그녀가 먼저 연락한 것이다. 그러나 이 인연은 오래가지 않았다. 동아리 친구와 의견이 맞지 않는 부분이 생겼기 때문. “제가 원하는 어플은 온·오프라인 모두를 이용해 사람들의 만남을 이끌어내는 것이었는데 그 친구가 생각하는 것은 그저 평범한 가이드 어플이었어요.” 이후 어플 제작은 계속 구상단계에만 머무르고 실제로 만드는 것은 자꾸 미뤄졌다. 결국 그녀는 동아리를 그만뒀다.
 
 
▲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울메이트’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들과 한 컷.

그녀가 도전한 다른 하나는 ‘서울메이트’였다. 서울메이트는 대학생들이 여행 프로그램을 짜서 하루 동안 외국인에게 영어로 서울 곳곳을 안내해주는 활동을 하는 동아리다. 프로그램을 신청한 외국인과 만나 서울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대학에서 답사부장으로서 역사답사 일정을 짜며 쌓은 내공과 경험이 이곳에서 빛을 발할 수 있었다. 그녀는 일하면서 영어 실력도 향상되고 외국인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

지금은 프로그래밍 작업 중…
서울메이트에서 같이 활동했던 친구 중에 스타트업 기업에서 일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녀는 그 친구의 권유로 ‘머쉬룸’에서 일을 시작했다. 머쉬룸은 온라인 사이트를 만드는 웹에이전시다. 그녀는 주로 의뢰인이 원하는 웹사이트의 디자인을 해주는 역할을 했다. 웹디자인부터 스토리보드까지 웹사이트를 만들어주며 디자이너로서 입지를 다졌다.
 
▲ 웹에이전시에서 일할 때 찍은 사진이다. 동기들과 이야기하는 그녀의 모습이 사뭇 진지해 보인다.

웹디자이너로 일하는 동시에 사장의 배려로 프로그래밍 학원에도 다녔다. “사장님이 원하는 공부를 하라며 지원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1~3월까지 학원에 다니며 배우고 4~8월까지는 공부와 일을 같이 했어요.” 일과 학업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했다.

이 일은 그녀의 인생에 변화를 주었다. “처음에는 이 분야가 저랑 잘 안 맞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해 보니까 재미있더라고요. 물론 컴퓨터공학부 학생들처럼 잘하지는 못하지만 프로그래밍 공부가 좋았어요.” 프로그래밍에 완전 푹 빠지게 된 것이다. 공부하면 할수록 새로운 영역이 나오는 게 매력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둔 지금도 계속 프로그래밍을 독학하며 컨퍼런스까지 참여하고 있다.
 
▲ 장고걸스 프로그래밍 워크숍의 다른 코치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그들의 행복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장고걸스’라는 곳에서 코치로도 활동하고 있다. “여자들은 보통 프로그래밍 분야에 약하잖아요. 여기는 프로그래밍에 대해 잘 모르는 여자들에게 프로그래밍을 알려주는 비영리단체에요. 제가 ‘장고(django)’라는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알아서 부탁을 받고 코치로 활동하고 있어요.” 현재 그녀는 이곳에서 능력 있는 프로그래밍 전문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처음엔 그저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공부가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나를 알면 인생을 안다
두 번의 휴학으로 이뤄진 2년이라는 시간은 그녀에게 어떤 변화를 일으켰을까. “생각이 많이 바뀌었죠. 휴학 전에는 의존적인 성격이라서 주관이 별로 없었거든요. 그런데 휴학 후에는 제 일은 스스로 결정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렇게 생각이 바뀐 다음부터는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그녀의 뜻을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휴학 동안 그녀가 꿈꾼 일은 그녀의 전공과 거리가 멀었다. 혹시 그런 점이 걱정되지 않는지 물어보니 당찬 대답이 이어졌다. “주변에서도 걱정해요. 하지만 겨우 학부생인데 전공이랑 다른 길을 걷는 것에 대해 불안해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좀 더 멀리 바라보면 4년이라는 시간과 그 시간 동안 공부한 것은 평생의 진로를 결정하는데 큰 영향력을 가지지 않은 듯하거든요.”

휴학하면서 ‘진짜 자기’를 만나야 한다는 몇몇 사람들의 말에 그녀는 동의했다. 그럼 어떻게 자신을 찾을 수 있을까.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물어봐요. 그래서 무언가 떠오르면 일단 직접 경험해 보는 거죠. 그러면 그게 더 구체적으로 변하거든요. 그러다 보면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만날 수 있어요.”

자기 자신을 찾는 것은 자신의 꿈과 목표를 찾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꿈과 목표라는 단어에 가슴 뛰는 사람도 있지만 부담스러운 사람들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녀는 말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적은데, 꿈꾸는 것은 큰 거예요. 그래서 막연히 어떻게 이루어낼지 걱정하다가 좌절하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우선 조금씩 노력해서 작은 목표들을 이뤄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결국 꿈까지 다다를 수 있을 거예요.”

그녀는 자기 자신에 대해 고민하며 인생의 길을 찾고 있다. 지금까지 여러 가지 경험을 많이 해 봤으니 이제는 어딘가에 정착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 “지금은 일단 프로그래밍을 더 공부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아는 것과 경험을 어떻게 버무릴지 알아볼 거예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다른 학생들에 대한 걱정을 표현했다. “요즘 대학생들은 조급증이 있는 것 같아요. 취업을 위해 무언가를 하지만 정작 그 이유는 몰라요. 무엇이 되기 위한 것에만 집중하지 왜 무엇이 되려고 하는지에 대해서는 신경을 덜 쓰죠.”

대부분의 대학생은 취직을 재촉하는 사회의 압박에 따라 움직인다. 자기 자신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 보이는 사회의 욕구를 채워주고 있다. 그녀는 이런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저도 성격이 급한 편이라서 ‘빨리 무엇을 해야 한다’는 말을 달고 살아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상황이 이해가 가지만 마음을 조금 여유롭게 가졌으면 좋겠어요. 가장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인데 자칫하면 자신이 누려야 할 것을 놓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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