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유럽식 복지란 무엇인가


최근 우리사회에서 복지논쟁이 커지면서 복지국가에 대한 관심과 논의 수준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복지에 대한 인식이 단순히 빈곤층 등 사회적 약자를 주로 지원하는 차원에서 모두의 삶의 조건을 향상시키고 사회 전체적으로 안전과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으로 발전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복지정책은 경제적 안전을 보장하는 사회보장제도에 더해 보육과 교육, 의료서비스, 문화 등 사회경제적 기회의 평등한 제공을 보장하는 공공사회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고용과 임금, 즉 공정한 1차 분배가 복지국가의 핵심 요소로 인식되면서 복지 및 노동정책을 포괄하는 사회정책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정책은 성장과 분배, 효율과 형평을 동시에 달성하여 높은 수준의 복지국가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데 필수적이다.


북유럽식 복지는 이러한 복지국가를 대표해 왔다.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은 노동정책과 복지정책을 조화시켜 고용률을 높이면서 관대한 복지를 제공하는 북유럽 모델을 발전시켰다. 물론 이들 북유럽 국가들 간에는 다양성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노르딕 모델로 불리는 데에는 주목할만한 공통점이 있다. 고세금과 보편적인 소득보장제도, 광범위한 공공사회서비스,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조정된 노사관계, 노사정 협력을 제고하는 국가의 역할 등이 그것이다. 역사적으로 북유럽 국가들은 대외시장 의존적인 개방경제의 작은 국가들로서 분배적 정의뿐 아니라 경제적 경쟁력을 위해 복지국가의 발전을 추구했다. 즉, 공공서비스와 사회투자를 중시한 복지국가는 인적자본 및 사회적 이동을 촉진하여 사회 전체적으로 효율성을 높여왔다. 복지국가의 생산적 측면이 분배적 성격과 방향은 같이 하였던 것이다. 정치적 조정과 타협, 사회적 합의가 그 바탕이 되어 왔다. 이러한 성격은 1970년대 이후 경제위기, 유럽통합,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현재의 경제위기까지 북유럽 국가들이 보여준 뛰어난 적응력과 경쟁력을 설명할 수 있게 한다.  

 


- 스웨덴 복지모델의 특징


스웨덴 복지국가는 주택정책을 포함한 광범위한 사회정책을 통해 분배의 선순환과 성장 친화적 복지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분배정책은 단기적으로는 상실된 소득을 보전함과 동시에 빈곤을 해소하고, 장기적으로는 경제사회적 기회의 평등을 보장해 아동양육 가족에 대해 관대한 지원을 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포괄적인 소득보장제도, 고용을 지원하는 적극적인 노동시장정책을 실행하며 공공사회 서비스 지출비중이 높은 특징이 있다. 대표적으로 공교육비 지출은 복지혜택의 축소가 본격화된 1990년대 이후에도 크게 증가하여 인적자원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역할을 해왔다. 교육, 의료서비스, 보육서비스 등의 포괄적인 공공사회서비스는 소득 재분배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아동수당, 주택수당, 부모보험 등의 아동양육 지원 제도는 여성의 경제활동을 진작하고 출산율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그 결과 스웨덴 복지국가는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고, 국가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면서 지속가능한 복지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1960년대부터 급속히 늘어난 복지지출은 보육서비스, 교육 및 직업훈련, 보건의료 등 투자적 성격에 집중했다. 고용을 늘리고 사회 전반적으로 안전도를 높여 실업급여, 잔재급여, 공공부조와 같은 소비적 지출을 최소화했다. 스웨덴은 높은 노동시장 참가율이 보여주듯이 일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일해야 복지가 가능한 ‘합리적인 평등주의’를 실현해 왔다.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세금인상으로 복지지출을 해결하였는데, 높은 근로소득세와 높은 고용주 사회보장세가 큰 역할을 하였다. 1990년대 이후 사회적 합의와 조정을 통해 추진된 복지개혁과 노동시장개혁은 노동인센티브를 강화하고 고령화에 대비할 방안을 마련하게 하였다. 2006년 집권한 우파정부도 국민 대다수가 지지하는 사회적 합의, 평등, 그리고 복지국가라는 스웨덴 모델의 근간을 존중하면서 개혁을 통해 효율성을 재고해 오고 있다.

 


- 북유럽식 복지국가의 경쟁력과 한국에의 함의


북유럽 복지국가는 단순히 복지지출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소득정책과 노동정책, 경제정책을 제도적으로 연계하고 있다. 공공보건, 공교육,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영유아보호정책 등 인적자본에 대한 지출을 늘리고, 단순한 소득이전보다 비경제활동인구를 줄이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는 경쟁력 있는 복지국가의 요건인 고용중시 복지개혁, 일자리 창출, 인적자본 및 새로운 사회위험에 대비한 공공투자인 것이다. 사회구성원들이 교육, 건강, 일, 안전, 사회적 신뢰, 정치적 자원 등을 더 많이 갖고 누리게 만드는 것이 좋은 복지국가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는 바로 소득불평등과 양극화를 완화하고 사회통합을 이루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공공사회서비스의 생산적 기능과 분배적 기능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북유럽 국가들의 유권자들은 투명하고 효율적인 정부를 선택하여 지속적인 성장과 높은 복지수준을 기대하고 있다.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부패와 탈세가 매우 적으며 교육과 평등수준이 높은 경쟁력 있는 국가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들은 복지의 경제적 목표와의 적합성, 중산층 이상 수준에 맞는 양질의 사회서비스, 그리고 재정 효율성을 중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저소득층도 세금을 부담하고 고소득층도 복지혜택을 받는, 모두가 삶의 질을 누리면서 복지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미래 복지인 성장과 현재 복지인 분배의 조화를 달성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모든 개혁과 제도가 좌우정당, 노사 모두를 포괄하는 정치적 타협과 사회적 합의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월 15일 치러진 덴마크 총선에서 사회민주당의 중도좌파가 승리하였다. 사회민주당은 경제활성화를 위해 우파정부가 추진해온 고강도의 긴축정책을 완화하고 은행세와 부유세를 신설하여 세수를 확대한다고 한다. 북유럽식 복지국가가 오랫동안 주목받아온 것은 공정한 1차 분배를 위한 노동시장의 조정과 함께 소득격차를 완화하고 사회적 배제를 최소화하는데 성공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북유럽식 복지가 경제적 성과에도 크게 기여한다는 점은 최근 세계 경제위기 와중에서 북유럽 국가들이 재정적자나 국가부채의 문제가 없다는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북유럽식 복지모델이 한국에서도 실현가능한가 하는 문제는 의지에 달려있다. 고용 및 노동시장에서의 1차 분배를 중시하는 북유럽식 복지는 실현가능성의 문제를 떠나 우리가 꼭 해야만 하는 일이다. 또한 한국 복지제도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분배의 효과성 뿐만 아니라 재정 효율성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복지의 지나친 정치화, 이념화를 지양하고 사회적 합의와 정치적 조정을 통해 평등과 성장에 기여하는 사회정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치 및 사회세력간의 타협과 정치제도의 변화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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