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예전같지 않다고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의 초강대국이다. 군사력, 경제력, 땅덩어리, 인구 모든 면에서 다른 나라를 압도한다. 그러나 복지국가의 발달 정도에 있어서는 늘 후진국 취급을 받아 왔다. 왜 그런가? 두 가지 특징을 중심으로 미국 복지국가를 해부하고 과연 우리가 따라야할 복지모델인지 검토해 보기로 하자.


첫째, 복지프로그램 구성에 문제가 있다. 아래 <그림 1>에 보듯이 미국은 공공사회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6% 정도로 OECD평균인 21%를 밑돈다. 그리고 공보육이나 아동수당 등 가족지원정책과 적극적노동시장정책 등 고용관련 복지지출도 미비한 나라이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 치고는 너무나도 완벽하게 미국과 그 주변에 있는 나라들은 모두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에 취약점이 노출된 국가들이다. 즉 GDP대비 100%가 넘는 정부부채에 국가신용등급 하락으로 자존심을 구긴 미국 주변에는 정부부채비율 200%가 넘으며 잃어버린 20년의 일본, 국가부도 사태에 처한 그리스와 포르투갈 그리고 그 다음 타자로 지목되는 이태리가 포진되어 있다. 미국이 포함된 X축의 맨 좌측에 문제 국가가 집중되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경우 사회지출 중 연금에 38%, 의료보장에 44%를 배분하여 이 전통적인 양대 프로그램에 82%의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전체 사회지출의 49%만을 연금과 의료에 나눠 쓰고 나머지 51%는 가족과 고용복지에 쓰는 스웨덴과 크게 대비된다. 복지지출과 발달 수준이 낮으면서도 경쟁력이 날로 추락하는 미국과 고복지국가이면서도 재정건전성을 지키고 IMD등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항상 최상위 평가를 받는 스웨덴과 크게 대비되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좌측하단에 외로이 위치하고 있다. 이제 복지논쟁에 불이 붙으며 복지국가로 성큼 나아갈 기세인데 어느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인가? 적어도 한 가지 우리 모두가 합의했으면 하는 것은 즴방향에 대한 거부이다. 즴방향으로 발전해 간다는 것은, 미국을 지나 일본, 그리스 그리고 이태리형의 복지국가로 성장해 가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복지도 제대로 못하면서 경쟁력도 잃어가고 있는 나라들을 쫓아 갈 하등의 이유가 없다. 즵방향으로 가도록 의식적인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이 때 즵경로로 가되 복지재정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용두사미’식의 즶형이 될 수도 있음도 반드시 경계하면서 말이다.


둘째, 미국의 복지국가는 정의롭지 못하다. 아래 <표 1>을 보자. 앞서 미국은 공공사회지출 규모가 작은 국가라고 했듯이, 2005년에 공적사회지출이 GDP대비 15.9%에 불과하다. 29.4%의 스웨덴에 반 정도 밖에 안된다. 그런데 기업 등 민간부분의 복지지출, 그리고 세금감면 등을 감안한 순사회지출(net social expenditure) 기준에 의하면 미국은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나라로 등극한다. 미국(25.3%)이 스웨덴의 순사회지출(24.9%)을 능가하는 것이다. 어떻게 된 건가? 미국은 사회복지성 조세감면 (401K같은 사적연금과 민간의료보험 가입 등에 대해 주어짐)의 규모는 매우 크다. 그리고 이것이 기업복지의 규모 (GDP의 9.1%)를 크게 만들고 있다. 반면에 사회적 이전 급여(복지)에 대한 과세를 통해 소득세로 다시 거두어 들이는 것은 매우 작다. 따라서 순사회지출이 스웨덴을 능가하게 되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순사회지출이 많다는 것은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좋은 거 아닌가?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국가의 세제인센티브를 받고 거대해진 민간복지가 사회적 분배 정의를 왜곡시킨다는 데 있다. 생각해 보라. 대기업은 각종 조세감면 속에서 높은 수준의 기업복지를 제공한다. 반면에 중소기업은 여력이 없어 세제혜택이 있음에도 이를 활용하지 못한다. 영화 식코(Sicko)에서 보듯 영세사업장의 종사자나 영세 자영업자 그리고 실직자들은 세제 혜택이 있어도 의료보험을 구매하지 못해 늘 고통받고 산다. 연금도 마찬가지다. 좋은 직장의 근로자는 우리나라 퇴직연금과 같이 사용자가 부담해주는 사적연금에 가입되어 있다. 중산층들도 나름대로 세제혜택을 받으며 사적연금에 가입해 있다. 그러나 식코의 경우처럼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다 남의 떡일 뿐이다. 결국 순사회지출이 큰 나라는 공과 사를 합한 전체 복지지출 규모는 클지 모르지만 상위 소득자에게 매우 유리한 결과를 낳아 복지지출이 오히려 시장의 양극화를 조장하고 만다. 
우리는 어떤가?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순사회지출이 공적사회지출보다 훨씬 많이 증가하는 나라다 (36.2% 증가). 부지불식간에 우리는 미국 복지국가를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자칫하다가 우리나라는 즴방향으로 가면서 정의롭지 않은 사회복지지출도 겸하는 최악의 경우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게 된다. 국가재정을 축내는 세제혜택 부여로 민간복지를 필요이상으로 키우기 보다는 공공사회지출의 비중을 늘리면서 즵방향으로 복지국가를 건설해 가야 한다. 복지논쟁이 활발한 요즘 미국을 추종하기 보다는 반면교사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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