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학기 안성캠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서는 총여학생회(총여) 체제 개편 및 특별 기구 개편에 관한 안건이 상정됐다. 해당 안건은 재적 대표자 89명 중 78명 찬성으로 통과돼 안성캠 총여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그러나 총여 폐지 결정은 다방면에서 잘못됐다.

  학내에서 여성은 여전히 약자다. 일각에서는 학내에서 여성의 수가 크게 증가해 여성이 더 이상 소수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절대적인 수가 증가했다고 해서 여성의 권리가 남성과 동등해졌다는 사실은 명백히 틀린 말이다. ‘Me Too(미투) 운동’으로 학내 저변에 숨어있던 성범죄의 실태가 여실히 드러났으며 페미니즘을 향한 혐오 범죄는 아직도 양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여성 학생대표자 수도 남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이는 아직도 대학가에서 여성이 약자임을 증명한다.

  총여 대체 기구인 성평등위원회(성평위)가 여성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성평위원장은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이기 때문에 전학대회나 중앙운영위원회에서 발언 기회를 얻지 못한다. 따라서 회칙의 수정이나 집행, 안건 상정에 직접적인 관여가 불가능해 총여보다 역할의 제약을 받을 것이다.

  총여 폐지를 위한 안성캠 총학과 총여의 의견 수렴 과정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다. 총여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한답시고 주최한 간담회는 전학대회 전날 열렸다. 이 또한 공식적인 공지 없이 간담회 하루 전날 밤 단체 채팅방을 통해 공지됐으며 총여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간담회 시작 두 시간 반 전에 공지됐다. 결국 간담회 참석자는 18명에 불과했다. 이렇게 간담회를 졸속으로 열었지만 간담회 내용의 녹취와 녹화는 금지됐으며 언론사 출입도 막았다. 무엇을 숨기고 싶어서 이렇게까지 행동하는지 안성캠 현 총학과 총여의 속내를 알 수 없다.

  학생자치기구 폐지를 전체 학생 총투표가 아닌 전학대회 의결로 결정해버린 방식 자체도 문제다. 의결 당시 재적 대표자 수 89명이 2018년 안성캠 전체 재학생인 5218명의 의사를 충분히 대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는 총여를 폐지한 타 사례와 비교해도 미흡하다. 서울캠 총여 폐지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6년간 5차례 총여가 구성되지 못해 존폐기로에 놓이면서 자연스럽게 총여 폐지에 대한 공론화가 있었다. 이와 달리 안성캠 총여는 공백 없이 지금까지 그 명맥을 유지해왔으며 내리 파출소 이전을 비롯한 주요 현안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또한 타대의 경우 총여 존폐 여부 결정을 위해 학생 총투표를 실시하는 등 신중하게 총여 폐지를 결정했다. 하지만 안성캠 총여 폐지는 충분한 숙의의 과정 없이 갑작스러웠다.

  대학가의 추세라는 이유로 총여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우리가 왜 추세에 따라야 하는지에 대한 명분이 없다. 반대로 여성 관련 이슈가 공론화되는 상황도 현 추세다. 총여 폐지가 가지는 의미와 파급력을 고려한다면 총여 폐지는 공론화 된 지 일주일 만에 결정될 단순한 사안은 아니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