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공결제 시행 주도하기도
최근에는 치안·복지에 집중
지난 1일 ‘2018-2 안성캠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서 안성캠 총여 폐지가 결정됐다. 지난 2014년 서울캠 총여학생회(총여)가 폐지된 데 이어 이번 결정으로 중앙대에는 더 이상 총여가 존재하지 않게 됐다. 소수자를 존중하고 그들의 권익을 증진하자는 정신으로 출범한 중앙대 총여는 2018년을 끝으로 역사에서 사라진다.
1980년대 여성해방을 외치는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대학가에 새로운 학생자치기구 총여가 등장했다. 중앙대 역시 지난 1985년 ‘여학생의 주체성 회복과 권익 옹호’를 외치며 제1대 총여가 들어섰다. 1990년대 총여는 성의식 변화 운동에 힘썼다. 한 예로 지난 1998년 제13대 총여는 제12대 총여에 이어 성교육 특강을 주최해 성상품화와 왜곡된 성문화를 비판하며 올바른 성의식 함양을 위해 노력했다.
지난 2000년에는 제15대 안성캠 총여가 학내 발생한 성폭력 사건에 가해자를 찾아나서는 등 사건 해결에 앞장섰다. 이후 안성캠 총여는 자체적으로 ‘성폭력 학칙 제정팀’을 만들어 대학본부와 함께 성폭력 학칙을 제정했다. 서울권대학 총여 및 여성위원회가 모인 ‘학내성폭력근절과 여성권 확보를 위한 여성연대회의’에 참가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안성캠 총여는 지난 2000년 여성의 목소리를 담은 ‘총여 신문’ 제1호를 발행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보여줬다.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는 생리공결제는 지난 2006년 양캠 총여의 요구로 대학본부와 협의 끝에 도입됐다. 공결제 악용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생리공결제 시행을 주도한 서울캠 제20대 현경 총여학생회장(당시 법학과4)은 “공결제를 악용하는 소수 학생 때문에 다수 여학생의 권리를 포기할 수 없다”며 “여학생의 수업권리와 건강권을 위해 공결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캠 총여는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3차례나 후보자가 없어 조직되지 못했다. 지난 2013년에는 선거관리위원회조차 구성되지 않아 위기를 맞았다. 결국 지난 2014년 전학대회에서 서울캠 총여는 성평등위원회(성평위)란 특별자치기구(특기구)로 변경돼 총학생회(총학) 산하기구로 편입됐다. 당시 서울캠 중앙운영위원회는 총여가 진행한 사업들은 총학 산하의 특기구를 통해 충분히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을 총여의 특기구화 이유로 꼽았다.
서울캠 총여의 특기구화가 결정됐을 당시 일부 대학은 이미 총여를 폐지했고 총여 폐지 여부를 학생 투표에 부치는 대학이 늘고 있었다. 이러한 추세에도 안성캠에는 총여가 남아 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전까지 사회 참여 운동이나 제도 개선과 관련된 공약이 주를 이룬 데 비해 최근에는 치안 및 복지 공약에 집중하는 등의 변화를 보였다.
안성캠 학생이 거주하는 내리에는 범죄가 자주 발생했지만 파출소가 없어 꾸준히 치안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지난 2015년 제30대 총여는 ‘내리로의 파출소 이전’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총여는 내리 치안 관련 학생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안성경찰서에 전달하는 등의 노력 끝에 내리파출소 신설을 확정 받는데 공헌했다. 내리파출소 이외에도 총여는 CCTV 설치나 가로등 개선을 꾸준히 공약으로 내세워 안전을 강화하고자 했고 지난해에는 안성캠 내 모든 여자화장실에 비상 방범벨이 설치하기도 했다.
지난 3년간(2016~2018) 안성캠 총여는 ‘총여마켓’과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일상적인 복지에 힘썼다. 총여마켓은 여성용품과 생필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행사다.
그러나 이제 안성캠 총여는 성평위로 변경돼 총학 산하기구로 편입된다. 지난 6일 안성캠 확대운영위원회에서 안성캠에 성평위를 신설하고 총여를 폐지하는 방안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제33대 ‘울림’ 총여는 “성평위가 학내 소수자를 대변하고 성평등을 위해 힘써주길 바란다”는 입장문을 밝히며 총여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