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인생을 동시에 잡다
  • 박예은 기자
  • 승인 2015.11.0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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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을 꽂은 그가 음악을 듣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기자임을 밝히자 친절한 미소를 보였다. 생각보다 길어진 인터뷰에도 그는 기분 나빠하지 않고 질문에 정성껏 답했다. 중국어, 자격증, 대외활동, 교환학생이라는 단어로 자신을 표현한 그는 농구와 권투를 즐기는 스포츠맨이기도 했다. 이 시대의 진정한 ‘열정맨’, 양준민 학생(중어중문학과 4)을 만나봤다.

 
▲ 차분한 태도로 인터뷰에 응한 양준민 학생.


계획을 세운 후
마음은 편해지고
삶은 즐거워졌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없어’, ‘바쁘다 바빠’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빠르게 변해가는 사회를 따라 항상 시간에 쫓기며 사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한 가지 일을 하면서 시간이 없다고 불평하고 있을 때, 양준민 학생은 잠까지 줄여가며 몇 가지 일을 동시에 해냈다. 6개월 동안 중국어 공부, 자격증 취득, 동아리, 대외활동이라는 4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았다.
 
종이에 적힌 인생 로드맵
  제대 전 마지막 휴가. 그는 강원도 동해의 고향 집에서 백지에 빼곡히 인생계획을 적었다. “할 일이 없던 상병 때부터 오만가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만의 인생계획을 멋지게 짜서 원하는 공부를 해보고 싶었어요.” 계획서를 검토한 부모님도 그의 뜻을 받아들여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셨다.
인생계획서의 첫 도전 항목은 교환학생으로 채워졌다. “입대하기 전부터 중국에 갔다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무래도 어학을 전공하다 보니 외국에 나갔다 오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았거든요.” 서류와 면접 심사를 통해 교환학생에 최종 선발된 그는 떠나기 전 한 학기를 휴학했다. 출국 준비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이 시간을 교환학생 시절만큼 특별하게 보냈다고 한다.
 
학교 밖에도 배움은 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반년이라는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그는 부지런히 움직였다. 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공부는 계속했다. 아침마다 강남의 어학원에서 중국어 회화를 배우고 오후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했다. “중국에 가서 적응하려면 시간이 걸리잖아요. 회화를 공부하고 가면 좀 낫지 않을까 싶어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어요.” 학과 공부를 할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주어진 틀 안에서 받았던 학교 교육과는 달리 학원에서는 자유롭게 제 의견을 말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워드프로세서 1급,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 자격증도 땄다. 공기업 취직도 생각하고 있던 터라 자격증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자격증 취득까지는 6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지금은 아니지만 그때는 해당 자격증이 가산점의 여부를 결정했거든요. 그리고 제가 시험에 반드시 합격한다는 보장도 없잖아요. 다른 길을 선택할 때도 분명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bbb korea’라는 통역 봉사는 그의 리더십을 키워주는데 한몫했다. 군대에서 ‘하라면 해’라는 말에 익숙해져 있던 그에게 이 경험은 큰 깨달음을 주었다. “사회에서는 서로의 개성을 존중하잖아요. 팀의 리더로서 다양한 사람의 의견들을 수렴하는 것이 상당히 힘들더라고요.” 어려움이 있었지만 즐거운 추억도 있었다. “통인시장과 경복궁에서 했던 행사가 기억에 남아요. 외국인과 한국인이 일대일로 짝을 지어 함께 엽전으로 음식을 사 먹고 멋진 판소리 공연도 봤거든요.” 다른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과 교류하며 성격도 적극적이고 활동적으로 변했다고 한다.
 
▲ 그의 통역으로 외국인 학생들은 고궁에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었다고 한다.
 
운동은 아무나 하나
  책상에 앉아 받은 스트레스는 주말마다 농구 코트에서 날려 버렸다. 그는 농구 동아리에 가입해 코트를 열심히 누볐다. 농구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6살 때였다. “농구 경기를 보는 엄마 옆에서 농구를 접하게 되었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선수들이 빠르게 코트를 오가는 모습이 축구보다 박진감 넘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모님은 그가 농구하는 것을 반대했다. “제가 농구를 하다 다친 적이 많아서 부모님이 농구라면 질색을 하세요. 농구를 계속할 생각이면 호적 파서 나가라는 말까지 들었어요.” 그는 꿋꿋이 견디며 부모님을 설득해 이제는 조금씩 이해받고 있다고 한다.

  농구에 이어 권투도 배웠다. “기사를 보니 농구선수들이 권투로 순발력을 길러서 농구를 잘하게 되었다는 내용이 많더라고요. 농구를 잘하고 싶은 마음에 권투를 시작했죠.” 체육관 관장의 지도에 따라 체육관과 근처 공원에서 맹훈련했다. 긴장감을 줄이기 위해 공원에서 연습했던 것은 그에게 생각지도 못한 변화를 가져다줬다. “소심한 성격으로 남들 앞에 나가 발표도 못 하던 저였어요. 권투 연습을 하면서 몇 번 창피함을 당하고 나니 나중에는 부끄러움이 없어지더라고요.”
 
중국에서 찾은 꿈
  이후 그는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중국 호남성 샹탄대학교에서 시작한 중국생활은 힘들었고 자신이 점점 나태해지는 것 같아 속이 상하기도 했다. 첫 번째 휴학에서 느꼈던 열정이 그리워져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바꾼 것은 여행이었다. 그는 ‘더 많은 중국을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강소성 남경사범대로 학교를 옮기고 다시 한 번 휴학했다. 이곳에서 그는 수업을 자주 빠졌다. 성적도 좋지 않았다.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 중국은 워낙 큰 나라여서 1박 2일 여행은 불가능했거든요. 당시의 여행으로 새로운 것들을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책에서 보던 중국이 아닌 실제 중국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요.”
 
▲ 그의 첫 중국 여행지였던 '사먼'에서 친구들과 찍은 사진이다.

  첫 중국 여행도 그에게는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기차를 탔는데 제가 한국인이라니까 사람들이 신기해했어요. 10시간도 더 걸리는 목적지까지 가면서 계속 말을 걸어왔죠.” 사람들은 너나없이 그에게 질문세례를 퍼부었다. “힘들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기억에 남아요. 그때 처음으로 중국에 더 머물러야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 식으로 중국인들과 어울리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그는 가장 좋았던 여행으로 사막 여행을 꼽았다. ‘우리가 언제 사막에 가보겠어’라며 한국인 친구들과 나눈 이야기가 시발점이었다. 그와 친구들은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 둔황 명사산으로 갔다. “내려오다가 길을 잃어서 죽을 뻔했어요. 다행히 길을 찾아 힘들게 내려왔는데 그곳의 공안이 저희를 잡더라고요. 이 지역은 국경에 맞닿는 국립공원이라면서. 결국 벌금 4만원을 주고 풀려났어요.” 국립공원 침입은 원래 8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했지만 공안이 그들을 불쌍히 여겨 벌금을 깎아준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15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난 그는 이틀을 내리 앓아누웠다.
 
▲ 별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실크로드로 향하고 있는 그와 친구들의 모습.
 
후회 없이 흘러가는 시간
  복학해서 학교에 다니다 보니 어느새 4학년 2학기. 취업 준비생이라고 불리는 지금도 그는 ‘제멋대로’ 살고 있다. 현재 그는 농구 전문 월간지 ‘점프볼’에서 인터넷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인터넷 카페에 모집 공고가 올라온 것을 보고 지원했는데, 운 좋게 뽑혔어요.”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말했다. “활동에는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타 신문사의 프로 기자들과 경쟁하는 것은 힘들지만 선배 기자님들을 보고 배우는 것은 좋아요. 덕분에 글 쓰는 실력이 많이 늘었거든요.”

  여러 가지 활동을 병행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가 이 모든 일을 했던 이유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솔직히 학교에서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주로 만나잖아요. 그런데 군대에 가서 별별 사람을 다 만나고 나니까 사회생활을 잘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는 것이 좋을 것 같더라고요. 힘들긴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때문에 힘든 것이 잘 안 느껴져요. 행복할 때가 더 많아요.”

  ‘잠을 줄이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만들지 않는것이다’라는 말은 그의 인생 명언이자 좌우명이다. “잠을 어떻게 줄이냐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피곤해도 시간을 유용하게 쓰는 게 좋아요. 무언가를 얻기 위해선 다른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 맞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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