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5. 타인의 시선
  • 박준이 기자
  • 승인 2015.03.29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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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이나 잡지, 또는 휴대폰 어플로 운세를 본 적 있나요? 이 세상에 나와 같은 생년월일, 별자리, 띠를 가진 사람이 수없이 많은데도 운세를 볼 때면 항상 ‘다 내 이야기 같다’고 하면서 지난 하루를 돌이켜 보곤 하죠. 그래서 이번 주, 기자는 학생들에게 ‘타인의 시선’이라는 주제가 담긴 가상의 운세를 보여주며 이야기를 시작해보았습니다. 역시나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자신의 이야기라며 공감하더군요.
 
 
‘좋아요’가 좋아요

흔히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며 남들보다 튀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관종(관심종자)’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이들을 관종이라며 손가락질하는 우리들은 과연 ‘난 관심 따위 필요하지 않아’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을까요? 다른 사람들이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남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살아가기란 불가능에 가깝죠. 특히나 ‘주류’와 ‘비주류’의 구분이 확연한 한국 사회에선 어찌 보면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여기, 스스로를 ‘OO과 핵노잼’이라고 말하는 P군이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남들에게 어떻게 비칠까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때가 있나요?

P군 정말 뜨끔하네요. 전 제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다른 사람이 제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를 많이 신경 쓰는 사람이에요.


-예를 들면 어떤 식인가요?
P군
제가 무슨 말을 했을 때 친구들의 호응이 좋으면 그날 온종일 기분이 좋아요. 반대로 반응이 좋지 않다 싶으면 혼자 매우 의기소침해지죠.

-요즘은 어떠세요?
P군
요즘 제가 학과 학생회 활동을 해서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 할 경우가 많아요.

-어떤 경우인가요?
P군
제가 이번에 행사를 하나 맡았거든요. 그래서 어떤 친구에게 일을 부탁했죠. 근데 일을 맡기고 나니 그 친구가 힘들어할까봐 신경이 많이 쓰이더라고요.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P군
제가 괜히 그런 일을 시켜서 부담 가지진 않을까? 사실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내가 괜히 시켜서 억지로 하게 된 걸까? 괜히 혼자 미안해하고 있어요.

-그럼 직접 나서서 도와주면 되지 않을까요?
P군
도와주곤 싶은데 도와줘야 할지 말지도 걱정이 돼요. 그 친구가 부담스러워할지도 모르잖아요.

-혹시 관심 받는 걸 좋아하는 편인가요?
P군
아니, 뭐 ‘관심을 받아야지’ 이런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제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남들이 관심을 가져주면 좋죠.

-최근에 호응이 좋았던 일이 있나요?
P군
제가 맡게 된 행사가 학과 총MT에요. 그런데 제가 기획을 하고 난 후에 학생회 친구들 반응이 되게 좋았어요. 다들 ‘재밌겠다’, ‘기대된다’고 하니까 정말 뿌듯했죠.(웃음)

-어떻게 기획을 하셨는데요?
P군
총MT면 후배부터 선배까지 정말 많은 학번들이 모이는 행사잖아요. 중간 중간 어색한 분위기를 깰 수 있는 게임도 기획하고 전체적으로 쓰이는 예산도 관리했죠.

-대단하신데요? 그런데 아까 왜 본인을 ‘핵노잼’이라고 하셨어요?
P군
제가 개그감각도 부족하고 ‘드립’도 못 받아치는 편이에요. 그래서 친구들이 ‘OO과 핵노잼’이라고 불러요. 이것도 아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다고 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에요. 전 제가 말하는 것 하나하나에도 재미가 없을까봐 신경을 쓰는 편인데 그게 저의 콤플렉스가 되어버린 것 같아요.

-다들 그렇죠. 요즘 SNS ‘좋아요’에 집착하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P군
전 주로 댓글을 남기는 편이에요. 글을 올리면 사람들이 누르는 ‘좋아요’나 댓글에 목매달게 되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일부러 잘 하지 않는 편이에요.

-‘좋아요’는 어느 정도 나와야 만족하세요?
P군
그래도 한 5개?(웃음) 솔직히 10개.

-에이, 너무 낮춘 것 같은데요?
P군
전 많은 걸 바라지 않아요. 하지만 댓글만 남기는데도 친구들의 반응이 어떨지 신경이 많이 쓰이곤 하죠.

-시간이 많이 늦었는데, 지금 어디 가시는 길이었어요?
P군
동기들 만나서 술 마시려고요.

-오늘도 호응 많이 받았으면 좋겠어요.
P군
술 취하면 엄청 재밌죠. 그런데 저, 맨 정신엔 그렇게 못해요.

-술 취하면 어떤 성격인데요?
P군
평소에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제가 어떻게 반응해야하나 이런 생각들 때문에 함부로 말을 못 던져요. 그런데 술취하면 막 던질 수 있거든요. 그럴 때 애들이 좋아하더라고요. 다들 저보고 ‘너는 항상 술 먹고 다녀야겠다’라고 해요.

-어떤 말을 던지는데요?
P군
욕을 해요, 욕을. 사실 맨정신엔 절대 못 하죠.

-남들 시선 신경 쓰느라 피곤하진 않아요?
P군
엄청 피곤하죠. 사람들이랑 같이 있을 때 재밌어야 또 만나고 싶고 그런데…. 혼자 마음고생을 많이 해요. 아, 망했다. 저 인터뷰 망했어요.
 
 
 
소신과 시선 사이에서
 
다른 사람들의 관심은 세상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나의 삶을 지나치게 ‘간섭’하는 도구로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지나치게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고 그들과 비교하며 경쟁하는 분위기는 오로지 나를 위한, 나만의 선택을 할 수 없게 만들죠. 취업준비생인 P양도 이 때문에 진로를 선택하는데 정말 힘이 들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과 ‘남들이 원하는 것’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었죠. 반면 함께 있던 H군은 특이하게도 남들의 시선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더군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할 때가 있나요?

H군 전 관심 받을 친구가 많이 없어서.(웃음) 그렇지만 그런 적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그렇게 생각하신 적이 있다는 말인가요?
H군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지만 신경 안 쓰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P양 그런데 누구나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정도의 차이지. 저는 그렇게 심한 편은 아니에요. 근데 이거 선뜻 대답하기 어렵네요.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뭔가요?
P양
요즘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기에 힘든 세상이잖아요. 특히 저는 취업준비생이라 희망 기업을 정할 때도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뭐지?’ 스스로한테 많이 묻고 오래 생각해봐도 답을 내리기가 어려워요. 제겐 평생 숙제 같아요.

-어떤 쪽으로의 취업을 생각 중이신가요?
P양
저는 공기업 쪽으로 취직 준비하고 있어요.

-입학할 때부터 그쪽을 희망했나요?
P양
그런 건 아니에요. 막연하게 생각하고 왔죠. 경영학부는 전공특성상 진로를 선택하기에 너무 포괄적이어서 선택하기 어려운 점도 있는 것 같아요.

-진짜 하고 싶어서 택한 건가요, 아니면 남들이 하는 대로 하는 건가요?
P양
저도 역시 제가 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처음에는 그렇게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남의 시선도 무시할 수가 없더라고요. ‘내가 진짜 원하는 거 해야지!’ 이러다가도 4학년쯤 되니까 다들 현실에 맞춰 살아가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서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디 취업했는지도 비교되고 그러잖아요.
P양
SNS가 활발해지면서 그런 게 더 심해진 것도 있어요. SNS에 ‘OO교육원에서 교육받는 중에 찰칵’ 이런 글이나 사원증, 명찰 같은 걸 찍어서 올리는 친구들이 많거든요.(웃음) 다들 취업한 거 자랑하려고 하는 거죠.

-SNS 자주 하세요?
H군, P양
아니요, 저희 모두 거의 안 해요.

-이유가 있나요?
P양
아까 말했듯이 SNS를 과시용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오히려 더 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실제로 취업준비생인 친구들 보면 SNS를 많이 끊더라고요. 그런 글들이 계속 올라오니까 ‘아, 나는 지금 뭐하고 있지?’ 이런 생각도 들고 ‘얜 벌써 어디에 취업했네’라는 생각이 들면서 문득 우울해지기도 해요. SNS를 안 하던 친구들도 입사한 후에는 다시 SNS를 시작하고 사진을 올리고 그러더라고요.

-H군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H군
저도 물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긴 하지만 제 선택에는 그렇게 크게 영향을 받진 않는 것 같아요. 전 ‘마이웨이’를 지향하죠.

-소신이 있는 편이네요.
H군
내 선택에 대해 남들이 뭐라 한다고 해서 쉽게 바꾸거나 흔들리고 싶지 않아요. 예를 들면 취업의 경우 ‘제가’ 들어가서 ‘제가’ 일하는 거잖아요. 남들이 좋게 보고 나쁘게 보는 건 그 순간일 뿐이지, 저의 선택의 잣대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요즘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 흔치 않죠.
H군
오늘도 전 다들 콩나물국밥 먹을 때 전 새싹 비빔밥을 먹었어요.(웃음) 다들 저보고 이상하다고 하는데 전 굴하지 않았죠. 제가 맛있으면 되는 거니까요.
P양 진짜 이상해요. 심지어 콩나물국밥 집이었거든요.

-아, 혹시 일부러 다른 거 시키시는 거 아니에요?
H군
막 “봄이니까 난 새싹이지!” “나 지금 초장 넣는다?” 하면서?(웃음)

-혹시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있나요?
H군
음…. 이런 사람은 저 하나면 됐어요. 아무튼 다들 자신의 소신을 가지고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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