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지나가다 마주친 친구에게 “밥 한번 먹자!” 또는 후배에게 “밥 사줄게!”라는 말을 하곤 하죠. 이렇듯 우리에게 ‘식사’는 단순히 밥을 먹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정신없이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식사시간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기도 하고 잠시 여유를 즐길 수도 있는 소중한 시간이거든요. 하지만 일상에 지치고 시간에 쫓겨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이러한 식사시간도 사치로 느껴질 뿐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오롯이 자신만의 식사시간을 지키고자 하는 ‘혼밥족’과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그들의 오늘 하루는 어땠을까요?
 

식사는 사치, 난 ‘혼밥’을 택한다
 
 
 
 저녁 6시, 학생식당에는 ‘혼밥’을 하는 학생들이 꽤 많았습니다. 그들에게 혼자 밥을 먹는 이유를 물으니 모두들 ‘혼자가 편해서’라고 대답하더군요. 하지만 아직 혼자보단 ‘여럿’이 익숙한 캠퍼스에서 그들은 자유영혼보단 외로운 아웃사이더처럼 보이기 십상입니다. 놀라웠던 건, 그들 모두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에 눈을 고정한 채 쫓기듯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아니, 식사를 하고 있기보단 끼니를 때운다는 것에 가까웠죠. 식사와 끼니, 자유와 외로움의 간극에서 방황하는 그들을 만나봤습니다.
 
S군 그런데 이거 취재 맞아요? 종교 단체 아니죠?
-네. 혹시 많이 부담스러우세요?
S군 아, 아니에요. 워낙 혼자 다니다 보니까 종교 믿기를 권유하는 분들이 많아서요. 경계부터 하게 되네요.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는 하루입니다. 확실한 것은 오늘 당신에게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거니까요. 활기차게 하루를 보낸다면 분명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 나눠볼게요. 오늘의 운세, 공감하세요?
S군 흠, 저의 하루와는 좀 안 맞네요. 요새 딱히 좋은 일이 안 생기는 것 같아요.
-수업 듣고 바로 밥 먹으러 온 거예요?
S군 네, 보통 수업 끝나고 이렇게 밥 먹으러 와요.
-보통 혼자 밥을 드시는 편인가요?
S군 네, 이제 4학년이다 보니 주로 혼자 먹는 편이죠. 친구들 기다리는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주로 학생식당에서 밥을 먹나요?
S군 학식이 싸고 맛도 좋으니까 여기서 보통 먹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빨리 받을 수 있는 기본 메뉴를 먹곤 하죠.
-학교 다니는 거 이외에 보통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요?
S군 요즘은 인턴 원서 쓴다고 주로 글 쓰는 연습을 해요. 공대다 보니까 자소서 같은 걸 쓸 줄을 몰라서 힘들더라고요.
-아직은 준비를 하고 있는 시간인 거죠?
S군 네, 그렇죠. 취업은 다음 학기부터 준비할 예정이니까요.
-요즘 친구들이랑 자주 만나나요?
S군 친구들을 종종 만나곤 하죠. 그런데 이제 4학년 정도 됐으니 술은 많이 안 먹어요. 기본적으로 공대라 술을 많이 마시긴 하는데 예전만큼 밤새서 먹지는 않아요. 한 열 시쯤에 마시기 시작해서 두 시간 바짝 달리고 집에 가곤 하죠.
-제 친구들도 3,4학년이 되면서 점점 술을 덜 마시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S군 네, 작년까지는 동아리 총무를 맡기도 해서 학교 앞 술집들을 자주 갔죠. 아직도 술집 사장님들이랑 친해요.
-학과 동아리였나요?
S군 네, 건물 설계하는 동아리였는데 사실 설계는 안하고 술 먹고 놀기만 했죠. 보통 그렇지 않나요?
-하긴 그렇죠. 개강했는데 동아리는 안 가세요?
S군 에이, 10학번인데요. 이제는 빠져줘야죠. 
-그럼 이젠 동아리나 모임 같은 건 잘 안 가는 편인가요?
S군 아뇨, 이제는 동아리에 같이 있었던 선배나 동기들이랑 따로 모임을 갖죠. 동아리를 나가진 않는데 그 모임에 있던 사람들은 계속 만나요. 
-여자친구는 있나요?
S군 없어요. 4학년이 연애는 무슨. 처지가 같은 여자면 만나겠는데 그런 여자를 어디서 찾겠어요. 나이가 어리면 재밌는 추억을 쌓아야 할 시기일텐데 제가 시간을 많이 못 내줄 것 같아서 만나고 싶지 않아요. 친구들한테 소개팅 시켜달라고 할 나이는 아닌 것 같고.
-학교 다니는 건 어때요? 지겹거나 하진 않나요?
S군 빨리 졸업하고 싶은 마음에 그냥저냥 다녀요. 바쁘게 살면 그냥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요. 예전엔 안 그랬는데 이제는 즐기는 법을 잊은 것 같아요. 사람이 자꾸 변하더라고요.
-이제 인터뷰를 슬슬 마무리해야 할 것 같아요. 내일 하루는 어떨 것 같나요?
S군 요새 사는 게 재미가 없어요. 그냥 오늘보다 힘들 것 같아요.
 
 

‘밥친구’없이는 살 수 없는 남자들
 
 

 “혹시 ○○이 알아요?” 늦은 시간,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난 K군은 만나자마자 기자의 지인들을 줄줄이 늘어놓았습니다. 3년 만에 복학해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그는 함께 밥 먹을 친구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죠. 반면, 함께 밥을 먹으러 온 L군은 이날 점심을 처음으로 혼자 먹게 돼 정말 당황스러웠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그들은 ‘혼자 밥을 먹는 건 정말 끔찍한 일이다’라며 어떻게든 ‘밥친구’를 구하겠다고 하더군요.

전반적으로 운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가 하면 노력과 능력에 의한 결과도 충분히 맛 볼 수 있는 날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K군, 운세 내용이 좋네요.
L군 야, 당구 이겼잖아.
K군 그거 말하는 건가? 당구 질 뻔 했는데 이긴 거? 그거 빼곤 별로 특별한 일이 없었어요.
-오늘 하루 종일 뭐하셨어요?
K군 수업 끝나고 친구들이랑 농구하고 점심 먹고. 좀 놀다가 얘랑 이렇게 밥 먹고 있네요.
-밥은 보통 이렇게 두 분이서 드세요?
K군 이렇게도 많이 먹고 다른 친구들이랑도 먹고…. 그런데 학년이 달라서 수업시간이 조금 달라요. 얘는 운세 어떻게 나왔나 봐주세요. 운세 안 좋게 나올 게 뻔해요.
 
집중이 잘 되지 않는 날이지만 그렇다고 하루를 망친 것은 아닙니다. 괜스레 마음이 허전하거나 씁쓸해지는 것도 느낄 수 있습니다.
 
K군 맞네, 안 좋을 거라니까 글쎄.
L군 진짜 씁쓸하네요. 그런데 오늘은 진짜 한 게 하나도 없거든요. 
-이번에 복학하신 거예요?
K군 네, 제가 군대 갔다 와서 3년 쉬었거든요. 군대 2년, 휴학 1년. 
-휴학은 왜 하셨어요?
K군 그냥 제대 날짜가 이상해서 자연스럽게 1년이 생겨버렸어요.
-1년 동안 뭐하셨어요?
K군 1년 동안 펑펑 놀았죠. 아, 종종 실용음악 하는 친구들이랑 홍대에서 공연을 했어요.
-어떤 공연이요?
K군 길거리 버스킹이요. 어릴 적부터 랩을 좋아했거든요. 사람들이 많게는 100명 가까이 온 적도 있어요.
-3년 만에 복학했다고 했는데 보통 밥은 누구랑 먹나요?
K군 혼자 먹게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친구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군대 다녀온 동기들도 꽤 있고 다른 학과 사람도 많이 아는 편이에요. 내일 개강총회도 갈 거예요. 그런데 혹시 ○○랑 ☆☆이 알아요?
-와, 제 친군데 어떻게 알아요? 발이 진짜 넓네요.
L군 진짜 많이 안다 너는.
K군 같은 전형 모임이 있어서 서로서로 다 알죠. 그래서 얘가 항상 부러워해요. 
-온 캠퍼스가 K군 손바닥 안에 있는 것 같아요.
K군 에이, 뭘요. 그런데 그런 건 있었어요. 3월 쯤 휴가 나와서 학교를 돌아다니는데 거짓말 안하고 진짜 1분에 한 번씩 아는 사람을 만나는 거예요. 그런데 요즘은 뭐, 동기애들은 다 졸업했지, 12학번은 다 취업준비하지, 13학번은 잘 모르지…. 그래서 이제는 10분에 1명꼴로 인사해요.
-그래도 많은데요. 내일 개강총회 갔다 오면 새내기들도 알게 되겠네요.
K군 저 그래서 학번 속이고 새내기들이랑 놀까 생각 중이에요.(웃음)
-아까는 법학관에서 혼자 식사 하는 분들을 취재했거든요. 두 분은 항상 친구들과 밥을 먹나요?
L군 사실 전 오늘 점심밥을 처음으로 혼자 먹었어요. 하필 오늘 점심 때 친구들 모두 수업이 있다는 거예요. 어떻게든 밥 먹을 사람을 구하고 싶었는데 하나같이 다 시간이 안 맞아서 어쩔 수 없이 혼자 먹게 되었죠.
-이런 상황이 종종 있는 편인가요?
L군 아니에요! ‘오.늘.만’ 혼자 먹은 거라니까요. 그런데 어떡하죠? 앞으로 수요일 점심은 무조건 혼자일 거 같아요.
-눈치가 보이진 않았나요?
L군 오늘 처음으로 혼자 먹어봤는데 정말 끔찍했어요. 차라리 화장실에서 먹는 게 나아요. 
K군 화장실에서 혼자 김밥 먹는 사람들은 주문할 때 단무지 빼달라고 한대요. 왜인지 알아요? 아삭아삭 소리 날까 봐. 화장실 안에서 소리가 나면 이상하니까요.
L군 설마, 웃자고 하는 소리겠지. 아무튼 법학관에서 또 혼자 밥 먹고 있는 사람 보면 아마 저일 거예요. 아는 척 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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