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듣고 학점을 챙기고 동아리 활동을 하는 사이 졸업이 닥쳐왔다. 한편으로는 기쁘고 설레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당혹스럽고 복잡한 마음이다. 4년간의 마라톤 끝에 결승점에 다다른 자랑스러운 중앙인들, 그들은 이제 곧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될 것이다. 무궁무진하게 펼쳐진 길들을 눈앞에 두고 있는 그들을 대표해 5명의 졸업생과 1명의 명예퇴직 교직원을 만나봤다.
▲ 사진제공 조덕섭씨
대학생들에게 졸업은 사회로 나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거둬야 할 ‘유종의 미’다. 하지만 아름답게 끝을 내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학부생활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를 바라온 조덕섭씨(경제학과 86학번)는 27년이나 걸린 13학기의 수업 끝에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됐다.
 
  그는 고등학교 문예부에서 활동할 만큼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부모님의 권유로 경제학과로 진학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문학을 향한 그의 열정은 숨길 수 없었다. 문학 동인반에서 빼어난 문학적 소양을 보이며 중대신문에 그의 시가 5차례나 기고되기도 했다.
 
  그러던 1992년 가을, 문학에 빠져 살던 그의 대학생활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3학년이었던 당시 학생운동에 연루돼 수감생활을 한 것이다. 1년 6개월 만의 출소 후 다시 학교로 돌아갔지만 달라진 학내 분위기 속에서 친구들이 없는 생활은 적응이 힘들었다. 그는 결국 한 학기 만에 학교를 다시 떠났다.
 
  졸업을 못한 아쉬움을 뒤로한 그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데 전념했다. 문학적 재능을 바탕으로 MBC 드라마 공모전에 입상해 다큐멘터리 구성작가로 일을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학업을 그만둔 사실이 마음에 걸려 17년 만에 모교를 다시 찾았다. 다시 돌아온 학교에서 직장 생활과 학업을 병행하기 힘들었지만 졸업의 벽을 넘는데 견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고단한 세월 끝에 지난 학기를 마지막으로 학사모를 쓴다. 
 
  만학도의 고민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같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교수님과 함께 수업을 듣는 기분이었을 것”이라며 미안함을 전하기도 했다.
 
  끝을 맞이하면 시작이 오듯이 이제 졸업생인 그에게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어릴 적부터 간직해온 시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문예창작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다. 시인으로 마주할 그의 미래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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