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노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가운데 ‘노인복지’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한영진 기자

 

 

 

 

 

 

 

한국납세자연맹은 지난달 21일을 ‘국민연금폐지 행동의 날’로 정하고 국민연금을 폐지하기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을 폐지하고 적립된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하면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가 해결될 것이고 미래세대의 부담도 줄 것이라는 것이 골자였다. 정말 국민연금을 폐지하는 것이 미래세대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중대신문은 김연명 교수(사회복지학부)와 국민연금의 현실을 진단하고자 한다. 현재 오마이뉴스에 연재되고 있는 「김연명의 연금이야기」를 김연명 교수와의 협의 하에 일부 재구성했음을 밝힌다.

 

Q. 국민연금기금이 2060년에 전부 소진된다고 들었다.
A. 현재의 국민연금제도는 보험료로 낸 돈보다 더 많은 연금을 받도록 설계돼 있다. 그게 기본적인 국민연금의 구조다.(우측 하단기사 참조) 따라서 모든 국민들이 보험료를 20년 간 납부하고 일찍 죽는다면 국민연금기금의 고갈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국민이 평균수명까지 산다고 계산하면 모두가 낸 돈보다 더 많이 연금을 타간다. 기금고갈은 자연스러운 거다.


Q. 낸 보험료보다 더 많은 연금을 타간다면 그 액수는 누가 부담하나.
A. 민간보험이라면 낸 금액보다 더 많은 액수의 연금을 타가는 구조는 불가능하다. 국민연금의 핵심은 노인세대가 더 많은 액수의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후세대가 부담하는 거다. 여기서 국민연금을 둘러싼 입장차이가 생긴다. 이 부분에서 진보와 보수가 갈리고 합의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후세대의 부담을 전제로 하는 국민연금의 구조를 ‘갈취’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나는 후세대의 부담이 도덕적으로 정당하다고 본다.


Q. 후세대의 부담이 정당하다니.
A. 현재의 할아버지 세대는 역사적으로 가장 불행한 삶을 살아왔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농업사회, 산업사회를 거치며 고된 노동을 하고 1990년대에 은퇴했다. 국민연금법이 1988년에 도입됐으니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는 없었고 자식들을 믿었기 때문에 노후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결국 지금의 아버지 세대가 할아버지 세대를 부양할 수밖에 없는데 아버지 세대는 자신들의 노후준비까지 ‘스스로’ 해야 한다. 자식들이 노후준비까지 해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즉 현재의 아버지 세대는 할아버지 세대를 부양하면서 자신들의 노후까지 준비해야 하는 이중부담을 겪고 있는 것이다.


Q. 아버지 세대의 이중부담을 후세대가 나눠서 져야 한다는 것인가.
A. 그렇다. 세대 간 노인부양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아버지 세대가 지고 있는 이중부담을 10~20대인 자식 세대가 나눠 부담해야 한다. 아버지 세대들은 스스로 노후까지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자식 세대는 아버지 세대가 할아버지 세대에게 했던 만큼을 부담할 필요가 없다. 아버지 세대는 연금을 받는 세대니까. 자식 세대들이 노인부양을 하는데 있어 지금의 아버지 세대보단 상대적으로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Q. 기초노령연금의 재원을 국민연금기금에서 확보하자고 주장하던데.
A. 말했다시피 자식 세대들은 아버지 세대보다 상대적으로 노인부양 부담이 완화될 것이므로 현재의 기초노령연금을 인상해 아버지 세대를 포함한 노인세대들에게 더 주자는 거다. 기초노령연금의 인상액을 국민연금기금에서 충당하자는 건데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기금의 고갈시점이 좀 더 빨라지게 된다. 예를 들어 2060년에 기금고갈이 된다고 하면 2055년으로 빨라지는 것이다. 후세대들이 그만큼 더 추가부담을 하겠지만 그게 자연스러운 거다. 누차 강조하지만 국민연금은 아버지 세대가 가지고 있는 부담을 아들세대가 일부 나누는 것을 전제로 설계됐다. 세대 간 연대를 통해 노인부양을 해야 하는데, 아버지 세대가 모든 짐을 짊어질 수 없다.
 

Q. 2050년이 됐을 때 GDP의 10% 정도를 연금으로 지급한다고 했다.(중대신문 1787호 참조) 젊은 인구가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더 커지는 것 아닌가.
A. 2013년 전체 GDP는 대략 1300조 원 정도다. 그 중에서 보험료로 30조 원 정도 걷히는데, GDP 대비로 따지면 2.5% 정도다. 경제성장을 계속할 것이므로 2050년에 전체 GDP가 2600조 원 정도가 됐다고 하자. 이때 현재가치의 10%면 260조 원이다. 이 때 GDP는 커지지만 인구는 줄어들 것이므로 1인당 GDP는 늘어난다. 예를 들어 지금 평균소득이 월 200만원이라고 하자. 보험료율이 4.5%이므로 대략 9만 원 정도를 연금으로 낸다. 30년 뒤에 평균소득이 월 400만 원 정도 됐다고 한다면 16만 원 정도를 내게 된다. 200만원에서 9만원을 내면 191만원이 남고 400만원에서 16만원을 내면 384만원이 남는다. 젊은 세대의 가처분소득은 훨씬 커진다는 얘기다. 이 액수가 허리를 휠 정도로 부담이 된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Q. 국민연금을 둘러싸고 학자들마다 의견이 너무 다르다.
A. 국민연금을 민간보험이라고 생각하는 시각과 그렇지 않다고 보는 시각의 차이다. 민간보험 개념은 자기가 낸 돈만큼만 가져가는 구조다. 지금의 국민연금 구조는 낸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연금으로 받아가기 때문에 민간보험 시각에 따르면 현재의 보험료율을 더 올리거나 연금액을 더 깎아야 한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공적연금이다. 사실 국민연금이 낸 돈보다는 많이 받는다고 하지만 노인세대를 직접 부양하고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많이 받는 것도 아니다. 가족의 문제, 사적부담의 문제를 국민연금에 대입해야한다는 게 기본적인 내 입장이다.
 

Q. 보험료를 더 올리거나 연금을 조세로 충당해야 한다고 보나.
A. 어려운 문제다. 전체 GDP는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으로 나뉘는데 국민연금 보험료는 노동소득에만 부과된다. 2013년 현재 노동소득은 GDP의 55% 정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50년 뒤에 어떤 사회가 올지 전혀 알 수 없다는 거다. 만약 50년 뒤에 전체 GDP는 늘었지만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 30%로 줄어든다면 당연히 1인당 부담해야 할 몫이 커진다. 그렇게 되면 자본소득 쪽에도 부담을 하게 해야 한다는 건데, 결국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해진다. 미래사회가 어떻게 변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Q. 우리가 고민해야할 것은 무엇인가.
A. 50년 전인 1963년에 2013년의 보험료율을 2% 올려야 할지, 3% 올려야 할지 걱정했다고 생각해보자. 이상하지 않은가. 우리가 판단해야 할 것은 미래의 보험료율 인상이 아니다. 2060년에 기금이 고갈됐을 때 노인세대에게 주는 연금총량이 큰지 작은지만 판단하면 된다. 예를 들어 연금이 GDP의 20~30%를 차지한다면 이건 보험료율을 낮춰야 한다. 감당할 수 없다. 그런데 2060년에 연금은 겨우 GDP의 10%다.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보험료율 인상은 앞으로 20년 후에 얘기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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