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특별시 송파구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 본부의 전경. 사진 김순영 기자
 

최근 정치권에서 ‘국민연금’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국민행복연금’을 추진하면서 국민연금 논의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다. 문제는 국민연금 논의 자체가 진실을 왜곡하고 국민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대다수가 잘못 인식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진실. 중대신문은 3주에 걸쳐 김연명 교수(사회복지학부)와 국민연금을 파헤치고자 한다. 현재 오마이뉴스에 연재되고 있는 「김연명의 연금이야기」를 김연명 교수와의 협의 하에 일부 재구성했음을 밝힌다.

글 싣는 순서
① 당신만 모르는 국민연금의 진실, 아무나 믿지마세요
② 국민행복연금 도입하면 국민연금 가입자만 손해다
③ 대한민국, 정녕 노인복지를 위한 나라는 될 수 없는가

 

Q. 국민연금을 ‘다단계 사업’이 아니냐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A. 사실 국민연금은 흔히 피라미드식 사업이라고 얘기하는 다단계 사업과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다단계 사업은 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돈을 먼저 투자한 사람에게 줘서 돌려막는 방식이다. 결국 새롭게 투자하는 사람이 없으면 별도의 수입이 없는 다단계 회사는 금방 파산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도 젊은 세대가 낸 보험료와 세금으로 노인세대를 부양한다는 점에서 다단계 사업과 비슷한 원리이지만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Q. 어떤 차이가 있다는 말인가.
A. 다단계 사업이 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새롭게 투자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젊은이들이 전쟁이 나서 다 죽거나, 젊은 사람들만 병에 걸린다거나 혹은 자녀를 낳지 않는다고 생각해보자. 이런 경우에는 보험료와 세금을 납부할 젊은 세대가 완전히 없어질 것이기 때문에 국민연금은 ‘대국민 사기극’이 될 거다. 젊었을 때 열심히 일하고 보험료를 낸 노인들이 정작 자신들이 늙었을 땐 연금을 못 받으니 사기가 아닌가.


Q. 현실에선 불가능한 일로 보이는데.
A. 그렇다. 현실에선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혹시라도 젊은 세대들이 집단적으로 보험료와 세금 납부를 거부한다면? 이 경우도 국민 연금은 대국민 사기극이 될 테지만 이것 역시 현실에선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국민연금이 다단계 원리이긴 하지만 다단계 사기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Q. 국민연금기금이 2060년에 고갈된다고 들었다. 그 땐 국민연금이 다단계 사기가 되는 게 아닌가.
국민연금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다단계 ‘사기’가 아니라 다단계 ‘연대’ 제도다. 민간연금 같은 사보험은 회사가 파산하거나 기금이 고갈되면 연금을 지급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나 공적연금은 다르다.


Q. 어떻게 다르다는 건가.
A. 사실 대부분의 국가들은 국민들이 낸 보험료 없이도 연금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지급 주체는 국가다. 연금을 지급하는 국가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기금이 없다는 이유로 연금지급이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다.


Q. 기금이 바닥이 나면 부족한 금액을 모두 세금으로 채운다는 것인가.
A. 아니다. 기금이 고갈되어도 후세대는 보험료를 계속 내야하며, 부족한 부분만을 세금으로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도 부족한 부분은 세금으로 채우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도 2007년에 GDP의 10.4%를 연금으로 지출했지만 보험료 수입은 7.2%에 불과했다. 나머지 부족한 3.2%는 세금으로 충당했고 2060년이 되도 이러한 경향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Q. 그렇게 되면 젊은 세대들이 부담해야할 액수가 너무 커지는 것 아닌가. 전체인구는 줄어드는데 노인인구는 급격하게 증가하지 않나.
A. 대부분의 언론에서 그런 주장을 펼치고 있다. 후세대의 재정 부담이 너무 크다는 거다. 후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연금을 줄이거나 현재의 우리가 보험료를 더 내는 방법밖에 없는데 결국엔 연금을 줄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핵심은 2060년 쯤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되면 미래의 후세대들이 노인들에게 연금을 주기 위해 부담해야하는 보험료와 조세의 크기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크냐는 것이다. 나는 후세대가 감당 못할 정도의 부담을 하게 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Q. 어떤 의미인가.
A. 결정적으로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 오히려 나는 후세대 부담의 총량이 적다고 본다. 지금처럼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출산율이 낮아진다면 2050년에 노인인구는 40%가 된다. 이 40%의 노인들에게 지급해야 할 국민연금 총량을 GDP 대비 5.5%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10만원인 기초노령연금을 20만원으로 인상하고 부자노인들을 포함해 전체 노인인구에게 지급한다고 해도 GDP 대비 4.3%라고 예측한다. 즉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을 합해도 GDP의 10%가 채 안 된다. 이 정도의 금액을 후세대가 감당하는 것이 불가능할거라 보지 않는다.


Q. GDP의 10%정도면 높은 비율 아닌가.
A. 유럽 국가들은 2010년에 전체인구 중 15%가 노인인구일 때 연금으로 GDP의 11%를 지출했다. 그들이 망했는가? 오히려 가장 안정적인 사회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국가들이다. 유럽연합 보고서에 의하면 2050년엔 유럽 국가들의 노인인구는 평균 25%가 된다. 이 때 지출되는 연금총액을 GDP의 약 13%로 예측하고 있다. 유럽학자들은 경제성장률, 생산성 증가를 고려할 때 이 정도 규모의 연금총액이 후세대에게 그리 큰 부담이 안 된다고 판단한다. 우리나라는 37년 뒤에 GDP의 9.8%를 연금액으로 지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데 말이다.


Q. 유럽 국가들이 2010년 지급한 연금수준을 우리나라는 2050년이 돼서야 실행한다는 건가.
A. 그렇다. 우리나라 인구의 40%라 하면 1900만 명이다. 우리나라 GDP의 9.8%를 1900만 명에게 배분한다고 보면 결국 1인당 돌아가는 연금액은 많지 않다. 이젠 후세대의 재정 부담감을 어떻게 하면 덜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보다는 노인 1인당 돌아가는 연금액이 37년 후에도 적다는 걸 고민해야 할 때다. 우리나라는 국민연금 도입시기가 매우 늦고, 지금의 노인 세대들은 산업화에 힘쓰느라 노후대비를 하지 못했다. 젊은 사람에게 세금을 걷어 연금을 주고 노인빈곤을 없애는 것은 곧 세대 간 연대를 뜻하는 것이다.


Q.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얼마나 되나.
A.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45%다. 노인 2명 중 1명은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거다. 후세대의 인구가 줄더라도 생산성이 높아지면 노인세대를 충분히 부양할 수 있다. 진짜 고민해야 할 것은 이런 거다. 어떻게 하면 출산율을 더 높일 수 있는지, 경제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지를 말이다.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된 이후의 일을 지금 걱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Q. 시기상조라니.
A. 100년 전을 생각해보자. 1913년엔 농업인구가 90%였다. 당시의 관료들은 농업인구가 줄어들면 쌀 생산량이 줄어들어 국민들이 다 굶어죽을 거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100년이 지난 2013년 농업인구는 10%다. 우리가 굶어 죽었나? 국민연금 고갈을 걱정하기보단 어떻게 하면 세대 간 연대를 강화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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