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가격 인상 결정으로 그간 적자에 시달려오던 학생식당 운영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순히 적자폭을 메우기 위한 가격 인상으로 학생식당의 운영위기를 타개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대론 운영 어려워= 서울캠 학생식당을 운영 중인 후생복지팀은 가격 인상 외엔 다른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적자를 메우기 위한 지원금 지급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채택하지 않았다. 법학관, 블루미르홀 식당처럼 학생식당의 운영을 외주업체에 맡기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초기 투자비용이 크고 가격 인상이 어려운 학생식당의 특성상 투자비용 회수가 어려워 선뜻 운영을 맡겠다고 나서는 업체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후생복지팀은 가격 인상이 어느 정도의 수요 감소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하고있다. 권기화 후생복지팀장은 “학생들의 입맛에 맞는 메뉴를 판매하는 입점업체가 들어온 이후 지속적으로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며 “일단 올해는 적자를 줄이기 위해 가격을 인상하고 남은 적자분은 자판기 판매 수입으로 충당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수요 증대를 꾀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마련되지 않았다.
 
질과 가격 둘 다 잡는 생협= 타 대학의 경우 생활협동조합(생협)을 통해 가격과 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도 했다. 생협은 수익창출이 아닌 복지확대를 목표로 하며 판매 물품을 구성원에게 저렴하게 제공하는 조합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조합원들의 출자로 설립되며 대학 내 생협은 1988년 서강대에서 설립된 서강대 생협이 최초다. 설립 초기엔 학생들만이 운영에 참여했으나 1990년대 이후 교수와 교직원도 조합원으로 참여하기 시작해 현재 서울시내 8개, 전국 23개 대학에서 생협을 운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학생협은 학생식당, 자판기, 매점 등 학내복지시설의 운영 및 관리를 담당하고 있으며 학내 구성원들의 복지 향상을 목표로 한다. 또한 운영수익은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이나 발전기금으로 전환된다. 
 
생협의 가장 큰 특징으론 공동구매를 꼽을 수 있다. 생협은 연합회를 통한 공동구매와 본사 직거래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원자재를 구입하고 있다. 제품 판매시 일정 한도 내에서만 이윤을 추구해 손익분기점을 약간 넘는 선에서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 지난 3월 경희대 생협은 그동안 외주업체가 운영하던 학생식당 한 곳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생협에서 운영을 맡은 이후 판매가격 대비 재료원가 비중이 45%에서 60%로 늘어나고 메뉴가 다양해지기도 했다. 경희대 생협 홍주현 교육홍보팀장은 “이전까지 영업이익을 고려해야 하는 외주업체가 학생식당을 운영하다보니 식사의 질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며 “영업이익을 최소화하고 양질의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협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학내 구성원들이 직접 운영에 참여하는 생협의 특성상 이용자들의 불만 및 의견을 접수하고 처리하는 속도가 빠른 편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의견이 즉각적으로 반영되기 어려운 외부업체나 직영과는 달리 대학 생협은 자문위원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서울대에서 실시한 학생식당 만족도 조사에선 생협에서 운영 중인 식당이 다른 식당에 비해 높은 점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서울대 생협의 한 관계자는 “서울대의 경우 식당이 워낙 많아 조금만 소홀해도 학생들이 다른 식당을 찾는다”며 “모니터링 제도를 통해 메뉴 및 서비스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무턱대고 도입하기도 어려워= 생협이 위탁운영이나 직영에 비해 많은 장점을 갖고 있지만 무턱대고 도입하기도 어렵다. 중앙대에 생협이 개설될 경우 운영할 수 있는 학내 시설은 카우버거와 학생식당, 자판기가 전부다. 여러개의 식당과 학내 시설임대를 관리하는 타 대학에 비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권기화 후생복지팀장은 “다른 대학의 경우 병원에 입점한 시설까지 생협에서 관리하는 등 전반적으로 규모가 큰 편이다”며 “우리 학교의 경우 생협을 도입하기엔 운영할 수 있는 시설의 규모가 작아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사립대에 개설된 생협의 경우 본부와 마찰을 빚기도 한다. 올해 초 세종대는 그동안 학내 복지시설을 관리해오던 세종대 생협과 별다른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입찰 공고를 내기도 했다. 세종대 생협의 관계자는 “올해 초 학교로부터 외부업체에 학내 복지시설을 넘기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결정 철회를 위해 시위를 진행했으며 현재는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몇몇 사립대의 경우 학내시설 운영과 관련해 재단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며 “대학입장에선 임대료 수익을 얻는게 더 이득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