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배그’로 청년 세대를 논하다
  • 허효주 기자
  • 승인 2018.06.04 08: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12회 비평 공모 사회비평 부문 당선자 전명환 학생 interview
사진 이나원 기자

‘이겼닭!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게임 속 승패를 넘어 사회적 의미를 ‘파밍’해낸 학생이 있다. 사회비평 부문 당선자 전명환 학생(국어국문학과 3)은 최근 청년 세대가 열광하는 ‘배틀그라운드(배그)’를 통해 청년 세대의 시대정신을 짚어냈다. ‘무정부 사회’의 등장부터 ‘카타르시스 스트리밍 아나키즘’까지 여러 사회현상을 배그와 잘 버무려 맛깔난 음식하나를 만들었다. 그는 계속해서 사회를 눈여겨보고 고민하고 쓴다.

  -수상을 축하한다.

  “아직도 얼떨떨하네요. 사회비평을 정식으로 써본 건 이번이 거의 처음이라 당황스럽기도 하고요. 이번 공모전을 계기로 사회비평도 많이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배그와 청년 세대를 엮었다.

  “평소에 많은 사람이 열광하는 것을 눈여겨봐요. 사람들이 배그에 열광하는 이유를 바탕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써보고 싶었어요. 배그는 100명의 플레이어 중 단 1명만 승리하는 게임이에요. 1등에게만 승리를 제공하며 성공주의를 부추기죠. 저도 예전엔 배그를 열심히 했지만 최고가 되고 싶다는 욕구가 줄어들면서 다른 게임을 찾게 됐어요. 승리에 대한 욕구가 줄어든 게 비평에 담긴 문제의식의 출발점이기도 해요.”

  -배그가 인기를 끈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배그는 우리 사회에서 공정한 경쟁체제를 논의하는 부정적인 모습과 닮았어요. 그렇지만 ‘리셋’이 가능해 현 사회보다 나은 부분이 있죠. 언제든지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점이 배그의 인기요인이 아닐까요.”

  -공정한 경쟁체제를 논하는 것이 부정적이라니.

  “‘어떤 경쟁방법이 공정한가’라는 논의 때문에 더 심층적이고 근본적인 질문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과연 이 분야에서 경쟁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놓치는 거죠. 사람들은 문제를 논의할 때 모든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성소수자 동아리 승인 여부나 총여학생회 존치 등의 문제는 서로 다른 의견이 공존할 수 없는 문제예요. 이러한 문제에선 다수의 의견에 따르는 ‘기계적인’ 공정성을 따져선 안 돼요.”

  -대학사회에서도 공정성에 관한 논제가 많다.

  “맞아요. 공정하게 경쟁하고 무언가를 얻는 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예요. 그러나 잘못된 구조가 아니라 ‘내 몫을 받아가지 못한 것’에 분노를 느끼고 있어요. ‘내 한 몸 지키는 것’만 논제의 중심이 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어떤 문제가 있나.

  “대학입시에서 수시전형 비중이 늘어나면 정시전형을 준비하는 학생은 자신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는 누군가가 손해 보거나 권리를 침해당하는 일이 아니라 올바른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에요. 각각의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마다 고교생활에 차이가 있고 각자가 가진 배경도 다르죠. 엄밀히 말해 손해를 유발하는 건 본인과 다른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이 아니라 입시 제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에요. 경찰 공무원 체력 평가에서 남녀에 따라 차등기준을 두는 것이 마치 경쟁을 훼손한다는 생각도 마찬가지고요.”

  -대신 경쟁체제에서 정부가 완충재 역할을 해야 한다고.

  “경쟁체제에 관한 논의에서 정부가 단호하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부 관계자는 현시대에 다뤄지는 논제를 잘 파악하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정책을 도입하는 데 있어 ‘간을 본다’는 느낌이 들어요. 정치적 계산이나 당론에 따라 결정하기보다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게 필요하죠.”

  -게임제작자가 된다면 무얼 게임에 담고 싶나.

  “게임에 우리가 바라는 이상세계를 담아내고 싶어요. 패배해도 기분이 나쁘지 않고 1등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게임이죠. ‘아, 이런 방식으로도 사회가 작동할 수 있구나’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