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교수 인터뷰]김재찬 교수(의학부)
  • 하혜진 기자
  • 승인 2018.02.12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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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으로 빚어낸 세렌디피티

“마지막까지 환자도 보고, 짐을 정리하다 보니 어수선하고 정신없네요.” 김재찬 교수(의학부)는 오전 7시부터 진료를 보다가 이제 막 수술을 끝내고 온 차였다. 피곤할 법한데도 그의 목소리에는 열정이 넘쳤다. IBC(국제인명센터) 세계 100대 의학자 선정, 톱콘안과학술상 수상 등 이제까지 수많은 경력을 남긴 그는 여전히 바쁜 안과 의사이자 교수로 지내고 있다. 무엇이 그를 끝없이 움직이게 만든 걸까. 그가 걸어온 길을 함께 따라가며 원동력을 알아봤다.

  -인생의 절반을 보낸 중앙대 생활의 마지막을 앞두고 있다.

  “시원섭섭하네요. 사실 처음엔 교수 생활을 오래 할 생각이 없었어요. 미국에 초청교수로 갔을 때 만난 멘토가 계기를 줬죠. 미국에서 박사학위까지 딴 친구였는데 실력 차가 커서 제가 그 친구의 말을 못 알아들을 정도였어요. 오기가 생겨 ‘저 친구랑 똑같은 수준까지만 실력을 쌓아보자’고 마음먹었죠. 그 뒤로 미국과 한국에서 열심히 공부하다 보니 지금까지 교수로 생활하게 됐네요.”

  -그 노력이 세계 최초 양막 이식 치료법의 임상적용을 성공하게 했나 보다.

  “미국에서 5개월 동안 연구한 결과였죠. 그 연구가 오늘의 저를 만들었어요.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줬다 볼 수 있죠. 해외에서 ‘닥터 킴’으로 통했으니까요.(웃음)”

  -안주하지 않고 이후에도 많은 성과를 냈다.

  “양막 이식 연구 성공은 제게 고래를 잡은 것과 같았어요. 고래를 잡았는데 다른 물고기가 눈에 들겠어요? 고래에 버금가는 물고기를 잡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죠.”

  -네이처(Nature)지에도 논문을 올렸다.

  “새로운 연구를 고심하던 어느 날 불현듯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머릿속에 그려진 그림을 붙잡고 8년간 연구에 몰두한 결과였죠.”

  -역사적 발견은 대부분 순간적인 영감에서 나온다고 들었다.

  “맞아요. 그걸 세렌디피티, 우연히 나타난 좋은 기회라 하죠. 저에게 세렌디피티는 마치 수술 결과를 예상할 때처럼 불안하고 초조한 순간에 찾아와요. 물론 멍하니 있는다고 기회가 오진 않아요. 열심히 공부하고 정신을 집중해야 하죠. 늘 그런 상태를 만드는 습관이 몸에 밴 것 같아요.”

  -지난해 초 특허를 낸 것도 세렌디피티였나.

  “그렇죠. 환자들에게서 갑자기 새로운 영감을 얻은 거예요. 환자가 수술이 가능한 상태인지 결정을 내리는 방법에 대한 특허였어요. 환자의 눈에서 환자 보는 안목을 발견한 거죠. 당장 내일 짐 싸서 나갈 판인데 특허까지 내다니, 미쳤다고 다들 한마디 했어요.(웃음)”

  -대단하다. 샘솟는 아이디어의 비결이 궁금하다.

  “비결은 따로 없고, 자신을 다루는 법을 익히는 게 제일 중요해요. 산책을 하는 것도 좋아요. 2~30분 정도 빠른 걸음으로 산책을 하면 펩타이드 성분의 호르몬이 나오거든요. 이 호르몬은 기분을 좋게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오르게 하죠. 그러다 보면 혹시 아나요, 세렌디피티가 찾아올지. 뉴턴이 분광기를 발견해 무지개가 일곱 빛깔이라는 비밀을 풀어낸 것처럼 세상엔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잖아요.”

  -앞으론 어디에서 다음 세렌디피티를 찾을 생각인가.

  “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 안과 전문병원으로 옮길 예정이에요. 새로운 발견은 늘 제 가슴을 뛰게 하거든요. 능력이 될 때까지 앞으로도 연구는 계속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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